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내 삶을 해석하고 싶었고, 해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학을 만났고, 펜을 들기 시작했다. 릴케(Rainer Maria Rilke)의 말처럼 가장 조용한 시간에 내면에서 일어나는 가장 깊숙한 느낌을 통해서만 답을 구할 수 있는 의문들에 대한 사유의 시간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너는 꼭 작가가 될 거야”하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한 말에는 힘이 있어서 때때로 스스로의 마음가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법이라 그렇게 글을 쓰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작가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만난 어린 친구로 인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어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10년이 지난 어느 날, 하나님께서는 내가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기억나게 하셨다.
당시에는 미세먼지가 무척 심각해 어린 친구들에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이 시행 되었고, 공공기관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조치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였다. 내가 당시 근무하던 기관에도 이러한 제도에 발맞추어 건물 전체에 넝쿨 식물을 심어 에너지 절감 효과를 위한 조치가 시행되었다. 매일 나는 아이들과 지내며 창문 너머로 설치된 그물망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날 평소보다 늦게까지 직장에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 혼자 교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던 때였다. 어디선가 문장이 내게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글이 차고 넘칠 때까지 그냥 두어라”라고 말씀하셨던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는 지난 1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많은 연단을 통해 내 안에 글이 차오르도록 하셨던 것이다.
그날 밤,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믿음으로 길을 나섰던 아브라함처럼 쓰고 있는 글이 어디로 갈지 알 수도 없었고, 어떤 글이 될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쏟아지는 글이 활자로 나타났을 때, 나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을 알게 되어 원고를 투고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작은 기대감조차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나는 공모전 투고 후 오래전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독이곤 했다. 스토리 공모 대전은 3개월에 걸친 세 번의 심사 과정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원고를 투고하고 내 안에는 부정적인 마음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루어진 적이 없잖아, 이번에도 그럴 거야”하는 마음이 스스로를 아프게 찌르기 시작했고, 나는 연약한 마음을 붙들고 하나님께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나님, 당신이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는 분이신가요?” 나는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들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 여호수아의 말씀을 묵상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 주님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고은아. 너 왜 고개를 숙이고 있니? 내가 네 마음 다 알아. 고개 숙이지 말고 이제 일어나렴.” 그날부터 하나님의 사랑이 내 안에 사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전적으로 하나님을 믿으며 나아가는 삶의 태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심사받는 기간 동안 내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아니라 매일 하나님을 신뢰하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갖기로 작정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시간을 정해 골방 예배도 드리기 시작했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반복적으로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 선교사님의 유명한 이야기도 듣게 하셨다. “하나님으로부터 위대한 일을 기대하십시오. 하나님을 위하여 위대한 일을 시도하십시오.”(Expect great things from God. Attempt great things for God).
그 말들은 내 마음을 열어주었고, 확신을 주었다. 그렇게 하나님께 삶을 내어드리기 시작하자 나의 모든 문제와 이유를 넘어선 하나님의 개입하심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9년 스토리 공모 대전에서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환경 동화 <잠시, 후>라는 작품으로 ‘청년 작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마주보는 연습을 하도록 인도하셨다. 더욱이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교만함이 아닌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무릎을 굽혀 낮아져야 함을 깨닫게 하셨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동화를 집필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두 번째 동화 <나의 바다>가 출간되었다. 앞으로도 하나님이 주신 ‘글’이라는 선물로 하나님만을 높이고, 나의 글이 예배가 되어 빛이신 하나님을 전하는 통로로 사용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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