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대안학교’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전후부터였다. 그러나 그 말의 개념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그 개념에 대한 상이한 이해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나라 기독교대안학교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독교대안학교의 개념은 이 용어를 구성하고 있는 세 단어, 즉 ‘기독교’, ‘대안’, ‘학교’ 에 대한 해석과 이들의 결합방식에 따라 달라져 왔다. 우리나라 기독교대안학교 운동의 역사에는 간략히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배경과 흐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1980년대 이후 불기 시작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영향을 받아 성경적 관점으로 교육을 보려는 노력이 배경이 되었다. 이 시도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오랜 전통의 기독교 학교(미션스쿨)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서 기독교대안학교를 등장시켰다. 이 흐름 속에서는 ‘기독교’, ‘대안’, ‘학교’의 세 요소 중 특히 ‘기독교’를 강조하면서 그 의미를 그 이전과는 달리 해석하였다. 즉, 기존의 기독교 학교들은 ‘기독교’를 ‘학교 교육’과 별개로 보는 이원론적 관점에서 교육을 기독교 신앙 전파의 방편으로 이해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독교적 관점이 학교 교육의 전반, 특히 교육과정에 스며드는 기독교대안학교를 강조하였다. 이처럼 ‘기독교’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이해하고 신앙과 교육의 통합을 추구한 학교들은 서구 특히 미국의 기독교 학교 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둘째는 1990년대 초부터 우리 사회에서 강하게 일어났던 대안학교운동이 배경이 되었다. 획일적 주입식 위주의 입시교육이 주류를 차지했던 공교육에 반발하여 설립된 대안학교들은 자율성, 자발성, 공동체성, 생태적 삶 같은 대안적 가치들을 교육의 모토로 내세웠다. 이 맥락에서 기독교계는 두 가지의 방식으로 반응했다. 먼저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기독교적 정신과 가치를 교육목표로 삼은 기독교대안학교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기독교대안학교들은 원조로 알려진 풀무학교를 모델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또 하나의 흐름은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기독교’를 ‘교회(당)의 활용’, ‘신앙교육’, ‘전도’, ‘세속으로부터 분리’ 등으로 해석하여 대안학교들을 설립하였다. 이 학교들은 교회 내의 교인 자녀들에게 분리된 환경 속에서 신앙과 교과 지식을 함께 가르치고자 했다.
이처럼 몇 가지 흐름 속의 기독교대안학교들은 2002년 이후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며 2017년 기준으로 272개의 학교가 설립, 운영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독교대안학교들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문을 닫는 학교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기독교대안학교 중 87%가 미인가로 운영된다는 점은 그 영세성을 엿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대안학교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대안이 되어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는 지속가능한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독교대안학교는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기독교’, ‘대안’, ‘학교’가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름을 인식하고 이들의 절충점을 찾아 기독교대안학교의 정체성으로 삼으려 한다. 이 경우에는 대개 ‘학교’의 성향이 약화되어 기독교대안학교는 교회와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반면 세 요소를 통합적으로 보려고 할 때는 이 요소들의 본질이 다르지 않음을 밝혀 각 요소들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통합체인 기독교대안학교의 본질을 추구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대안’ 교육은 공교육을 비판하며 등장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교육의 본질 회복에 있다면 ‘대안’과 ‘학교’는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다. 그리고 ‘학교’는 지식과 진리를 탐구하고 배우는 곳이고, 지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상대와 참된 관계를 맺는 일이며, 관계의 핵심에 사랑이 있다고 한다면, ‘학교’와 ‘기독교’가 추구하는 바는 유사하다.
둘째, 기독교대안학교는 외부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학교 조직은 사회환경에 문을 닫고는 존속할 수 없는 개방체제(Open System)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중시하는 ‘마을교육공동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기독교대안학교들은 학교의 내적 안정성을 확립하느라 외부와의 관계를 소홀히 해왔다. 학교의 내적 안정은 외부와의 건강한 관계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기독교대안학교는 다른 기독교대안학교들과 교회와의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이를 넘어 대안학교 그룹과 공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 교육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셋째, 기독교대안학교는 내적으로 소통 및 대화를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기독교대안학교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분명한 비전과 교육목표 그리고 엄격한 규범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는 기독교 학교의 속성상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대화가 일상화될 때 가능하다. 외국의 기독교 학교가 지닌 훌륭한 비전, 목표, 규범들을 맥락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이식하거나 그러한 것들을 고정불변의 것인 양 구성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요하는 일은 학교의 정체성을 화석화하여 생명을 단축시키는 길이 된다.
기독교(대안)학교는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새로운 접근방식의 헌신적 교육으로 희망의 빛을 비추어왔다. 그러한 역할을 지속하는 기독교 학교가 되기를 염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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