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하나님을 위한 미국 되찾기 : 미합중국의 기독교 국가주의
추천 : 웨슬리 윈트어스 (선교사), 해제: 황영철 (성의교회 담임목사)
<하나님을 위한 미국 되찾기>(Taking America Back for God : Christian Nationalism in the United States) /
앤드류 화이트헤드(Andrew L. Whitehead) & 사무엘 페리(Samuel L. Perry) /
Oxford University Press, 2020.
<하나님을 위한 미국 되찾기>(Taking America Back for God : Christian Nationalism in the United States)에서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속적인 도덕적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많은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계속해서 그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나에게도 가장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두 저자, 앤드류 화이트헤드(Andrew L. Whitehead)와 사무엘 페리(Samuel L. Perry)는 모두 사회학 전공자들이다. 이들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여론조사와 대담 및 현장 방문을 통해서 먼저 정량적 연구를 했고, 그것을 다시 BRS(Baylor Religion Survey)와 비교하면서 얻은 결론을 모아서 이 책을 썼다. 트럼프 열풍에 대한 거의 최초의 사회과학적 연구라 할 수 있다.
본문에서 이들은 우선 미국의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이 주장할 법한 핵심 명제 여섯 가지를 상정하고, 그 각각에 대해서 ‘적극 지지’, ‘지지’, ‘반대’, ‘적극 반대’, ‘의견 없음’ 중의 하나로 대답하도록 했다. 이들이 만든 이 여섯 가지 명제들은 ‘기독교 국가주의’(Christian Nationalism)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현상을 표현한 것이었다. 여기서 기독교 국가주의의 핵심은 미국이 기독교 국가이며 기독교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미국 시민은 그리스도인이다.
이 책은 이렇게 기독교 국가주의에 대한 ‘적극 지지’, ‘지지’, ‘반대’, ‘적극 반대’의 범주를 정하고, 미국 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이들의 대응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기독교 국가주의가 현재 미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조사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그 과정에서 미국의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냈다.
저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도덕적 문제를, 기행, 흠결, 혹은 실수라고 부르면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서 사람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유익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를 도입한다. 즉 트럼프에게 설령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책이 기독교 국가주의의 이념에 유익하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기독교 국가주의가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저자들은 기독교 국가주의를 기독교와 동일시하지 않아야 할 것을 지적한다. 그것이 비록 기독교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기독교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종교적 열심과 기독교 국가주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멕시코 장벽, 이민자 금지 같은 문제에 있어서, 기독교 국가주의 옹호자들일수록 찬성이 높지만, 복음주의 신앙에 충실하고 개인 경건에 열심인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정책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을 무분별하게 트럼프 지지자와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한다.
기독교 국가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배타성과 미국 우선주의이다. 기독교 국가주의는 그리스도인 미국 시민인 ‘우리’와 그 밖의 ‘타자’를 쉽게 구분한다. 이 ‘타자’에 이민자와 타종교인들이 포함된다. ‘우리’가 아닌 ‘그들’은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세력으로 간주된다. 나아가서 하나님께 충성하여 복을 받은 미국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하에 있으므로 미국은 세계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멕시코 장벽을 쌓은 트럼프에게 많은 복음주의 신자들이 열광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멕시코 장벽의 정당성을 지지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구약 이스라엘 백성에게 성을 쌓도록 했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총기 소유권을 규정한 미국수정헌법 2조를 하나님께서 내리신 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기독교 국가주의가 얼마나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어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저자들은 기독교 국가주의가 결국 미국의 기득권 세력이 정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기독교 국가주의의 적극 지지층으로 갈수록 연령은 높아지고 학력과 수입은 낮아지는 현상은 보수주의 권력에 이용당하는 한국의 태극기 부대를 연상시킨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적극 지지자들이 주로 고졸의 농촌 인구였던 것을 상기시킨다.
이 연구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 문제를 반성하도록 했다. 기독교 국가주의의 기본 이념은 미국이 기독교 정신 위에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 신앙이 개인의 영역에 머물지 말고 사회적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프란시스 쉐퍼를 포함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주장과 상응하는 면이 있다. 이런 원리 아래서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창조론 교육, 이혼과 낙태 및 동성애를 반대하는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유사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정책을 반대하는 ‘우리’와 그것을 찬성하는 불신자인 ‘그들’과의 분리가 형성되고 그것이 때로 충돌로 발전한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때 그것의 이데올로기화를 막을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독교적인 가치를 소화되지 않은 종교적 원리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보편적 원리로 걸러낸 후에 사회에 적용하려 한다면 그것의 이데올로기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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