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매일 해야 하는 일, 매주 해야 하는 일, 매년 해야 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 학기가, 그리고 한 학년이 마무리되곤 한다. 늘 올해는 좀 더 좋은 그리스도인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어느새 끝나버린 학급이 여섯 학급.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7년 차 기독교대안학교 교사가 되었다. 이 글을 제안받았을 때 내가 기독교대안학교 현장에서 가장 도전받고 다듬어지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올해로 3번째 6학년 아이들을 담임으로 맡게 되었다. 이 아이들은 감사하게도 3년 전 3학년일 때 함께 지냈던 아이들이고 친밀감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있어 올해 유독 수월하다고 느끼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분명 좋은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고충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나는 답답한 것을 못 견디는 급한 성격을 가졌다. 질문을 던졌을 때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한다. 잠시 한눈팔다가 “예?”라고 반문하는 한 아이를 볼 때 내 마음속에는 활화산이 터진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과 씨름이라도 하고 퇴근하는 날이면 분명 공간이 바뀌어 집에 있음에도 마음 한편에 눌러붙어 나를 괴롭히는 감정의 조각들이 있다. 왜 그랬을까. 왜 아직도 그럴까. 등등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하다가 마가복음 4장 26~29절에 등장하는 부지 중에 자라는 씨 비유를 읽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또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 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라.”
늘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하시는 선하신 하나님이시지만, 올해 유달리 선명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열매를 맺기까지의 ‘기다림’과 ‘인내’의 필요성이다. 올해 3월 지인으로부터 화분을 하나 선물 받았다. ‘포도 히아신스’였는데 꽃이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있는 상태였다. 예쁘게 방울방울 꽃이 이미 핀 상태로 선물 받았다. 이 꽃망울들은 꼭 내게 맡겨진 학생들 같았다. 잘 키워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물도 주고 정성 들여 가꿨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시들해지더니 꽃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말라가는 것이 아닌가. 제발 죽지 말라는 마음으로 계속 들여다보며 키웠다. 흙이 마르지 않도록 일정한 때마다 물주고, 심지어 분갈이도 시도하면서 애정을 주었지만, 6월 말이 된 지금 결국 이파리조차 다 떨어지고 뿌리만 남게 되었다. 뿌리를 화분에서 꺼내면서 ‘포도 히아신스’ 키우는 법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봄에 꽃이 피는 식물이었다. 그래서 애써 꽃 피우려 해도 꽃이 피지 않았구나 싶어서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분을 정리할 수 있었다. 뿌리를 건조한 곳에 잘 보관하면 내년 봄에 다시 꽃 피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글에 희망을 담아 정리를 해놓았다.
기독교 교육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가르치고 물주는 이가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조급함이라는 마음은 잘 성장하고 있는 식물도, 학생도 거꾸러트리기 쉽다. 내가 원하는 때에 꽃이 피길 바라며 아무리 물을 주고 보살펴도 때가 아니면 사실 그릇된 열정이 되기 쉬웠다. 제풀에 지쳐 어느새 실망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각자의 시간표가 있다. 주어진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교사로서 기대하는 바가 있어도 그걸 강요한다고 아이가 거기에 맞춰 따라오지 않음을 기억해야 했다. 씨가 열매로 맺히는 과정 가운데 정말 중요한 것들은 농부인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든 과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간섭하시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심을 알고 낙망 가운데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농부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로 성장의 열매를 거둠을 기억해야 했다. 내가 바라는 때는 아닐지라도 언젠가 열매 맺게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때가 올 때까지 잠잠히 기다리며 맡겨진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특별히 말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기다림의 훈련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는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기다림과 믿음이 필요하다. ‘그날’에 열매를 맺게 하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낙심하며 힘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 학교 교가에는 ‘내일을 가슴에 품고, 오늘을 이 땅에 심는’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열매가 없는 것으로 보여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열매를 맺고 계신다. 아직 1학기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그동안 또 흔들리고, 휴화산인 마음이 활화산으로 되는 때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속도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믿음 없는 태도임을 기억하면서, 내일을 가슴에 품고 오늘을 이 땅에 심으며 앞으로 예수님 다시 오실 때까지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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