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독교대안학교는 공교육에 대한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최근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는 여러 기독교대안학교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따라서 특별히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 기독교대안학교 현장의 대표적 리더이신 박현수 선생님(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정책위원장)을 모시고 기독교대안학교의 시대적 의미와 과제, 그리고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한 말씀을 함께 듣고 나누고자 한다.]
대 상 : 박현수 (별무리학교 명예 교장,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정책위원장)
인 터 뷰 어 : 박동열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
일시 & 장소 : 2021년 6월 7일(월), 정오 12:00.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사진 & 정리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박동열 : 오랫동안 공립학교 교사로서 재직하셨고, 또 ‘교사선교회’ 소속으로 많은 선교와 양육의 열매도 맺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별도의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셨던 이유는 무엇인지요?
박현수 : 저는 공립학교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학생들 및 교육대와 사범대 학생들의 제자훈련을 섬겼는데요. 기독교대안학교를 설립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학생들을 제자훈련 시켜서 교회에 연결해 주곤 했는데, 훗날 그 학생들을 만나면 많은 경우 교회를 다니지 않거나 전과 같이 살고 있는 점이 마음에 많이 걸린 것입니다. 둘째,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학교 현장에서 전도와 양육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장차 우리 사역에 한계가 올 것이 걱정되었지요. 결국, 다음 세대의 기독교적 양육의 비전은 공립학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대안학교를 세우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지요. 왜냐하면 미션스쿨들이 이미 존재했지만 예배드리는 것 외에는 공교육과 다를 바 없었기에, 기독교대안학교만이 교육과정 자체를 기독교적으로 재구성해서 그런 비전에 도전해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비전을 나누고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더불어 사표를 내고 별무리학교를 시작했습니다.
박동열 : 기독교대안학교를 섬겨오시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셨던 일과 가장 어려운 일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박현수 : 우리나라에는 그대로 따라갈 기독교대안학교 모델은 없다고 보았기에 스스로 만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우선 기독교대안학교 교육과정을 약 10년 동안 연구했어요. 또 직접 한동대와 고신대 석박사과정에서, 일부는 유학까지 가서 기독교 교육을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대안학교와 공립학교의 가교역할을 하자는 꿈이 있었고, 우리 교육과정이 장차 공립학교로까지 스며들게 하자는 비전이 있었는데요. 저는 현재 별무리학교가 그 꿈과 비전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보람은 맞춤형 학점제 교육과정을 시작하고 잘 정착시킨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에 맞는 공부를 스스로 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찾아내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수업은 학교가 개설하기도 하지만 학생들 자신이 수업을 개설할 수도 있고요. 교수진들도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멘토들이 있고, 대학교 교수님들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그분들에게 직접 배우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서 한 쿼터당(1/4학기) 400개에서 500개 정도의 강좌가 계속 돌아갑니다. 별무리학교는 2012년 48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3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박동열 : 그렇다면 선생님, 기독교적 교육도 좋지만, 아이들이 성장단계에 따라서 배워야 할 공적 지식도 있고 입시도 있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접목이 가능한 것일까요?
박현수 : 별무리학교도 기본적으로는 ‘국가교육과정’을 따라갑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허락된 것이고, 각 교과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본질적으로 기독교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입시는 모든 기독교대안학교들의 공통된 문제가 분명한데요. 우리는 고민 끝에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입시교육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것이었지요. 입시교육은 아이들을 서열화시키고 경쟁시키고 성공주의를 추구하게 만들며 세상의 물질주의 가치관을 따라가게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독교대안학교의 본질은 가치관과 삶의 태도에서 세상과 다르게 하자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입시를 전면적으로 포기하면 어느 학부모가 학생들을 기독교대안학교에 보내겠습니까? 따라서 우리의 대안은 현실 속에서 입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입시교육보다 결과적으로 더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신앙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사회적으로도 더 기여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별무리학교는 다행히 1기 학생부터 입시교육을 하나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기 진로를 잘 찾아갔고, 대학도 수시전형으로 많이 갔으며, 대학에 가서도 학생들이 잘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학과 성적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선한 영향력, 리더십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고무적인 결과가 있었습니다.
박동열 : 우리나라에는 현재 대안학교들이 숫자도 많아졌지만, 그 유형도 여러 가지인 것으로 압니다. 선생님께 그 학교들을 어떻게 유형화할 수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현수 : 유형은 대략 법적으로 보자면 ‘인가형’과 ‘미인가형’이 있고요. ‘인가형’에는 다시 ‘공립형’과 ‘사립형’이 있습니다. 또 공립형에도 ‘초중등교육법’ 60조 3항에 따른 ‘각종학교’로 인가를 받은 곳과 ‘특성화 대안학교‘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국가에서 교직원 인건비와 교육비가 지원됩니다. 다만 인가를 받았어도 ‘인가대안학교’는 국가 지원이 없습니다. 또 도시에 있는 ‘통학형’과 시골에 있는 ‘기숙형’으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요. 통학형 학교들은 도시에 대부분 위치하여서 아무래도 도시 인프라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에, 단점은 이 사회의 문화라든지 현상을 따라가기가 쉽다는 것이지요. 한편 입시교육과 관련해서, 입시를 추구하는 기독교대안학교가 있고, 별무리학교처럼 입시보다 그리스도의 제자를 키우는 데 방점을 찍고 공부하는 학교들이 있지요. 이 경우도 학생의 대학입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전형에 많은 응시를 하게 됩니다.
박동열 : 선생님께서는 현재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정책위원장으로서 관련법제정에 수고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법제화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계기, 그리고 그 의미를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현수 : 법제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5년입니다. 그때 대안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세금을 내는 문제였어요. 그중 부가가치세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는데, 법대로 내고 버텨낼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는 거예요. 10%를 내는데, 5년 소급하기 때문에, 한 번에 수억, 심지어는 십억 정도 나오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지요.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대안학교가 법의 보호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각종학교’ 인가를 받으면 되는데 왜 안 받느냐 하면 두 가지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인가형 대안학교는 인가기준이 상당히 높았어요. 그 때문에, 법은 생겼지만 실제로 인가받을 수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요. 둘째, 별무리학교처럼 인가기준을 다 충족했음에도 인가를 받지 않는 학교도 있었어요. 인가학교가 되면 교사선발권, 학생선발권이 모두 없고, 심지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도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하면 기독교 교육을 할 수 없지요. 그러면 공립학교에서 사표를 내면서까지 학교를 세운 이유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는 2015년부터 전문가들, 법조인들, 국회의원들과 함께 법제화를 준비했고 21대 국회에 와서 마침내 법이 제정될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2월 19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공표일은 올해 1월 13일이었기에, 시행은 2022년 1월 13일부터입니다.
박동열 : 그래서 현재는 후속 시행령을 함께 준비 중이시지요?
박현수 : 네, 1년 안에 시행령을 만들어야 합니다. 법은 국회에서 만들지만, 이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라서 교육부에서 만듭니다. 우리는 이미 교육부와 ‘민관협의’라는 것을 2016년부터 함께 가동해 왔습니다. ‘민관협의’는 교육부 대표, ‘기대연’(기독교대안학교연합) 대표, ‘대안교육연대’ 대표, 그리고 이 법 제정에 처음부터 관여했던 두 분 교수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교육부와 잘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시행령을 준비해 가는 과정도 그 연장선에서 같이 가고 있습니다.
박동열 : 그 시행령에 담길 대강의 내용, 그리고 그것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박현수 : 내용 중 큰 것은 등록 기준입니다. ‘대안교육기관법’은 이제 등록만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교육청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지요. 다음은 모든 학교가 등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등록 인허가 기준으로는 그럴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등록 기준을 낮추는 것인데요. 대출을 끼고 있느냐, 자가 소유냐, 교사의 자격증을 어떻게 할 거냐는 등 이런 기준들이 있거든요. 이 기준들을 현실에 맞게 만드는 것을 지금 시행령에 넣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안학교의 자율성 보장 문제입니다. 교육과정의 자율성, 교사선발권, 학생선발권, 교육과정 운영권 이런 것들에 교육청의 간섭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방향을 시행령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원래 법의 취지대로 자율적으로 기독교대안학교를 운영할 수 있기에 그런 내용을 시행령에 최대한 넣으려고 하는 겁니다.
박동열 : 현재 교육부와 첨예하게 논의 중인 시행령 안의 이슈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박현수 : 그중 하나는 교사의 자격 문제입니다. 전에는 반드시 교사자격증이 있어야 교사가 될 수 있었지요. 그런데 대안학교의 특성상 교사자격증이 없더라도 필요한 전문 분야의 선생님들도 필요하거든요. 이분들도 선생님이 되실 수 있는 길을 열어놨어요. 또 하나는 현재의 ‘사립학교 특별법’에 따르면 대출을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대안학교들에 사실상 대출을 금지하면 운영할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기 때문에 대출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작은 학교들은 거의 임대로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이 현재 교육부와 논의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동열 : 공감합니다. 한국의 교사자격증이 폐쇄적이어서, 또 교육재산을 가지고는 어떤 영리사업도 불가능하기에 충분히 예상됩니다.
박현수 : 그래서 우리가 역으로 교육부와 첫 간담회를 하면서 요구한 것이 있습니다. 뭐냐하면, 우리 초중등 교사자격증을 사범대에서 키워내서 자격증을 주잖아요. 그런데 법에 보면 대안교육센터를 국가에서 만들게 되어 있어요. 그 센터의 역할 중에 ‘교사연수회’가 몇 가지 들어 있거든요. 바로 그 교사연수를 현장에 넘겨라, 교사의 질은 현장이 책임지고 높이는 방향이 되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지요. 두 번째는 대안교육기관에서 교사를 키우는 교사자격증의 기준을 여기서도 만들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1급, 2급, 3급 교사자격증으로 대안교육기관의 교사로 양성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센터에서 맡고, 그래서 교사의 질을 높이자 이걸 요구한 거예요.
박동열 : 현재 한국의 기독교대안학교들이 직면하고 있는 함께 극복할 과제가 있다면 어느 것인지, 또 건강한 대안학교가 먼저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현수 : 첫째,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과 교사의 질입니다. 그런데 흔히 이 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특히 교회에서 설립한 학교 중에는 교사와 교육과정을 탄탄하게 준비하지 않은 채, 일단 시작하면 저절로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결코 아니지요. 건강한 기독교대안학교는 반드시 교육과정과 잘 준비된 교사들과 더불어 교육 철학과 실천 방안에 일관성이 있어야 질이 담보됩니다. 또한 학생을 잘 키워낼 수 있습니다. 둘째, 기독교대안학교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유형이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교육과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돕고 관리하는 ‘연합체’가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기대연’ 사무국이 이미 있고 거기서 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너무 약해요. 이 역할이 캐나다의 사례처럼 커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 ‘연합체’가 연구소 형태든 아니면 센터 형태든 실질적으로 전문 역량을 갖추어 도움을 주며 질을 높여갈 때 기독교대안학교에는 밝은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셋째, 최근 너무 많은 교회들이 직접 기독교대안학교를 세우려고 하는데요. 저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교회는 이미 있는 학교들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동역하거나 전문가 교수님들을 후원(지원)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박동열 : 대안학교의 선생님들은 월급 등 여러 근무 여건이 실제 열악한 가운데서도 헌신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선생님들에게 어떤 응원과 당부의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박현수 : “하나님께서 당신을 교사로 부르셨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권위는, 물론 부모님들이 권위를 위임해 줘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양육하고 있다는 점에 있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로만 바라보면 어려운 길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것이 곧 그리스도인 제자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헌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40년 동안 교사선교회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바를 이렇게 전합니다. “그냥 붙어만 있으십시오. 끝까지 남아계시면 하나님이 알아서 쓰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선생님들을 통해서 다음 세대들이 커가는 영광을 보게 하시고, 그것이 면류관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 반드시 그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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