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하나님의 품 넓은 지혜 안에서 하나 됨
<판소피아와 교육> / 나현규 / 학지사 / 2015
필자는 대학생 때 기독교 교육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필자는 일반대학원에서 교과교육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상당히 많은 수업을 들으며 교육학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돌아보고 나니, 세속 교육학에 비추어 오늘날 기독교 교육이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수많은 학문 분야에서도 비슷하겠지만, 근대 교육학은 기독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분야였다가 지금은 오히려 세속 교육학의 이론과 방법론을 기독교 교육이 따라가는 형국인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 심리학 및 교육학의 한 사조를 이룬 피아제(Jean Piaget)는 아동의 생물학적 발달과 인지적 발달의 단계를 연관시켰는데, 이는 종교적 믿음의 발달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어느 정도 주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피아제는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John Amos Comenius, 1592-1670)에 대한 헌정 논문을 쓸 만큼 그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피아제에 따르면, 코메니우스는 교육학을 독립된 학문으로서 정립한 최초의 사람이다. 코메니우스는 당시에 이미 정신 발달, 교수 방법의 심리학적 기반, 학교와 사회의 관계, 교육과정 및 교육을 위한 행정 기관의 조직 필요성, 연구 및 교육을 위한 국제기관 등에 관한 사상을 전개하였다. 그가 17세기의 인물이기 때문에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은 있지만, 피아제는 코메니우스의 교육학적 질문이 영구히 남아 오늘날 우리에게도 화두를 던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네스코(UNESCO)는 1957년에 코메니우스야말로 유네스코 정신의 주창자이자 ‘현대 교육 및 세계 이해의 사도’(apostle of modern education & world understanding)라고 상찬한 바 있다. 예컨대,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평생교육은 온전히 코메니우스에게서 기인한다. 전인교육에 대하여는 선구자들이 많았지만, 이에 대하여 포괄적인 기독교적 재해석을 가한 것은 역시 코메니우스라 할 것이다. 그 사상의 폭과 깊이로 볼 때, 그리스도인 교육자로서의 코메니우스는 신학자로서의 칼뱅에 비견할 만하다. 생각하건대, 오늘날의 세속 교육학을 넘어설 기독교 교육의 부흥은 코메니우스 사상 연구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코메니우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기독교 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고까지 감히 말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코메니우스 연구의 대표적인 학자로는 이숙종 교수(전 강남대)와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라틴어로 쓰인 코메니우스의 저작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초 학문적 작업에서부터 학술서 및 학술지 논문 출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코메니우스의 교육사상을 조명하였다. 한편 나현규 박사의 <판소피아와 교육>은 그 뒤를 잇는 코메니우스 연구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에서 근무하는 목회자의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이 유수의 학술서 출판사인 학지사에서 출판된 것만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것이 2016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사회과학분야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그만큼 <판소피아와 교육>은 체계적인 논증을 통해 코메니우스 교육사상 전반이 ‘판소피아’(Pansophia, 범지혜)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음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판소피아와 교육>은 코메니우스가 진단하듯이 ‘미로’(labyrinth)와도 같았던 17세기 유럽 상황에 대한 해답으로서의 ‘판소피아’를 재조명하고, 그것이 코메니우스의 교육사상의 전체와 부분을 구조적으로 잇는 핵심임을 주장한다. 여기서 <판소피아와 교육>은 코메니우스가 말하였던 ‘판소피아’가 기독교적 의미에서의 로고스(logos), 즉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는 이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철저하게’(Omnis, Omnia, Omnino) 가르친다는 표어로서 요약되는 코메니우스 교육사상은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난 후에라야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소피아와 교육>은 기독교적 교육의 토대로서의 <대교수학>(Didactica Magna), 원리로서의 <빛의 길>(Via Lucis), 순서로서의 <세계도회>(Orbis Pictus), 그리고 방법으로서의 <범교육학>(Pampeadia)에 대한 텍스트 구조분석을 연구 방법으로 삼는다. 코메니우스의 대표 저작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판소피아’ 사상은 근원이자 본질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로마서 11장 36절 말씀, 그리고 대상이자 실재로서의 만물에 대한 골로새서 1장 28절 말씀이 토대임을 밝힌다.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도출된 삼원성의 원리로서,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세계의 제 요소를 설명하는 것이 코메니우스 저작의 특징이다. 독자들은 그 가운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을 회복시키는 교육, ‘앎’과 ‘됨’과 ‘함’이 일치하는 교육, 천년 왕국이 이 땅에 도래하기를 소망하며 만물을 하나 되게 하는 교육 등을 지향점으로 얻을 수 있다.
필자가 대학원에 입학한 첫 해, ‘과학교육역사’ 과목의 기말 과제를 위해 자료를 찾던 중 <판소피아와 교육>의 우수학술도서 선정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주저 없이 책을 구입한 필자는 <판소피아와 교육>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판소피아와 교육>의 머리말과 내용 전체가 신앙 서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하나님과 그분의 품 넓은 지혜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판소피아와 교육>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기적으로 다가왔다. “과연 이 부족한 내가 대학원 공부를 해도 될까?”라는 고뇌에 빠져 있었던 필자에게, <판소피아와 교육>은 한 줄기 빛과도 같은 희망을 보여주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이런 공부가 가능하다면, 나도 대학원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얻었다. 이 책을 기독교 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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