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최근 많은 이들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합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야기된 이 특별한 역사적 계기는 환경과 기후 문제 및 생태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특별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기후 전문가이자 생태 전문가이신 김정욱 교수님을 모시고 뉴노멀 시대 문제의 본질과 우리 생활 영역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향후 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처 또는 대응이 무엇일지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고자 합니다.]
대 상 :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前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대표)
인 터 뷰 어 : 박동열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
일시 & 장소 : 2021년 4월 27일(화), AM. 10:00. 서울대 사범대(10동) 409호(세미나실)
사진 & 정리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박동열 : 교수님, 최근 여러 학자들이 ‘코로나 19’ 이후 ‘뉴노멀 시대’, 다시 말해서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역사적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비대면 강의, 학생들과 새로운 만남의 방식에 적응하면서, 정말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수님은 동의하시는지요.
김정욱 : ‘뉴노멀 시대’라는 말, 저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이 ‘코로나 19’ 이전과 크게 달라졌으니까요. 그러나 앞서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코로나 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즉 에이즈,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돼지콜레라, 돼지열병 등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80여 가지나 돌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19’가 진정된다고 해서 끝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야생에 있는 바이러스는 약 8백만 종이나 되거든요. 또 ‘코로나 19’ 때문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 같은 대단한 나라들도 경제성장률이 약 10% 정도나 감소했는데요. 심각하지요. 그러나 제가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은 기후 변화 문제입니다. 큰 과제인데요. 작년에 우리나라, 일본, 중국만 하더라도 홍수, 태풍 등 피해가 엄청났지요. 그래서 뉴노멀 시대는 단지 ‘코로나 19’에만 관계된 의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의미로든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으로 살아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렇게 저는 뉴노멀 시대 개막을 여러 차원에서 보고, 인류는 이제 반드시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박동열 : 우리 시대의 위기와 관련해서, 환경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특별히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진단의 의미가 무엇인지 교수님께 조금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김정욱 : 기후 변화 이야기인데요. 앞으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만 더 올라가면 큰 문제가 생겨서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울 걸로 봅니다. 2℃가 올라가면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고 바다의 산호초가 전멸하고,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몇십억, 기후난민도 몇억 명이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작년인가 예멘 난민이 백 명 정도 오니까 난리가 났지요. 못 받아들이겠다고. 수억 명의 난민이 동시에 생기면 감당할 수 없지요. 그래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하기를 1.5℃로 낮추어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는 온실가스가 하나도 나와선 안 된다는 겁니다. 모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탄소 중립’ 같은 것이지요. ‘탄소 중립’이 앞으로 인류가 살길이라는 것이고, 인류는 여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지금까지와는 정말 다른 방법으로 살아야 하고, 모든 나라의 경제 시스템이나 사회 시스템도 바꿔 나가야 하는데, 저는 사실 이러한 것을 뉴노멀로 불러야 한다고 봅니다.
박동열 : 우리가 이러한 뉴노멀 시대를 살게 되었다면, 이제 그에 따른 구체적 의식 전환과 생활양식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정욱 : 생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가령 현재 우리 한국 사람이 보통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안 되지요. 자기 몸무게의 수천 배의 자원을 쓰고, 수천 배의 쓰레기를 만들어 버리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거든요. 한 사람이 쓰는 에너지가, 우리보다 몸무게가 천 배 이천 배 무거운 고래가 일 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는 만큼인 거예요. 그런데 실질적인 변화가 있으려면 모두 의식이 변하고 힘도 합해야 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많지는 않습니다. 자원 아끼고, 에너지 아끼고 하는 거. 그게 정부 정책이 따라가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국민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런 인식을 바꾸고 협조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 교회가 참 많고 신도들이 많은데 교회들만 정신을 차리고 해 줘도 분명히 바꿀 수가 있는데요. 제가 일을 해 오면서 느끼는 안타까운 것은 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는 일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 개신교거든요. 저는 이것을 우리가 빨리 벗어나면 좋겠는데요. 이것은 기독교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지금 기독교에 독이 너무 많이 퍼져있지 않나 해요. 기독교가 중요하고 좋으니까 마치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서 계모가 독을 가장 맛있는 사과에 넣었듯이, 사탄이 여기다가 독을 푼 것은 아닌가, 어서 빨리, 해독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동열 : 우리 인간은 성경이 말씀하는, 즉 하나님께서 창조한 세상에서 맡겨주신 청지기 사명을 잘 감당해야 했었으나 그러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반성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김정욱 :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들은 존경심을 가지고 가꾸어야 했는데, 그 생각이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거든요. 베이컨(Francis Bacon)이 했던 말, 인간은 자연을 원하는 대로 복종시켜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주장인데, 그리스도인들이 잘못 받아들여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지요. 미국에서 조사하니까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일수록 자연을 우리 이용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해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러나 본래 유대인들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중세 때 저명한 유대인 철학자 마이모니데스(Maimonides)가 바르게 이야기했듯이, 모든 만물은 하나님이 그 자체를 위해 창조하신 것이지 다른 피조물을 위해 창조하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다면, 마땅히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아껴야 합니다. 성경은 우리를 주인이라 하지 않고 나그네라고 했잖아요. 나그네면 나그네답게 잠시 허락받은 것을 깨끗하게 잘 쓰고 보존해야 하지요. 우리는 굉장히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하나님이 정성 들여 만든 것을 우리가 잘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동열 :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기독교 환경운동 영역의 오랜 리더이시고, 오랫동안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대표로 활동을 하셨지요?
김정욱 :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녹색교회라는 운동을 하는데 저도 동역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정보도 서로 나누고 교육도 합니다. 그리고 교회가 지역 사회에서 할 일도 많이 있잖습니까? 특히, 지방에 가면 지역 사회의 중심이 되는 교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교회는 지역의 자원순환과 에너지 보급을 원활하게 한다든지, 에너지 절약과 물건 나눔을 실천한다든지, 농산물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다든지, 직거래로 좋은 먹거리를 바로 먹는 운동을 한다든지 이런 일들을 하고 있거든요. 또 예를 들어 절전소를 만드는데 각 가정마다 전기를 얼마를 줄여 썼다고 써내고요. 아직 함께하는 교회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대형교회는 드물고 주로 작은 교회들이 하고 있지요. 그래서 잘하는 교회에는 ‘녹색교회’라는 명칭을 줍니다. 그냥 하겠다 하면 무조건 가입이 되는 것은 아니고 보여주는 것이 있어야 하지요.
박동열 : 그동안 환경운동을 섬겨오시면서, 보람과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정욱 : 보람 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고요. 하고 싶은 일, 누구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정부에서 특별히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정부의 기후 정책을 세우는 일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데 고맙게 생각하죠. 지난 날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요. 저처럼 환경 일을 하다 보면 항상 부딪히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사회적으로 찬성과 반대가 있는 것을 하다 보니까 협박받는다든지 하는 말도 듣기 마련인데요. 그렇다고 제가 옳다고 소신있게 생각하는 일에 방관하고, 말도 안 하고 그냥 있는 것은 더 어렵지요.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때문에 저는 그 어려움을 선택하는 것이 다른 선택을 하는 것 보다는 쉬웠다고 말하고 싶네요.
박동열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뉴노멀 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멋진 시민 또는 그리스도인 상(像)은 어떤 것일까요?
김정욱 : 우리 시대 건강한 분들은 우선 너무 편하게 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현재 너무 편함을 추구하다 ‘코로나 19’ 같은 팬데믹 감염병을 만났습니다. 또 고기 섭취를 절제해야 합니다. 우리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요. 현재 전 세계는 큰 동물들, 고기 동물만 거의 살고 있어요. 닭이 약 200억 마리, 소, 돼지, 양 이런 것들이 각각 10억 마리씩 되거든요. 야생동물은 많아야 100만 마리 정도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하나님이 본래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사람이 고기만 먹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동물을 아주 좁은 땅에 가두다 보니 병이 많이 돌아요. 그러니까 항생제를 사료에 섞고. 면역이 약해지니까 조류독감, 돼지열병, 돼지콜레라 이런 게 막 돌아다니는 겁니다. 그런데, 병든 돼지를 죽이는 것은 그 병이 사람에게 오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음식을 아끼는 분들이 되어야 합니다. 사실 식량을 얻기가 얼마나 힘들어요. 그렇게 고생해서 농사지은 식량 가운데 4분의 1을 먹지도 않고 버립니다. 그리고 3분의 1은 가축들에게 먹이는 사료로 씁니다. 우리는 이렇게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고, 이 자원이 순환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는 것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특히 교회 차원에서는 지역 사회와는 재생 에너지 만들기, 물건 서로 교환해서 쓰기 등을 협력하고, 농촌과는 직거래를 통해 수확한 것을 바르게 유통할 수 있도록 도우면 좋겠습니다.
박동열 :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 큰 어른으로서 이 뉴노멀 시대를 지혜롭게 감당해야 할 우리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한 마디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정욱 : 뉴노멀 시대는 삶이나 직장 구조가 많이 달라지는데, 이것을 우리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는 큰 직장에 매달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테니 힘을 내라는 말, 또 ‘기학연’(기독교학문연구회)도 보니까 젊었을 때 현실보다는 이상을 붙들고 더 가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모였던 분들이 나중에 보면 결국은 성취하게 된 것을 보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청년들이 단지 직장을 얻고 취직만을 하려고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뭔가 일을 직접 만들거나 세워가는 일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기본소득 제도 같은 것을 통 크게 제대로 시행해주면 좋겠다고 봅니다. 기본소득을 주면 그거 받아서 놀고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기본소득, 그거 얼마나 된다고 거기에 매달려 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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