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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지젝 & 이택광 / 비전CNF / 2020.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은 2020년 SBS 방송국이 ‘코로나 19’ 이후의 뉴노멀(New normal) 세상을 준비하는 석학 초청 강좌의 결과물이다. 초청된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ck, 1949 - )은 컬럼비아대학교, 파리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특히 정치이론, 정신분석학, 현대철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대중문화론 등의 전방위적 사유를 펼쳐왔다. 국내에는 여러 차례 방한 초청 강연과 번역서 <매트릭스로 철학하기>(2003), <팬데믹 패닉>(2020), <천하 대혼돈>(2020), <다시, 마르크스를 읽는다>(2021) 등으로 알려져 있다.
책의 핵심 내용은 슬라보예 지젝과 그의 한국인 제자 이택광 교수(경희대 영미문화 전공 교수)의 국제 화상 대담이다. 우리는 현재 묻는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일까? 또 우리가 뉴노멀 세상을 지혜롭게 준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은 그 문제들에 대한 지젝의 답변으로 안내한다. 10가지의 화두로 정리된 그 통찰과 혜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에게 익숙했던 과거의 일상은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 ‘코로나 19’와 함께 도래한 새 시대의 시작을 우선 인정하고, 다른 생활 양식에 적응해야 한다. “코로나라는 악몽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코로나가 비극적인 이유에요.”(60, 66면).
둘째, 다른 방식의 종말을 원한다면 맞서 싸울 전략을 수립하라! 우리에게는 주어진 큰 도전에 맞서 싸우기 위한 새 전략이 필요하다. 그에게 문제는 이렇게 포착된다. “전 지구상에서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코로나 19’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특권층은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받고,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으면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은 위험을 불사하고 나가서 일을 해야만 해요. 누군가는 음식을 포장해야 하고, 누군가는 음식을 포장해야 하고, 누군가는 배달을 해야 하죠.(69, 70면)
셋째, 급소를 가격당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지젝에 따르면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자본주의를 더 막다른 골목에 몰아 놓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엄청난 재어 능력을 갖게 되었죠. 대기업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디지털 미디어는 점점 더 통제되고 있어요.”(89면).
넷째, 세계는 연결되어 있고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지젝이 파악하는 뉴노멀은 이런 것이다. “위기는 계속될 것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생활 모습이 나타나겠지요....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수많은 뉴노멀이 있겠지요. 아마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94-95) 반면에 영화 <자도즈>(zadoz, 1973), <엘리시움>(Elysium, 2013)처럼 “극히 선택받은 사람들만 안전하게 격리된 생활을 하는 그런 상황인데, 이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된 겁니다.”(102면)
다섯째, 코로나 시대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관리가 전체주의적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 지젝은 이렇게 답했다. “제 이스라엘 친구들이 해준 말이 있어요. 이전에도 권력자들은 이미 감찰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죠.....지금은 최소한 공공의 안전이라는 ‘선한 이유’로 통제당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한다면 그거야말로 허황된 두려움이에요.”(125).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강한 국가가 필요합니다.”(129면)
여섯째,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명하라! 지젝은 인류 공존을 위한 새로운 법칙으로 특별히 의료서비스나 식량같은 공공재를 함께 나누려는 같은 반자본주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답을 구할 수 없어요. 인류가 계속 공적 영역으로 남겨야 할 부분들을 지키고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132). 그는 새로운 세상이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귀결을 경계하는 것이다.
일곱째, 격화되는 미·중 갈등, 국제 질서의 미래는? 지젝은 중국과 미국 중 어느 곳도 우리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는데요, 글쎄요.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지만 시장경제는 살아있는 잔혹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그리고 사람들의 신뢰를 잃은 힘센 정부를 가진 중국만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163).
여덟째, 전 지구적 나눔과 협력이 신국제주의 질서가 되어야 한다. 뉴노멀은 최소한의 공공 영역을 보장하고, 국가적 이기심을 버린 인류애(humanity)가 존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세계는 함께 가야 합니다. 이기주의를 버려야 해요. 이젠 남들과 연대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 됐어요. 길게 보면 내 이웃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기 때문이에요. 저쪽에서 수천 명씩 죽고 있는데 이쪽만 안전할 수는 없어요.”(175-176면).
아홉째,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있다. 지젝은 친환경적 시스템으로 경제 구조를 재건해야 한다는 피케티(Thomas Piketty)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그의 중앙집권화된 세계 정부론에 대해서는 깊이 우려한다. “세계정부가 존재하게 된다면, 그 강력한 힘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183).
열번 째,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세상을 파는 가게 앞에 서 있어요.” “우린 이제 정해야 해요. 예전 상황은 지나갔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해야 할 때가 온 거예요. 신기원의 순간인지도 모르겠어요.”(189). (* 지젝은 셰클리(Robert Sheckley)의 소설 <세상을 파는 가게>(Store of the Worlds, 1959), 즉 핵전쟁 이후 사람들이 좋았던 과거를 잠깐이라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친다는 이야기에 빗대어 기로에 선 현재 인류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이 이 책은 지젝의 혜안을 통하여 우리가 왜 기존의 노멀이 아닌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을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세상은 이미 ‘코로나 19’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 전인류적 도전과 과제 앞에 그리스도인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당신의 자녀를 향한 우연의 사건은 하나도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역시 능동적으로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고 맞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분명 우리가 그 지혜와 통찰을 구하는 과정에서 바른 말씀의 묵상과 기도의 방향을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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