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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사회에서의 그리스도인의 대안적 삶에 대한 연구
온전한 지성/ <신앙과 학문>(2020.3) 논문 요약 소개
현대사회는 상품을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 ‘소비사회’로 흔히 규정된다.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늘 더 많이 소비하는 광적인 소비 욕구가 증대됨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소비 행위가 일상화된 ‘과소비 사회’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소비문화가 자리 잡은 현대 소비사회에서, 소비는 이제 개인의 삶의 목적이 되고 생활양식을 이루는 핵심 요인이 된다. 소비가 삶의 한 방편이 아니라 삶의 중심 및 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므로 ‘과소비 사회’에서는 물질적 만족은 즐거움의 원천이 되고, 물질적 만족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또한 ‘과소비 사회’에서 소비의 즐거움은 삶의 충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채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휘둘리고 종속된다. 특히, 지구촌화와 세계화는 소비문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 사회도 전 세계적인 소비 주도 사회로의 변화에 가세함으로써, 한국의 소비문화는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세계적인 변화 및 전개 양상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대중 소비시대로 진입한다.
과도한 소비 때문에 고갈되어가는 자연 자원 문제를 비롯해 이상기후 문제와 지구 온난화 문제 등 환경과 관련해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문제의 주된 원인은 원자재, 에너지, 각종 제품을 ‘언제나 더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끝없는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화된 대량 소비사회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끝없는 경제 성장이야말로 대량 소비사회의 본질이지만, 지구는 유한하기에 더는 끝없는 경제 성장의 길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된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은 ‘소비사회로부터의 탈출’이며, 이를 위해 ‘탈성장’이 제시된다. ‘탈성장’ 곧 ‘성장 사회’와의 결별은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탈성장’의 목적은 욕구의 자발적 제한을 기반으로 하는 ‘검소하고도 풍요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검소한 풍요로움’으로 특징지어지는 ‘탈성장 사회’야말로 문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자발적으로 선택된 검소한 생활에 기초한 사회는 나눔의 윤리와 실천 속에서 사회의 행복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므로, 이타심, 호혜, 공생, 나눔,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들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아무 대가 없이 거저 주는 ‘무상 공여’의 정신은 ‘탈성장 사회’를 세우는 데 핵심 요소가 된다.
과도한 소비와 물질주의로 나타나는 소비주의에는 사랑하고 베푸는 것 대신 차지하고 즐기는 것이 더 중시된다. 이처럼 소비주의의 중심에는 소유와 쾌락이 있기에, 소비주의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치 체계이다. 물질로 인해 느끼는 만족감은 한계가 있기에, 인간은 하나님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갈 때 궁극적인 참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즉, 진정한 영생, 진정한 행복과 만족은 오직 하나님에게 헌신할 때만 오는데, 하나님에 대한 헌신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면서 물신 숭배적 소비사회에 저항하라는 부름을 받는다. 소비사회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간 길을 따르는 삶으로 제시된다. 기독교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는 것, 인격적이며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세우는 것, 타인과의 연대 의식으로 결속되는 것이 소비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대안적인 삶으로 제시된다.
한국 사회의 소비문화 가운데 고도 소비주의 사회에 맞서는 대안 사회를 제시해야 한다. 소비사회 안에서의 그리스도인의 대안적 삶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기 위한 욕망의 절제, 불편의 감수, 이웃 사랑이라는 구체적인 실천 행위로 나타나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이 대안적 삶은 모든 것을 자신의 유익에 종속시키지 않는 동시에, 세상의 소비 욕구에 굴복하지 않는 행위로 드러나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이 구체적으로 취해야 할 대안적 삶은 환경보호론자들이 강조하는 에너지 절약, 쓰레기 배출 감소, 내구성 제품의 이용, 자동차의 포기, 낡은 물건의 수리 사용 등과 같은 사항을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결국, 고도 소비주의 사회에 맞서 대안 사회를 제시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대안적 삶은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비로 나타나야 한다. 또한 그 대안적 삶은 ‘검소하고도 풍요로운 사회’의 수립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이타심, 호혜, 공생, 나눔,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 같은 가치들과 더불어 ‘무상 공여’의 정신을 교회 공동체 안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주체로서 자신의 소비행위를 통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회가 ‘녹색 소비’, ‘지역 소비’, ‘공정무역’ 같은 ‘윤리적 소비’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소비 행위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회는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간접적 방법으로 ‘윤리적 소비’를 도울 수도 있다. 지역 교회는 ‘윤리적 소비’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교회의 소비자 운동은 일반 기업으로 하여금 인권이나 환경 문제,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공정무역 같은 사회 책임도 의식하게 함으로써 일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은 탐욕이 없는 존재이면서, 대가 없이 거저 주는 ‘무상 공여’의 정신으로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직접 표현하는 유일한 방식은 대가 없이 거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가 없이 거저 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를 나타낸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를 통해, 좌절이 근본적으로 치유된다. 왜냐하면 자신으로부터 해방된 그리스도인은 더는 다른 사람과 비교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선전과 광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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