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청소년과 청년 시기에 무엇을 경험하느냐는 인생 전체의 세계관과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금의 2030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입시와 취업을 위한 무한 경쟁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왔음에도, ‘영끌’과 ‘빚투’로 표현되는 그들의 현실은 한마디로 각박하다. 심지어 ‘코로나 19’ 팬데믹과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2030 세대가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고립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서 2030 세대의 사회적 불신과 반감은 커져 가고 있으며, 그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중이다. 실례로 비혼과 비출산이 늘어나고 있고, 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기계발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자신을 위로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현상은 각자도생을 위한 그들의 몸부림이다.
이러한 경험이 형성하는 2030 세대의 대표적인 세계관은 개인주의라 할 수 있다. 개인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의 모든 제도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개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실재는 나 자신이다. 근대 철학자들은 영혼의 개념을 대체할 ‘자아’(self)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자아로서의 개인은 자아의 만족과 성취를 위해서 행동한다. 자기 자신이 바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권위의 주체이며, 자신의 목적은 타인과 집단의 목적보다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개인주의는 자기 향유와 자기계발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며,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성과가 자신의 정체성과 비전을 형성해 간다. 개인주의가 2030 세대만의 세계관은 아니지만, 그 세계관이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2030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그들이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먼저 2030 세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도전받을 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받는 가장 큰 도전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당당함이다. 그들은 환경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신념과 가치대로 살아가려고 힘쓴다. 그들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 뜻을 표현할 줄 알며, 언행일치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들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를 거부하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을 누리는 동시에 충실히 살아가려고 하고, 사회적 불평등이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해결하는 일에 앞장선다. 이런 점에서 이론만 있고 실천은 부족한 기독교 세계관은 2030 세대에게 거의 영향을 주기 힘들다.
한편 2030 세대의 세계관 근저에 자리 잡은 ‘희망과 두려움’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될 때, 비판과 정죄가 아닌 긍휼과 공감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청소년과 청년들의 열 명 중 아홉은 ‘미래에 관한 불확실’을 고민 1순위로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청소년 시기뿐 아니라 청년 시기에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꿈과 비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와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한 경쟁의 시스템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 왔지만, 그들의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며, 삶은 더욱 각박해져만 간다. 설상가상으로 2030 세대를 꼰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부 기성세대로 인해 사회적 불신과 반감은 더 커진다. 미래에 관한 불안과 기성세대를 향한 불신의 결과, 그들에게는 자기 자신 외에는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자아의 만족을 위해 살아갈수록 그것이 결코 만족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되고, 자아의 성취를 추구할수록 자신의 기준보다 다른 사람의 기준과 평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고통과 절망을 피하려 할수록, 점점 고립된 섬에 홀로 남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러한 개인주의의 한계를 경험할 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세계관은 2030 세대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각자의 정체성과 비전을 발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2030 세대가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돕는 실천방안을 간략히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듣는 것이다.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회복해야 하고, 그 관계의 회복은 소통에서 출발한다. 그 소통의 시작이 바로 경청이다. 그러므로 2030 세대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경청의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모범이 되는 것이다. 말로만 전하고 실천하지 않는 기독교 세계관은 꼰대의 세계관이 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먼저 기독교 세계관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위해 힘쓸 때, 적어도 그 진정성이 그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동등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뜻이 당당하게 공동체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30 세대의 솔직함과 당당함과 진정성이 기독교 세계관과 만나, 공생과 공존을 지향하는 소망의 공동체가 곳곳에서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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