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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앙과 혁명
<불신앙과 혁명>(Unbelief and Revolution) / 흐룬 판 프린스터러르 / Lexham Press / 2018.
저자 흐룬 판 프린스터러르(Groen van Prinsterer, 1801-1876)는 네덜란드의 영향력 있는 칼뱅주의 그리스도인 정치가이자 정치학자였다. 그는 지난 약 150년간의 유럽 역사와 혁명의 발생, 그리고 역사 전개에 관한 진지한 연구 끝에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불신앙의 열매라고 확신했다. 이 책은 저자가 그 확신을 가지고 1845년 가을 21명의 지인들 앞에서 매주 토요일에 자기 생각을 발표했던 강연 15개를 묶어 1847년에 출판한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혁명과 무신론의 상관성을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진행과 전개 분석 속에서 설파해 나간다. 그는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출생하여(180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821년 사망)와 나폴레옹 2세(1832년 사망) 및 3세(1873년 사망)와 동시대를 살고 1876년에 사망했다. 따라서 저자는 프랑스 혁명의 가장 중요한 관찰자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거대 서사는 인간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혁명 와중에 등장한 ‘이성의 여신’의 행진은 혁명의 불신앙적 성격에 관한 절정의 상징이었다. 그 결과로 하나님의 계시는 이성에 종속되고, 이성의 지배를 받는 새로운 기독교가 등장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붕괴와 교회의 약화도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배제하고 인간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꿈꾸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 흐름을 가속화시킨 대표적 인물에는 정치 분야에서 몽테스키외(Montesquieu, 1689-1755)와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가 있었다. 이들이 설파한 사상이 프랑스 혁명 직전에 널리 유포되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저자는 ‘벨기에 신앙고백’(Belgic Confession, 1561)을 자신의 신앙 신조로 가지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혁명 사상이 그 신앙고백 36항과 완전히 대립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루소의 사상에 따르면 국가와 사회는 오직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계약에 의해서 형성되는 집단 의지의 산물이다. 사회의 제반 제도와 행동의 원리, 선과 악, 윤리와 비윤리의 기준이 모두 집단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집단 의지는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받으며, 그것의 실현인 국가는 토마스 홉스(Hobbes, Thomas)의 ‘리바이어던’이 된다. 즉 국가는 전능하고 개별적이고 전포괄적이고 전제적이며 법 위에 존재하며 절대적이며 무신론적이 된다. 결국 국가는 우상이 된다. 여기에 신의 존재나 기독교를 위한 공적인 자리는 없다. 신앙도 개인적 영역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혁명의 진행 속에서 두 가지 현상이 드러났다. 하나는 집단 의지의 절대성이 독재를 초래하여 평등하고 자유로운 각 개인의 자유가 말살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집단 의지란 결국 다수의 의지이지 모두의 의지가 아니므로 그 안에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한다.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이 초래한 대혼란과 공포 정치, 나폴레옹의 등장, 뒤이은 볼셰비키 혁명과 제3 제국의 등장은 이 설명의 틀에 들어맞는다. 이 정치적 난제의 해결책으로 후에 아브라함 카이퍼가 ‘영역 주권론’(sphere sovereignty)을 제안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 역시 이 가능성을 기독교적 사상이 사회 이념이었던 중세의 정치제도에서 찾은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생각의 흔적은 <신앙과 삶> 지난 호에서 소개한 아웃즈바르트와 바르톨로뮤의 <현대를 넘어서>(Beyond the Modern Age)에서도 발견된다.
저자 흐룬 판 프린스터러르는 혁명의 무신론적 원리가 궁극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하나님의 창조 원리를 거스르는 관념은 실현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종종 혁명은 자체 치유 능력이 있다는 주장은 인간성의 ‘악함’에 의해서 반박된다. 사회적 혼란의 본질은 무신론적 정치사상을 실현하려는 노력과 그것이 끝없이 좌절되는 과정이다. 저자는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한다. 즉 권위의 신적 기원을 인정하는 것이고, 사회에 대한 유기체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며, 사회의 제반 분야가 상당한 자율권을 획득함으로 통치자의 권세가 자연스럽게 제어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은 왕정복고에 대한 향수처럼 읽힐 수도 있지만,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던 당시의 문맥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핵심은 결국 대립할 수밖에 없는 두 원리, 곧 신앙과 불신앙에 대한 문제이다. 불신앙의 원리 위에 서 있는 그 체제 속에서 소소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은 잘못된 것이다. 반드시 신앙의 원리에 입각한 근본적인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네덜란드 신칼뱅주의의 사상적 토대를 발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에 아브라함 카이퍼의 ‘반혁명당’(Anti-Revolutionary Party) 강령과 정치에서 이러한 사상이 구현되어가는 과정은 기독교적 정치의 한 시도가 되었다. 흐룬 판 프린스터러르의 통찰은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의 원인과 해법에 대하여 많은 빛을 비춰주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정권에서 드러났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흐룬 판 프린스터러르나 아브라함 카이퍼 같은 안목과 투철한 이념을 가진 그리스도인 지도자가 한국에서도 나오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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