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난 4월 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패의 향방을 가른 계층은 소위 ‘2030 세대’라 불리는 청년 계층이었다. 당선인인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는 20대 남성에게서 72.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었으며, 진보 성향이 비교적 강하다고 알려진 20대 여성도 40.9%나 오 후보에게 투표했다. 30대도 남성의 63.8%, 여성의 50.6%가 오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 힘’ 전신)이 20대와 30대에서 각각 32.0%, 29.7%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친 것과 비교했을 때 이번 선거 결과는 괄목할 만하다. 이는 청년들이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 자신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지지를 철회함을 의미한다. 과연 청년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기에 이러한 실용주의적 경향을 보이는 것일까? 대학에 다니는 그리스도인 청년으로서 필자는 ‘우리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하고자 한다.
우선 청년들이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극심한 취업난이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거나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졸업 후에 이름난 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취업의 현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대학은 취업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청년들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학회, 인턴, 자격증 취득, 연구실 생활과 같은 다양한 학내·외 활동을 병행한다. 그럼에도 취업 시장에 들어가면 매서운 칼바람을 맞게 된다. 남부럽지 않을 우수한 실적을 쌓아도 대학 졸업 직후 좋은 직장에 바로 취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에 졸업을 유예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청년 세대는 집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는 취업난과 결합하여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직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없이는 방 한 칸조차도 얻을 수 없으며, 설령 직장을 잡았다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이미 지난해 9월 10억 원 선을 돌파했다. 10억 원은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아무런 지출 없이 꼬박 28년을 쉴 틈 없이 일해야 겨우 벌 수 있는 금액이다. 그렇기에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투기에 가까운 주식투자는 내 집 마련의 절망을 해결하고자 하는 몸부림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위험부담은 커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에 청년들이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일확천금을 얻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기에 이마저도 청년 세대의 진정한 피난처가 되지는 못한다.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위에서 언급한 문제와 더불어 신앙을 지켜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다 채워주실 것임을 믿지만, 현실 앞에서 그러한 믿음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청년들은 교회 또는 학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통해 메마른 마음을 회복하고 싶은데, 은혜를 공급받는 입장이 되기보다는 사역의 짐을 짊어져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믿고 의지할 공동체가 있다면 다행이다. 이것마저도 없는 청년은 힘겨운 세상을 홀로 헤쳐나가야 한다. 다른 그리스도인 청년들과 교류할 시간도 없다고 느끼기에 학내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선뜻 들어가기도 어렵다. 이는 최근 선교단체나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학생이 줄어들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무엇보다 학내에서 반(反)기독교적 정서가 강해지는 것도 학내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괴롭히는 주요한 문제다. 이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필자가 다니는 서울대에서는 지난 2020년 인권센터의 주도하에 ‘인권헌장’이라는 학내 규정을 만들고자 했는데, 헌장의 전문(全文)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동안 한국 기독교에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된 소위 ‘차별금지법’과 내용상 대동소이하다. 비록 학내에서 진행된 일련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제정 시도가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일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수 있다는 것과 학내에서 성경적 가치를 선포하는 것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그리스도인 학생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듯 학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반(反)기독교적 분위기로 인해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점차 스스로가 그리스도인임을 당당하게 밝히기를 꺼리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묻는다면 상황을 급변시킬 묘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 청년들 사이의 결속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에서 홀로 방황하는 그리스도인 청년을 공동체로 초대해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내 선교 단체, 기독교 동아리의 다양한 구성원이 연합체를 이루어 정기적으로 교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성세대와 한국 교회가 청년들의 상황과 마음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이전의 경험을 가지고 청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도움이 아니다. 그저 옆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고 기도해주는 어른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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