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극히 본질적인 아이템을 현대적 감성으로 만들어라”
외식 창업의 비즈니스 경구이다. 팥빙수나 설렁탕, 고깃집이나 분식이든지 외식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인 전통의 입맛에 맞는 아이템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서 제공하는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가져온 우리 생활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이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외적인 쓰나미로 작동했다. 신앙생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며 보낸 시간이 이미 1년이 되었다. 온라인 예배나 전도, 혹은 성찬식과 세례식의 정당성이나 효과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모든 방면에서 경험하고 있는 변화의 속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프랑스의 속담 중에 “변할수록 제자리로 돌아온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급변하는 변화 속에서도 ‘레트로’(retro, 복고) 감성은 대중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20-30년 전의 스타가 재등장해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으며, 카페나 식당도 ‘레트로’ 컨셉이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여러 도전들에 직면한 많은 사람들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질문하고 있는 것 같다. 기업 현장을 컨설팅하다 보면 컨설턴트들이 자주 놓치는 것이 있다. 변화를 추구하다가 원래의 중심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직원들에게 조언한다.
“변해야 할 것을 정하기 전에, 먼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라”
기업 경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애자일’(Agile) 경영과 ‘OKR’은 최근 경영 트렌드가 되었다. ‘애자일’은 영어의 본래 의미처럼 빠르고 기민하게 이동하면서 피드백하며 경영하는 방식을 통칭한다. ‘OKR’ 역시 3개월 이하 단위로 목표와 핵심 결과를 규정하고 빠르게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부응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한 성과관리 방법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 밸리 글로벌 기업들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확산하고 있다. 게다가 ‘MZ 세대’, 즉 밀레니얼 이후 사회에 진출한 세대와 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들이 일터 현장의 주체로 합류하면서, 이 세대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기업들은 매우 빠르게 시대의 변화를 타려고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는 디지털화와 콘텐츠화를 촉발하면서 마치 내리막길을 달리는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고장 낸 것처럼 우리의 삶을 제어 불가능한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기업 경영에서 기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자신의 사명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기업의 존재 목적과 자신들의 본래의 고객가치에 집중하는 기업들이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환경을 보호한다는 사명에 집중하면서 친환경 소재의 확산과 중고제품의 보상판매,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하면서 세계인들에게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열광 고객들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반대로 변화는 빠르지만 사명보다는 지배력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의 분노나 불매운동은 사업 철수로 이끌기도 하고, 심한 경우 브랜드가 없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능력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에게나 신앙생활을 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모두 필요한 능력이다.
신약 성경 시대에도 이런 변화는 극심했던 것 같다. 세계사적인 변화를 맞이하던 로마의 전성기 시대에 바울은 로마서의 후반부에서 결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신앙의 동지들에게 이렇게 권면하고 있다. “너희는 이 세상을 따르지 말고…”(롬 12:2, KJV).
지금은 소비의 시대이다. 소비가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무엇을 입고, 먹으며 어디서 사느냐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믿는 시대가 되었다. 이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옳다. 너의 생각이 옳다. 너의 욕구도 옳다.” 그리스도인 경영자들도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수많은 유혹에 처해 있다. 가령, 약간 부풀리기만 하면 수주할 것 같은 견적서 작성의 유혹이 있다. 협력 업체에 조금만 압력을 넣으면 단가를 인하할 수도 있다. 직원들을 좀 더 압박하면 결과가 더 빨리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결국 다시 경영자 자신에게 파괴적으로 돌아오게 된다. 견적서는 네고의 압박에 놓이게 되고, 단가 인하를 당한 파트너사는 품질 불량이나 서비스 저하로 답하게 되며, 야근을 거듭한 직원은 결국 사직서를 들고 “드릴 말씀 있는데요”라며 사장실 문을 두드린다.
나는 경영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40여 명의 젊은 세대들과 함께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다.” “네가 하는 일 자체가 예배이고, 섬김의 행위이다.” 경영 컨설팅 현장 역시 이 원리에 집중하고, 방법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 세상을 따르지 말라!”
‘코로나 19’의 시대는 오래 갈 것이다. 극단적 ‘애자일’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극단적 ‘래디컬’(radical)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즉 복음에 목숨을 걸고 지키는 ‘래디컬’을 갖자. 하지만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애자일’하게 변화하고 섬기는 다양성을 갖자. 그러면 우리와 다음 세대가 이 세상이 찍어내는 대로 살아가지 말고, 진리에 대해서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이 시대와 사람들의 필요를 따라 풍성함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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