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교수님, 일하는 재미가 없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괜찮은 대학에 교수로 취업한 제자가 하는 말이다. 놀라서 무슨 일인가 물으니, “대학 마치고 일찍 취업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요새 집값이 몇억 원 올랐다고 하고, 주식에서 대박이 났다고 하는데, 제 월급을 바라보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참 할 말이 없었다.
최근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발표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실련은 “문 정부 출범한 2017년 1월에 6억 400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2021년 1월에는 11억 4000만 원으로 5억 원이나 올라, 78%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됐다”라고 지적했다.(에너지경제신문, 2021.03.03)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경실련은 노동자와 유주택자의 재산 격차를 확인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노동자 평균임금과 아파트값의 상승률도 비교했다. 노동자 평균임금은 2년간 연평균 132만 원 오른 반면, 같은 기간 99.17m² 규모의 아파트값은 연평균 약 1억 3000만 원씩 올라, 약 100배의 차이가 났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노동자가 1년에 천만 원을 저축한다면, 집값 상승액 5억은 50년 저축을 하여야 하는 액수로서, 주택보유자와 무주택자 간에는 50년의 자산 격차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중앙일보, 2021.03.03.)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인터넷에서는 본업인 직장이 중요한지, 부업인 투자가 중요한지 논쟁이 한창이다. 이전에는 당연히 본업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이 재편,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한 실직과 연봉 삭감 등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경제난에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각종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상당하며, 선호하는 부업으로 손꼽히는 분야로서 주식 등 투자를 들고 있는 주장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아파트와 주식의 상승에 따른 상실감은 무주택자, 무투자자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아파트나 주식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 그만 만족하고 손을 털고 나올 수 있을까?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로 유명한 한 글로벌 기업에서조차도 아침 9시 화장실에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고 한다. 출근하여 너도나도 화장실에 숨어 주식 매매 신청을 하느라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월급 받아 봤자 세금 떼면 얼마라고, 부동산이 1년 사이에 몇억이 올랐고, 테슬라가 몇백 프로 올랐는데 말야!”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갖게 되니, 본업보다는 부업에 신경이 쏠리게 되어, 대박의 맛을 본 사람도 본업에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본업에서의 소득이 적다고 가치가 적은 것인가? 매월 300만 원의 월급을 은행에서 이자로 받으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이자율을 연 2%라고 한다면 무려 18억 원을 은행에 예치하여야 하기 때문에, 본업에서의 고정적인 소득의 자산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것뿐인가, 4대 보험 등 복지적 혜택도 많으며, 직장이 주는 사회적 지위나 학습 효과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본업에서의 소득은 일시적인 투자이익과 달리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는 특성이 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렇기에 큰돈을 벌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위험은 부업인 투자에 마음을 뺏기게 되면, 본업을 소홀하게 되어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본업과 투자는 각자의 영역이 있으며, 이 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균형 있는 투자를 위하여 몇 가지를 조언을 적어 본다.
첫째, 내 스타일에 맞는 투자를 선택하여야 한다. 소극적인 사람이 주식을 사고 조마조마 애를 끓이는 것이 가장 큰 비용이다. 보수적인 사람은 안전한 투자를, 적극적인 사람은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한다.
둘째, 투자는 ‘여윳돈’으로 한다. ‘여윳돈’이라 함은 투자에 실패하여도 나와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돈이다. 차입 투자는 위험도가 매우 높은 투자이다. 갭투자도 차입 투자의 일종이다.
셋째, 투자 대안을 생각할 때는 위험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할 때는 10배 오른다는 낙관적인 전망만을 바라보며 투자한다. 그러나 가장 큰 손실이 난 최악의 경우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입 투자로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를 멈추어야 한다.
넷째, 투자를 나누어서 분산시켜라. 분산 투자의 반대는 ‘몰빵 투자’이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투자라도 전 자산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하다.
위의 네 가지는 균형 있는 투자를 위한 몇 가지 기본 원칙이다. 그리스도인의 경제생활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기본 원칙을 모두 지키더라도 투자는 부업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투자가 본업에 몰두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던지, 조정이 어렵다면 투자를 바로 멈추어야 한다. 본업은 경제적으로도 일시적인 투자 수익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진정한 의미를 가져다준다.
“네가 자기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 잠언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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