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가 고등학교에를 다닐 무렵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더 이상 공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 나는 대학교 4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멈추지 않았다. 대학을 다닐 때 내 꿈은 빨리 졸업해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였다. 바랬던 대로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비전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구해본 적이 없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허무함과 공허함이 반복되었다. 나의 방황은 몇 년간 지속되었다.
절망의 끝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가장 먼저,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비전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갔다. 상처로 여겼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방황과 어머니의 아픔은 ‘상처 입은 치유자’로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처가 열등감이 되었던 옛사람을 버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사람으로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마음에 일어났다. 더 이상 성경은 책이 아닌 나의 연약한 삶에 길잡이가 되었고, 나는 그렇게 ‘기독교 상담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상처가 지체들을 돌보는 치유의 섬김이 된다는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말을 만나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다윗이 그 곳을 떠나 아둘람 굴로 도망하매 그의 형제와 아버지의 온 집이 듣고 그리로 내려가서 그에게 이르렀고.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 (사무엘상22장 1-2절)
나는 이 말씀을 묵상하며, 아둘람 굴에서 아픔이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다윗과 함께 삶을 지어갔던 것처럼, 나 또한 그런 자녀가 되길 기도했다. 하나님은 기도를 들으시고, 그 길로 내 삶을 인도하셨다. 기도할 때 뜨거웠던 마음은 원통한 자들과 함께하며, 헤집어 놓을 때가 많았다. 원망의 말들을 끊임없이 들으면서 마음을 지켜 나가는 일이 힘이 들 때도 있었고, '역전이'(countertransference)가 일어나서 마음이 복잡해진 시간도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윗이 그곳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돌봄의 은혜를 누렸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봄이란, 깨어지고 무력한 사람들의 세상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연약한 사람들끼리 교제를 나누는 것, 고통당하는 사람들 곁에 있어 주되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지라도 계속 같이 있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헨리 나우웬, <돌봄의 영성> 중에서).
스캇 펙(Morgan Scott Peck)의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 제목처럼 내게도 아둘람 굴은 아직도 가고 싶은 길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내게 들을 귀를 허락하시고, 하나님 사랑에 빚진 자로서 고통의 현장에 잠잠히 함께 머물 수 있길 늘 기도한다.
나와 만난 이들은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친구, 게임중독에 걸린 부모와 함께 살며 가상세계에 빠져있는 친구, 오랜 외로움과 분노로 요괴를 친구 삼아 살아가는 친구, 사이비에 빠져 깨어진 가정 등이다. 나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과 만남을 시작한다.
나는 그들의 무너진 일상을 회복시키길 원했다. 그래서 빠른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변화에 초점을 맞출수록 조급하고, 불안해졌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은 변화가 아닌 그들의 삶의 경험에, 증상이 아닌 아픔에 주목하길 원하신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치료자이신 예수님. 죄인인 우리를 위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죽음까지 마다하지 않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끊임없이 바라볼 때 아픔을 향한 아버지의 긍휼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마음의 닫힌 방문을 하나씩 열 때 우린 느리지만, 조금씩 함께 변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부모를 향한 원망을 내려놓고, 고통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발걸음을 발견한다. 회복은 우리 삶에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하나님 안에서 해석되고 새롭게 쓰여질 때 일어난다고 믿는다.
나는 부르심의 소명을 따라 기독교 상담사로서 교회 공동체 안에 깨어진 친구들을 돌보는 일에 비전을 가지고 있다. 종종 비용의 부담과 사회적 시선으로 상담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가 있다. 목회자 자녀와 가족들, 부모님의 부르심에 따라 선교지로 떠나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 자녀들을 돕는 비영리 상담 시설을 꿈꾼다. 믿음의 지체들을 돕는 일은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누리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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