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독교대안학교는 ‘기독교적’이고 ‘대안적’인 ‘학교’이어야 한다. 세 가지 요소가 모든 기독대안학교의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요즘은 기독적이기도 어렵고 대안적이기도 어렵고 학교이기도 어렵다. ‘기독교적 대안’이나 ‘대안적 학교’나 ‘기독교적 학교’만으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때문에 결국 기독교대안학교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바보들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그 어려운 일을 너무나 용기 있게 감행하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시작했거나 부분적인 것을 실천하고 있으면서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세상에 대해 ‘기독교적’이어야 하고, 모든 비교육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대안적’이어야 하며, 배움과 성장이 있는 ‘학교’이어야 한다.
‘별무리학교’는 올해 10년이 된 충청남도 금산 산속의 기독교대안학교이다. 공교육 안에서 기독교적 교육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안정된 제도권 선생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들이 세웠다. 현재 초등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287명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있다. 네 가지의 가치를 붙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아버지 하나님께 죽기까지 순종한 그 삶을 따라 살려는 ‘제자도’가 첫 번째 가치이다. 그러한 제자도를 따르는 자들은 ‘공동체’를 이뤄 더 힘 있게 실천하기를 소망하는 것이 두 번째 가치이다. 그러한 공동체에게 하나님은 시대적 ‘소명’을 허락하신다는 것이 세 번째 가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소명을 가지고 개인과 개인이 속한 지역사회와 민족과 열방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게 하여 그분의 공의와 사랑이 드러나는 ‘샬롬’의 모습을 최종적으로 꿈꾸는 것이 네 번째 가치이다. 특별히 ‘별무리학교’를 통하여 교육계에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한다.
‘별무리학교’가 다른 기독교대안학교들과 구별되는 면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 가치를 반영한 ‘중핵교육과정’(learning core 혹은 core curricula)*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기독교 세계관을 반영한 가치는 교육과정으로 재해석되어 ‘별무리학교’ 학생 모두에게 심화 발전적으로 가르쳐지고 있다. ‘중핵교육과정’은 그 학교가 얼마나 기독교적으로 탄탄한 가르침들을 구현할 수 있는지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이 ‘중핵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되어야 하고 이 시대의 살아있는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중핵교육과정’을 통해 교과교육 과정에까지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투영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기독교 학교일 것이다. 그 과정은 세뇌나 주입이 아닌 자발적 선택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각 영역에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2016년부터 ‘별무리학교’는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다. 배우고 싶은 교과목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설계하도록 안내한다.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주는 것은 교사로서 많은 도전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개설 수업이 거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허락하는 것이고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자신의 교수 내용이 공개된다. 교과 교사로 선발된 선생님들은 교과 멘토링과 담임으로서의 조언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학교 안의 교수 요원이 감당할 수 없는 전문적 내용을 진로로 선택하고 학습하기를 계획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학교 밖의 전문 인력을 연결시키는 멘토링 플랫폼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학부모와 학교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에게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주길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으로 생각되는 것을 ‘별무리학교’도 똑같이 갖고 있다. 바로 졸업한 학생들의 출구 전략이 거의 대학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여건이 그렇고 구조적 문제라고만 이야기하기엔 너무 궁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미래대학, 대안대학, 창업 창직, 갭이어(Gap year)** 등 다양한 형태의 진로 선택이 더 풍성해지고, 학생들은 사회적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깨고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아갈 수 있는 많은 선택지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기독교대안학교의 미래와 비전을 밝히고자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2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독교대안학교들이 있고, 재기발랄한 갓 세워진 대안학교들이 있다. 또한 제도권에서 시행하는 혁신학교, 공립형 대안학교, 미래학교 등의 다양한 형태들이 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이끌고 있다. 심지어 제도권의 어떤 혁신학교들은 기존의 대안학교보다 대안성이나 학교로서의 면모가 더 탁월하다. 정부 차원에서 새롭게 준비되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교육과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주요 담론으로 맥락을 잡아가고 있다. 기독교대안학교들이 자기만의 좁은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교육적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파국은 너무나 자연스러울 것이다. 성경 속에 기록된 기독교의 가치는 이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 뛰어나다. 기독교대안학교들이 자신만의 한계로 그 가치를 스스로 가리는 일을 멈추고 서로의 장점을 나누며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미래교육, 가치 중심의 역량교육을 가장 근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곳은 기독대안학교이다.
* ‘중핵교육과정’은 ‘별무리학교’에서 만든 용어이다. 자체 개발한 기독교세계관, 가치교육, 역량교육의 총합을 지칭한다.
** 갭이어(Gap year)는 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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