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뉴노멀 시대 구원의 첫 걸음. 소득의 현재를 이해하다
<소득의 미래> / 이원재 / 어크로스 / 2019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 그가 네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음이라(신8:18)” 하나님은 가나안 입성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시며 훗날 그것이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하라고 당부하신다. 전쟁 폐허에서 한국은 50년간 매년 7~15% 기록적인 고도성장을 이루며 GDP 89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경제성과를 이루었다. 이 기간 한국 개신교회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는데, 성도님들의 헌신과 헌금으로 더 많은 분들을 맞이할 큰 예배당을 짓고, 목회자 중심 사역 시스템과 그룹 모임들을 완비해 단기간 내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 열매들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세상에 열심히 증거 했다. 이제 고도 성장기는 끝났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3저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며 기존 고도성장기 행동양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 역시 IMF 기점으로 저성장에 접어들며 뉴노멀 시대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양에서 질로, 단일성에서 다양성으로, 목표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단기에서 지속가능으로 나아가며 이러한 양식을 지닌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교회는 찬란했던 고도성장기 신앙양식만 붙들어서인지 뉴노멀 젊은 세대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인류 구원의 목적을 갖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궁전이 아닌 여인숙 말 먹이통에서 태어나시고, 엘리트 직업이 아닌 석공(tekton=builder, 막6:3) 일을 하시며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셨다. 젊은 세대에게 외면당하는 한국교회 미래를 위해서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와닿지 않는 도그마들을 멈추고, 잠잠히 삶의 낮은 자리로 나아가 영혼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들여다봐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원재 저작 <소득의 미래(2019)>는 현재 뉴노멀 시대 소득구조의 변화와 냉혹한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도서다.
경제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소득 관점에서 한국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안정적인 일자리 감소가 각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책 줄거리를 소개하면 글로벌 경쟁시대 중국, 베트남 등 공장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며 한국 고도성장을 주도한 제조업의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 창출이 와해됐다. 또한 IMF를 겪으며 기업생존 차원의 제도적 해고유연화가 가속화되고 IT기술로 노동력이 대체되며 정규직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소득처를 잃고 가난해진 반면 얼마 남지 않은 수출 중심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차지한 소수의 사람들은 글로벌 마켓에서 큰 매출을 달성하며 급속히 부유해졌다. 그렇게 소득편중 격차가 급속도로 증가되었는데 90년대 이후 대한민국 상위10% 소득의 전체 국가소득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특히 대기업 오너 대표이사들의 연봉과 배당소득이 개인당 100억원을 넘어서기 시작하며 상위1%의 전체 소득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고도 성장기 안정적 일자리 소득으로 중산층은 부유해질 기회를, 서민층은 중산층이 될 기회를 누렸지만, 저성장 시대 이러한 기회는 사라졌다. 소득편중은 자산편중, 권력편중으로 이어졌고, 슈퍼 근로소득은 슈퍼 자본소득과 세습 자본소득으로 이어지며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흙수저라는 상위 1%, 10%, 나머지 90%간 격차가 고착화됐다. 뉴노멀 시대 안정적인 일자리가 무너지며 정규직 가장 중심의 자녀, 노인 부양 시스템이 붕괴됐다. 소득 불균형으로 가족 부양 의무를 질 수 있는 가구주가 줄어들고, 진로와 일자리를 찾아 흩어진 1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 관계가 변하였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공무원, 공기업 시험 준비에 기약 없이 매달리고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으로 몰려갔다. 안정적 일자리에서나 수월한 혼인, 출산, 자녀양육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합리적 선택 역시 뉴노멀 청년세대의 필연이 되었다. 장년들은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앞당겨지는 은퇴시기를 바라보며 더 이상 노후를 자녀 세대에게 의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동산, 주식 등 자본 소득 마련에 집중한다. 고도 성장기 자산을 마련하지 못한 노년들은 자녀에게 부담될까 외로이 살아간다.
저자는 뉴노멀 시대 벌어지는 현실을 자세히 조명한 후 후반부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부의 분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장한다. 고도 성장기의 고임금 정규직 일자리 창출은 더 이상 비현실적이기에 불안정한 일자리 환경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을 지급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할 것을 주장한다. 대기업의 막대한 수익 창출에 있어 과학기술 연구지원 등으로 간접 기여한 정부가 이러한 수익의 사회분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많은 사용자 데이터 참여로 낸 플랫폼 수익에 대한 증세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과 반론, 예상되는 자유노동 효과와 경제적 효과를 간단히 소개하고 한국형 기본소득제 가능성을 모색하며 책을 마친다. 책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소득편중이 심한 사회는 경쟁과 갈등이 심해지고, 공동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사회적 신뢰와 이타심이 낮아진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입성 후 향후 발생할지 모를 극심한 소득편중 격차가 해결되도록 시내 산에서 모세에게 희년을 명하셨다. 비록 성경에서 희년을 지킨 내용이 없어 그 효과를 알 수 없지만, 반대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 처참한 결과를 우리는 이스라엘과 온 인류역사에서 수없이 목격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뉴노멀 시대 소득편중 해결 모색 차원의 기본소득 담론은 매우 바람직하다. 단,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 목표로,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하고, 부유한 집단을 단편적으로 적대시 않고, 자발적 참여형 분배문화를 먼저 조성하며, 정부가 분배자 역할에 취해 절대로 비대해지거나 부패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기본소득 등의 소득편중 해결 논의가 사회적으로 더 활발히 진행 돼야 한다.
비록 책에서 소득편중 해결책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함에도, 이 책은 뉴노멀 시대 소득편중의 사회적 상황을 드러내어 시대적 무게를 공감하게 돕는다. 뉴노멀 소득편중은 개신교회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대형교회, 중형교회, 그 외 교회 간 더욱 고착화된 격차, 리더분들의 물질적 타락과 대형교회세습, 세상과 다르지 않은 어찌 보면 더한 기독교인들 삶의 물질주의 민낯이 사회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저성장 시대 교회는 고도 성장기 때 구축한 큰 예배당과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성도들을 유치하기 위한 무한경쟁 늪으로 빠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새 시대와 옛 시대의 간극에서 기인한 위기는 오히려 건강한 새로운 표준(뉴 노멀)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목회자 중심, 큰 예배당 중심이 아닌 예수 가치 중심, 삶 중심의 연합 공동체로 교회는 나아가야한다. “하나님(말씀) 빼고 다 바꿔!”의 변혁적 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회는 오래된 관습을 외로이 주장하지 말고, 잠잠히 영혼들이 처한 새로운 삶의 무게에 공감하기 위해 영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특히 뉴노멀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여호와를 기억할 삶의 물질적 열매를 얻을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고도성장기 가나안 입성을 주님 안에 처음 준비하고 성취한 아비 이스라엘 세대들과 달리, 지금 청년 이스라엘은 끝없는 경쟁 속에 언제 열릴지 모를 가나안 입성을 위해 새벽부터 기나긴 줄을 서있다. 이미 가나안에는 오래전 입성한 아비 이스라엘이 가득하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필요한 복음은 무엇일까? 믿음으로 열심히 살라는 격려일까? 감사하며 만족하고 살라는 위로일까? 얼마 전 유명 TV에 소개되신 이문식 신부님 사연에 해답이 있다. 대학로 고시원에서 지병과 굶주림으로 죽은 한 청년의 소식을 들으시곤, 청년들이 싸고 편하며 양껏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김치찌개 식당을 정릉에 열어 열심히 섬기시는 신부님의 영문 밖 사역에 뉴노멀 시대에도 변함없이 쫓아야할 구원의 예수님이 계시지 않은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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