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세계관적 성경 읽기란 무엇인가?
전성민, <세계관적 성경 읽기> (성서유니온, 2021)
저자 전성민은 2년 전 <세계관적 설교>(성서유니온, 2018)에서 창조, 일상, 공공의 복음을 주제로 기독교 세계관이 지향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 <세계관적 성경 읽기>(성서유니온, 2021)는 그 문제 의식을 확장하고 세분화하여 내용을 더 명료하게 다루고 있다.
<세계관적 성경 읽기>가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 저작들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차별성은, 다루고 있는 논의들이 오늘 한국 교회라는 컨텍스트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사뭇 낯설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독교 세계관 담론은 사상적이고 지성적인 논의의 틀을 갖추고 있다. 그 틀을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조망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세계관’이라는 용어가 오늘날의 컨텍스트에서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듯 되어 버린 현실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자칫 기독교 세계관으로 틀 지우는 것이 역동성을 상실하고 억압 이데올로기로 변형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 한국에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제시되는 주장들이 지나치게 경도된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곳곳에 내비치고 있다. 한국 교회라는 컨텍스트의 특징을 반진화, 반이슬람, 반공, 반동성애로 진단하는 것은 서글프게도 부정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과감히 그 틀을 벗어버리도록 제안한다. 지금까지 기독교 세계관이 지성과 이성적 추론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는(혹은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면 저자는 세상의 아픔에 몸으로, 마음으로 공감하고 공명할 필요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기독교 세계관은 중심을 지향하기보다 경계로 나아가고, 혐오를 넘어 환대를 구현하며,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이끌어야 함을 설명한다.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은 평화의 세계관이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문제 의식은 컨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저자는 기독교 세계관이 지향할 공감성, 주변부성, 환대, 대화와 평화라는 키워드로 성경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방식을 솜씨 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간 숱하게 들어왔고 익숙하다고 여기던 텍스트가 새로운 호흡을 보여준다.
진지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작금의 한국 교회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어떤 변화의 가능성도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컨텍스트에 대한 냉정한 분석 속에서도 우리가 컨텍스트를 품고 다시 돌아갈 텍스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 컨텍스트를 풀어나갈 실마리로 다시 텍스트 읽기로 우리를 초청한다. 그럴 때 그 텍스트는 이전과 다른 생명의 호흡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저자의 텍스트 읽기가 철저히 컨텍스트에 대한 천착에서 비롯되었기에 그 성경 읽기는 맹목적인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빌론의 강변 곳곳에 앉아서, 시온을 생각하면서 울” 수밖에 없는 포로된 현실 속에서 다시 한 사람의 겸비한 구도자로 설 것을 촉구한다. 그럴 때 우리는 자만이나 교만을 벗고, 겸손히 타자를 환대하고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에, 어렵지 않게 읽히는 가독성 높은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문장과 문단에 스며있는 밀도가 매우 높다. 첫 번째 읽을 때 보다 두 번째 읽을 때 책의 물성(物性)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묵상집처럼 읽어야 할 책이다.
서둘러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매일 꾸준히 한 장씩 읽고 곰곰이 성찰할 때 우리 세계관이 재설정되는 경험을 하리라 믿는다. 오늘 교회는 세상에 평화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서글픈 현실 속에서도 낙담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여전히 ‘평화는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이라고 역설하는 저자의 굳은 신념이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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