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21년 초 ‘코로나 19’ 시대 기독 청년들의 신앙생활을 탐구한 세미나가 있었다. 20, 30대 그리스도인 청년 700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되었는데, 성경적 삶을 현실로 살아내는 것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들어 있었다.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살면 이 사회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내 주위에는 별로 없다”라는 말에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얼마나 동의했는지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응답자 중 40.4%는 성경대로 사는 것이 현실에서 어렵다고 했고, 61.7%는 성경 말씀대로 사는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다고 답하였다.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성경적 가르침과 현실의 삶 사이에 괴리를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가 인식하는 신앙 단계가 올라갈수록 성경적 삶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경향이라니 그래도 다행이다. 신앙과 삶의 괴리는 왜 일어날까. 기독교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성인 초기의 청년들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세 가지 유형이 두드러진다.
첫째는 ‘신앙의 미성숙’이다. 신앙은 성장의 과정을 밟는다. 특히 성인 초기 청년들은 교회의 관습이나 의식을 따르고 권위자의 의견에 의존했던 단계에서 점차 스스로 말씀을 탐색하고 확인하며 그리스도와 친밀한 교제를 이루고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사는 성숙한 형태로 발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앙에 대한 의문과 갈등, 질문과 탐색이라는 과도기적 혼란을 경험한다. 신앙이 미성숙하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믿는지 명료하지 않고, 신앙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선택하겠다는 의지적 결단이 부족하며, 따라서 이를 삶의 행위로 실천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둘째는 ‘잘 몰라서’다. 배우지 않아서 모르고 잘못 배워서 모른다. 특정 상황에 대한 기독교적 시각과 행동에 대해 그리 관심도 없고 배울 기회도 부족하다. 그러니 자신이 맞닥뜨리는 삶의 정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해야 할지 혼탁하다. 잘못 배우기도 한다. 교리적 믿음으로부터 윤리적 행위가 분리된 가르침, 믿음과 행위를 이원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리스도인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결단과 헌신이 개인적 영성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그리스도인의 ‘시민직’에 대해서는 관심도 책임도 옅다.
셋째는 ‘왜곡된 자아상’ 때문이다. 이들은 제자도에 대한 헌신도 있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에 참여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신앙과 삶이 연계되지 않는 이들에게서 ‘영적 자만’과 ‘영적 무기력’이라는 양면이 관찰된다. 선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높은 자아상을 가진 이들에게서 자신은 선과 악의 투쟁에서 선을 행한다는 ‘자기의’(自己義)가 작동하는 것을 본다. 선을 추구하는 강한 욕구는 선을 행하다가 마주치는 자신의 한계에 놀라고, 수치와 자괴감에 휩싸인다. 거대한 사회의 힘과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악에 눌려 ‘영적 무기력’에 놓인다. 이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자이나 아직 존재하는 죄성(罪性)을 인정하는 건강한 자아상과, 그래서 삶의 일상에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면 신앙과 삶의 괴리에서 오는 곤고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신앙이 미성숙한 이들은 성숙을 돕는 접근이 필요하다. 관습적이고 외형적인 신앙에서 내면적인 신앙의 헌신으로 옮겨가는 과정에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결단’이 중요하다.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로부터 “그리스도인이 될지 생각해 보겠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의외로 모태 신앙 출신이다. 이들은 신앙을 돌아보고 점검하며 진리의 말씀을 확인하는 지적인 작업을 필요로 한다. 기독교를 알고 확인하고 변호하는 능력을 키우는 ‘기독교 변증’ 같은 과목은 이들에게 “이제는 기독교인으로 살아도 되겠다”라는 결단과 자신감을 키운다.
그리스도인의 ‘제자직’과 ‘시민직’을 연결하는 ‘세계시민교육’도 도움이 된다. 기독교 ‘세계시민교육’은 예수님을 닮는 제자는 세계 속의 그리스도인 시민으로서 공동체적 소명과 정체성도 동시에 가지게 됨을 가르친다. 빈곤, 환경, 평화, 교육 등 다양한 세상의 문제를 하나님의 시각에서 보고 문제해결과 회복을 위한 실천을 연습하면서 신앙과 삶의 연결을 경험할 수 있다.
왜곡된 자아상으로 인한 영적 자만이나 영적 무기력은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 대학생들이 신앙 성숙의 여정을 거칠 때, ‘위기와 역경의 경험’이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있다. 인생의 위기와 역경 속에서 신앙이 성숙하고, 다양한 사고와 문화를 접하는 경험을 통해 신앙과 사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한다. 어쩌면 왜곡된 자아상으로 인해 경험하는 연약함은 오히려 자신을 신앙의 눈으로 재해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신앙의 눈을 제공하는 영적 멘토링이 제공되는 환경에서 말이다.
이 시대는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사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고 배우는 모델링이 필요하다. 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위대한 신앙 위인들의 삶도 좋지만 세대 간에 나누는 신앙 이야기 역시 강력한 영적 멘토링의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 왜곡되고 깨어진 자아의 경험, 그럼에도 누룩과 같은 하나님 나라의 원리가 작동하여 변화를 경험하고 신앙과 삶을 연결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