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20년, 처음 CCC 간사로 발령받았을 때, 교회와 선교 단체는 전례 없었던 위기에 놓여있었다. 한창 학생들로 붐벼야 할 캠퍼스는 텅 비어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온라인 사역도 생소해, 신입생 사역도 시도해보지 못했다. 당시 제 심정을 잘 담아낸 한 단어가 있다. 영어 ‘Apocalyptic’은 ‘종말적인’, ‘종말을 알리는’ 의미의 형용사인데, 영어권에서는 종종 희망이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 정도로 나는 사역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많이 잃은 상태였다.
‘코로나 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학생들인 것 같다. 비대면 강의로 캠퍼스 생활이 어려워지자, 많은 학생은 외로움과 우울감으로 힘겨워한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생들의 삶은 더 바빠져 보이기도 한다. 다수가 비록 비대면으로라도 학과 동아리, 학회 활동, 인턴 활동 등으로 스펙 쌓기, 또 아르바이트, 주식 거래 등으로 재정을 모으는데 열심을 내는 문화가 지난 1년 사이에 대세로 형성되었다. 현실적으로 매우 좁아진 취업의 문턱 때문에 거의 모든 대학생이 온라인 수업으로 확보된 시간을 전부 스펙을 쌓는 데 보내기에,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면서 캠퍼스 동아리 같은 공동체를 섬기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퍼져있는 것이다.
선교 단체들도 ‘코로나 19’의 여파로부터 당연히 자유롭지 못하다. 동역자를 만나지도 교제하지도 못하는 기독교 동아리의 경우, 좋은 공급원이 더는 없다는 인식 때문에 그런지 선교 단체에 정착하는 학생들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대면으로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 야기한 문제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청년들을 직접 섬기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복음을 경험하게 해 주도록 맞추어진 선교 단체의 다양한 전략과 프로그램들의 실현이 녹록지 않기에, 캠퍼스 전도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심지어 의문을 품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행히 최근 우연히 요한계시록 강해를 접하고 사뭇 다른 관점으로 현 상황을 보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Apocalyptic’(’종말적인’)은 사실 헬라어 ‘Apocalypsis’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이를 문자 그대로 ‘드러내다’ 혹은 비밀 따위를 ‘밝히다’, 명사로는 ‘계시’로 해석된다. 또한 요한계시록 1장 1절에는 이 ‘책’이 요한에게 전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Apocalypsis’라고 기록되어 있다. 계시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을 보면서 요한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소망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나 역시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사역자로서 더는 하지 못하는 일들이 아니라,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찾고 고민하며, 다시 열심을 내는 계기가 되었다.
나처럼 CCC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전임 사역자의 길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많다. 그동안 선교 단체들은 많은 청년에게 제자훈련, 집회, 선교 등을 통해 도전하는 전도자로서의 사명과 헌신의 가치를 가르쳐 그들을 리더로 세움으로써, 그들이 캠퍼스에서 자생하면서 영적 운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1년 사이 온라인으로도 유사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참신한 전략과 패러다임이 많이 개발되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CCC 단기선교와 여름수련회에서 캠퍼스 복음화를 위해 수천 명의 학생과 함께 했던 기도회가 너무 그립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역을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구현하려는 전략과 노력들이 학생들의 근본적 필요까지 채워주지는 못했다. 즉 그것은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말미암아, 전과 같이 아무리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하지는 못해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이 청년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계속 상기시켜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최근 온라인 단기선교를 기획하면서, 예수님이 마르다에게 정말 한 가지만이라도 좋은 편을 택한 마리아를 본받으라고 하신 말씀(눅 10장)이 생각났다. 어찌 보면 ‘코로나 19’ 때문에 나를 비롯한 간사님들 다수는 한 영혼의 소중함을 다시 깊이 깨닫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에 집중하는 노력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이전보다는 분명 학생들을 사역에 동참시키는 것이 더 많이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알아가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영혼들은 많이 있다. 대학 캠퍼스는 예전부터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신앙을 많이 잃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존귀한 아들들, 딸들이 성령의 함께하심을 경험하지 못한 채, 이대로 캠퍼스를 떠나 사회로 나가길 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코로나 19’와 함께 우리에게 어떤 전략보다 완벽한 새 패러다임을 열어주셨다. 우리는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스스로 죄인의 옷을 입고 인류와 함께 거한 예수님처럼, 이미 익숙한 환경과 문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캠퍼스에서 간사 사역을 다시 시작했다. 우선 한 달 정도는 매일 세 명의 학생을 심방하고, 언젠가는 다시 많이 모일 부흥의 때를 기대하며 온종일 메신저를 붙잡고 학생들과 연락한다. 나는 소망한다. 비록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귀한 사역을 섬기는 모든 캠퍼스 사역자와 선교사님들의 작은 정성, 그것들이 모여 많은 영혼을 살리는 부흥이 일어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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