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독일의 유물론 철학자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는 “인간이란 그가 먹는 것으로 이뤄진다”(Der Mensch ist, was er ißt)라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인간이란 그가 받아들이는 정보에 의하여 이뤄진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드는 것은 김치나 된장이 아니라 한국 문화, 한국 교육, 한국 사회로부터 받는 영향일 것이다. 특히 교육은 문화 전수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교육이 사람을 만든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 세계에서는 한국만큼 교육이 획일적인 나라도 많지 않다. 사립학교가 적지 않지만, 모두가 국가가 정해놓은 교과과정을 어김없이 따라야 하고 초·중·고 교육이 실제로는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공립학교와의 차이가 거의 없다. 대입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평가는 철저히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고, 따라서 어떤 특별한 이념이나 세계관이 개입될 틈이 없다. 거기다가 등록금 동결로 인건비까지 국가의 보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어 사립학교란 유명무실해졌고 한국 교육의 획일화는 공고해졌다. 이렇게 획일화된 교육으로는 역동적인 사회와 다양한 창조성이 장려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교육이 허용되는 것은 당연하고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생겨나므로 대안학교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와 함께 각종 이념과 종교적 신념에 입각한 대안학교 수백 개가 설립되었다. 그 가운데 절대다수는 기독교 계통으로 인가, 비인가 학교를 모두 합치면 기독교대안학교는 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모두가 다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시도하는 학교도 상당수 있다.
대안학교들이 운영되고 기독교대안학교가 많은 것은 물론 바람직하다. 우선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의 공교육은 사람들이 착각하듯 가치나 이념에서 중립적이지 않다. 철저히 인본주의적이고 세속적이며 과학만능주의적 세계관에 굳건히 입각해 있다. 기독교 세계관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신자라면 자신의 자녀가 그런 세계관을 수용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세계관은 차치하고라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자녀들이 적어도 하나님의 존재와 그리스도 사랑의 고귀함을 인정하는 정도의 교육은 받을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그동안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펼쳐 왔으나 다분히 이론적이고 아직도 모색단계에 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이 정도의 상태에서 머뭇거릴 수 없게 되었다. 기독교대안학교 상당수가 이미 기독교 세계관에 따른 교육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대표적인 기독교대안학교들과 기독교세계관동역회가 기독교 교육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협약한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이제 비록 완전하진 못하더라도 기독교대안학교 학생들에게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동역회’로서는 엄청나게 큰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지만 동시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독교 세계관이 기독교대안학교 교육의 전부일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인본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이념과 가치관,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을 충족시키려는 세속적 유혹, 그리고 홍수처럼 몰려오는 하급 정보들과는 거리를 둘 수 있을 정도의 비판적 지능은 갖추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관 교육이 불가결하다.
세계관 교육과 함께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교육목표를 제시하고 실현함으로써 기독교대안학교의 존재 의의를 확립하고 과시하는 것이다. 지금 공교육의 실제적인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지식과 창의적인 사고로 경쟁에 이기고 출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독교 교육의 대안은 이기고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 특히 약한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는 충성된 청지기를 양성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정보를 암기하고 정답을 찾는 지식 교육에보다 정의와 정직, 사랑과 절제가 내면화된 ‘인격 형성’(character building)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 교육은 말과 글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지식 교육은 앞으로 AI가 사람보다 더 뛰어나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런 교육은 경쟁에 이기기 위한 능력 배양이 목적인 지금의 공교육이 이미 힘써 수행하고 있다. 기독교 교육은 지식이 아니라 교육자의 모범과 학생의 삶과 행동으로 성경적 가치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이 죽은 것처럼 행동과 삶으로 나타나지 않는 지식은 참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기독교대안학교 교육자들은 특별한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인격과 신앙에서 공교육 교사들과 다를 뿐 아니라 훨씬 더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기독교 교육은 가능한 한 어릴 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백지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그다음에 들어올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기준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고등학교나 대학교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육이 더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독교 가정교육이다. 지금처럼 온갖 정보가 물밀 듯 밀려오는데 거기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준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대안학교의 뛰어난 교육이라도 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기독교대안학교는 기독교 가정교육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기독교대안학교들은 과거의 기독교 사립학교의 기능을 감당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경쟁에 짜드린 공교육의 효과적인 대안이 되어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라며, 동시에 한국 교회에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