(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변호사이지만 공무원이다. 서울특별시에 소재하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법무팀장으로 근무한다. 매일 저녁 뉴스에서는 ‘코로나 19’ 소식과 관련해서 ‘질병통합관리본부’가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더 최전방에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코로나 19’ 검사를 위한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역학 조사하여 접촉자를 분류하고, 자가격리자들을 모니터링하고,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 모두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우리가 흔히 ‘구청’이라고 하는 곳에서 하는 일이다. 나는 일터에서 ‘코로나 19’ 관련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관리하고 있기에 일반 변호사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업무를 담당한다. 때문에 교회를 포함한 종교단체들에 대하여 집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점검하는 현장에 함께 하면서, ‘코로나 19’ 시대에 우리의 예배와 신앙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19’ 사태는 각 교회의 예배 방식을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시켰다. 따라서 신앙인으로서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 모여 마음껏 찬양하고 예배드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었는지 주일마다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교회를 포함한 종교단체들에게 비대면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도록 할 수 있는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49조 제1항 제2호이다. 이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 또는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해당 조치 중 하나는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명령은 교회를 포함한 종교단체가 예배드리는 것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다. 즉 감염병 예방을 위한 목적에서 한 장소에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것을 우려하여 온라인 예배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한 장소에 모이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어느 주일 아침, 업무차 위와 같은 내용을 위반하게 되면 벌칙 규정에 따라 형사고발이 가능하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치료비, 방역비 등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서를 들고 교회들에 행정지도를 나가고 있었다. 대다수 교회들은 감사하게도 해당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어느 교회 안에서 찬양 소리가 크게 들렸다. 주택을 개조하여 운영하는 교회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수십 명의 성도가 빼곡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1부 예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행정명령서를 보여드리며 2부 예배는 드리지 않도록 말씀드렸다. 하지만 교회 측에서 거절했고, 2부 예배가 그대로 강행되었다. 결국 해당 장소에 경찰까지 출동하게 되었다. 3부 예배까지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담임 목사님을 직접 뵙고 상황설명을 드렸다. 그러나 목사님께서는 “예배는 어떠한 상황에도 포기할 수 없고, 현장 예배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나는 목사님의 하나님과 예배에 대한 사랑의 마음도 알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의 조치가 진행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목사님을 겨우 설득한 후 교회에서 나올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온라인 예배는 목사님 말씀처럼 예배를 포기한 것인가? ‘코로나 19’ 시대의 교회 역할은 무엇이며, 우리의 예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코로나 19’ 이후 교회의 모습은 예전과 동일하게 될 것인가?”
이러한 일을 겪은 후에 드린 주일예배에서 목사님께서는 중세시대 흑사병이 창궐하였을 때 종교개혁자들의 태도에 대하여 소개해 주셨다. 마르틴 루터는 이렇게 권면하였다고 한다. “나는 하나님께 자비를 베푸셔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간구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소독하여 공기를 정화할 것이고, 약을 지어 먹을 것이다. 나는 내가 꼭 가야할 장소나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피하여 나와 이웃 간의 감염을 예방할 것이다. 혹시라도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임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예배의 모습은 무엇인지 성경을 찾아보았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1, 24). 이 말씀을 영이신 하나님은 우리가 특정한 장소와 방식으로만 예배드리는 것을 원하신다기보다 상황에 따라서 어디서든 오직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것을 더 원하고 계신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교회가 먼저 이웃을 걱정하여 각자의 처소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함을 제대로 실천하였다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행정명령서를 들고 하루 종일 교회를 돌아다녀야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일었다. 요즘 주일예배 영상 안에 텅 빈 예배당을 보며, ‘코로나 19’ 시대 이후 교회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또 우리가 온라인 예배를 통하여 예배의 본질이 교회당 중심만이 아닌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교회 건물은 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놀이터, 어르신들의 평생교육 장소 등으로 내어주어, 더 적극적인 이웃 사랑의 장소로 사용되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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