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뉴 노멀 시대의 노동을 생각한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대니얼 서스킨드 / 김정아 역 / 와이즈베리 / 2020
대니얼 서스킨드(Daniel Susskind)의 책,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디지털 기술이 사회와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의 미래를 보여준다. 단적으로 20세기 초 자동차가 대량생산되면서 마차가 사라졌듯이 21세기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교통운수업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다. 세탁기가 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 활발해졌다는 주장처럼 노동의 형태로 새로운 ‘노멀’(normal)로 나가고 있다. 자동화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고도의 계산력과 추론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의료, 법,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전문직의 영역까지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변화는 필연적이다.
서스킨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영국 총리와 국무조정실의 정책자문관으로 일했다. 그는 이 책에 앞서 그의 아버지 리처드 서스킨드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라는 책을 쓰면서 전문직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책은 더 극단적인 제목을 붙였다. 원제 <A World Without Work>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노동이 사라지는 것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될 것이라 예견한다.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고,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적 노동, 전문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인간 고유의 역량을 발휘해 노동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분야가 줄고 있다. 나아가 대부분의 육체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일자리는 급격한 기술적 실업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화된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시급해졌다. 실업 인구의 범죄, 건강, 적은 소득으로 인한 의식주 문제, 교육, 나아가 세수의 부족, 소비 침체 등 심각한 사회 경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저자는 예상되는 문제에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부의 재분배를 담당하는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일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경제적 지원을 하는 기본 소득 정책도 대안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은 학벌 중심에서 평생 교육 체계로 전환하여 언제든 유연하게 새로운 고용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미 주변에 보이는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현실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결국 노동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그간의 산업 혁명기처럼 기술적 실업과 이로 인한 사회의 구조 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새롭게 재편되는 경제, 정치, 사회 질서 속에서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전환기의 시대, 일, 직업, 사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의 원천으로서 직업을 갖고 꾸준하게 일을 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기여하는 사역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코주부’(코인, 주식, 부동산)같은 자본 소득의 가치에 집중하는 시기에 그 고민은 한층 깊어진다. 자본을 이해하고 자본 소득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지혜로운 종의 자세인지, 우직하게 지적, 육체적 노동을 감당하며 일을 해나가는 것이 더 숭고하고 바른 삶인지 혼돈스러울 수 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더욱이 일자리의 위기가 가중되면 노동은 ‘질고’(疾苦)로 여겨지고 질고에 매인 삶의 의미는 평가 절하된다.
‘나만 뒤 쳐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소위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자신의 자리와 위치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현재의 일을 선택한 이유, 경력과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이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하나님께 영광 돌리고자) 하는 목표를 돌아봐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경제적 보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며 눈앞에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의 목적, 즉 사명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이후 사명을 이뤄가는 것은 결국 노동을 수반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노동은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 시대의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 단순히 거부감보다 장기적으로 자기 도구로 만드는 평생 학습의 태도가 필요하다. 서스킨드가 전문직의 소멸을 예견한 것처럼 오늘날은 다양한 개인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활약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시대다. 더 작은 생활의 아이디어부터, 의료, 법률, 전문 기술 지식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된다. 게다가 코로나는 비대면 온라인 환경을 정보, 쇼핑, 교육, 문화, 심지어 예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게 만들었다.
디지털 기술은 연결의 도구이며 연결은 영향력의 기회를 만들어낸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천, 수백만의 이용자들에게 유튜버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력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성’이 중요하다. 단기적 보여주기식 비전과 지식이 아니라 개인의 일생을 통해 겸손하고 진실되게 축적한 질 높은 콘텐츠가 결국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감동을 주며 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디지털 전환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대상들이 점차 등장할 것이다. 당장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가족들, 전환기의 부적응자들, 인간애에 목마른 사람들, 각박한 경쟁에 밀려난 사람들, 새로운 배움에 힘겨워하는 사람들, 일의 의미,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들, ‘복된 소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것이다. 이들에게 손을 뻗고, 빵을 주고, 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며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복음으로 거듭나게 할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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