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국 교회의 2030 세대는 누구인가? 한국 교회는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가치를 선호하고 실천한다는 ‘MZ 세대’로 상징되는 우리 시대 2030 세대와 어떻게 소통하고 사역할 수 있을까? 우리 시대 대표적인 2030 세대 사역 전문가 김유준 목사님(신촌 은진교회 담임, 연세차세대연구소 소장)과 함께 그 해법을 모색해 본다.]
일시 & 장소 : 2021년 8월 5일(목), 오전 10시 신촌 은진교회 목양실
인터뷰어 : 윤헌준 (숭실대 기계공학과 교수)
정리 & 사진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윤헌준 : 목사님은 오랫동안 2030 세대를 위한 전방위적 복음 사역을 현장에서 펼쳐오신 분으로 압니다. 섬겨오신 대표적 사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김유준 : 저는 연세대 학부에서 박사과정(교회사, Ph.D)까지 줄곧 캠퍼스 전도자로 활동했고요. 1990년대 초부터는 특별히 연세대 학과나 단대별 기도 모임, 기독학생연합회, 온누리교회 청소년부 등을 섬겼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연기연’(연세대기독학생연합회)을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신앙 활동만이 아니라 단과대학생회, 총학생회 등에서 그리스도인 학생들이 핵심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교목실의 학생선교 책임자로서 학생, 교수, 직원, 신촌 지역의 여러 교회나 관공서와 연계된 선교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연세대 기숙사 근처에 소재한 은진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한 후부터는 약 3000여 명의 기숙사 학생들을 위한 사역도 함께 섬기고 있습니다.
윤헌준 : 우리 시대 2030 세대의 특징으로는 어떤 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유준 : 요즘 실질적 캠퍼스 복음화율은 10% 미만으로 매우 저조하다 보니까 저는 캠퍼스의 대학생(대학원생)이 거의 미전도 종족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0년 문화일보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는데요. 현재 2030 세대가 중시하는 가치관 1위는 ‘공정함’이었습니다. 참 놀라운 점인데요. 많은 교회에서 복음 전도와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얘기하는데요. 대학생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청년들에게는 ‘공정’ 이슈에 크게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교회가 사회적 불의나 ‘공정’ 이슈에 침묵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교회가 전하는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요즘 2030 세대에게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려면, 이들이 지닌 사회적 박탈감에 주목하면서, 이들에게 불의와 불공정 등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는 점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지요.
윤헌준 : 목사님은 우리 2030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유준 : 저는 우선 저출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갔는데요. 얼핏 보면 출산인구 감소로 선택의 폭과 기회가 더 많아진 것 같지만, 현실은 더 어렵습니다. 실제 많은 대학생이 낭만과 패기와 젊음을 누리지 못하고, 1학년부터 바로 고시나 취업 준비를 합니다. 진로나 직장에 대한 부담을 엄청나게 떠안고 사는 모습을 주변에서 자주 봅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좋아졌기에 다르게 보시겠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평균 채무액이 3천만 원입니다. 어떤 청년들은 “목사님, 저는 채무가 없는데요”라고 하는데요. 그때 저는 자료를 알기에, “그렇다면 네 옆 친구가 5천만 원, 6천만 원 빚이 있다는 얘기야”라고 하거든요. 많은 청년이 빚에 눌려 우울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실존적으로 어렵게 하는 문제가 바로 빚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윤헌준 : 최근 10년 동안 한국 교회의 2030 세대 비율은 6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김유준 : 저는 두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그동안 한국 교회는 해외 선교, 개인 전도 쪽을 강조한 것은 좋았는데, 사회적 책임과 정의 문제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거나 소홀한 측면이 있다 보니까 실망한 80년대 학번들이 일차적으로 교회를 떠났었고, 현재 그들의 자녀들이 주로 20대 청년들인데요. 자기 자녀들도 교회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본인들이 교회를 안 다니셔도 자녀들은 가면 좋다, 도움이 된다고 하는 긍정적 교회 이미지가 있었지요. 둘째는 최근 2030 세대들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의외로 사회적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세대인데요. 한국 교회의 세습, 목회자들의 도덕적 타락, 성추행, 재정 횡령 문제 등으로 점철된 부정적 뉴스들에 실망한 나머지 특히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캠퍼스는 90% 이상 비그리스도인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최근 한 학생을 전도해서 신앙 지도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 학생은 “야, 너도 교회 다녀? 그런 부류였어?”라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굉장한 압력과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합니다.
윤헌준 :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어떻게 2030 세대의 급격한 감소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김유준 : 대학 캠퍼스의 그리스도인 비율은 한창 때보다 1/10 수준으로 줄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인데요. 특히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저는 우선 한국 교회가 개인 구원의 복음과 함께, 2030 세대가 민감해하는 사회적 불의, 불공정, 실천적 사랑 등의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드리면요. 신촌의 한 교회는 뜻있는 교인들이 빌라 건물을 내놓았고, 교회 관리 아래 20~30명씩 최소관리비만 받고 학생들에게 빌려주는 학사 운영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 그 교회는 정말 청년대학생들을 위해서 목사님이 많은 신경을 쓰는구나.”라는 소문이 나면서, 청년대학부가 기존 인원에 700~8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저의 경우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취업 문제에 고민이 많다는 걸 보면서 2019년 5월부터 사비를 털어서 종로구 안국동에 카페를 열었습니다. 현재 청년 3명이 돌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죠. 4대 보험을 다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것이 나중에 다른 취업이나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좋은 발판이 되더라구요. 또 한 독지가의 위탁으로 제가 원장으로 섬기는 그리스도대사단 건물이 있습니다. 20명의 청년들이 공동거주를 하는데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보증금 없이 월 25만원에 사용하도록 했는데, 대학 기숙사보다 좋은 시설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선후배들이 같이 예배드리며 삶과 신앙이 회복되는 경우를 참 많이 보게 됩니다.
윤헌준 : 2014년 ‘연세차세대연구소’를 세우셔서, 2030 세대를 위한 본격적 활동을 이어오셨는데요. 그 계기와 이유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김유준 : 연세대 교목실을 중심으로 기독학생회와 교수님들, 신촌지역 교회 등 여러 캠퍼스 선교 주체들과 연합으로 섬겨오다가, ‘한대협’(한국대학교회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캠퍼스 사역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더 효과적인 캠퍼스 선교를 위한 전략 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나누고, 후원도 받을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윤헌준 : 또 목사님은 특별히 최근 2030 세대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다른 관심과 노력해 오신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김유준 : 평균 3천만이나 되는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2030 세대들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출발조차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부채를 탕감해 주는 희년이 있고요. 또 주기도문을 보면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라는 대목에서 ‘죄’가 원문에는 ‘빚’, ‘부채’라고 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섬기는 연세차세대연구소에서는 캠퍼스 축제 때, ‘희년 세대’(jubilee generation)라는 것을 만들어서 활동하는데요. 내용은 '청년 부채 탕감 캠페인'을 벌이면서 쿠키와 음료를 팔며 모금하는 행사입니다. 그 수익금을 가지고 약 7000만 원어치의 부채를 소각하는 의식을 제가 담임하는 은진교회에서 하기도 했습니다. 또 청년들의 부채가 무이자로 전환되도록, 전문가들과 상담을 통해서 도와주고 잘못된 재정관리 습관을 바로잡도록 하는 재무 교육 프로그램도 열고 있습니다.
윤헌준 : 지난 10년 동안 모든 캠퍼스 선교 단체 구성원이 이른바 ‘반토막’이 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합니다. 이러한 선교 위축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김유준 : 기본적으로 한국 교회가 여러 가지 문제로 계속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고요. 또 신천지, 하나님의 교회, JMS 등 이단 사이비들이 많이 판치다 보니까 노방전도를 통해서 연결되는 곳이 대부분 이단 사이비라는 편견이 있어서 개인 전도의 접촉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봅니다. 아울러 선교 단체만이 아니라 대학동아리 자체가 거의 죽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많은 청년이 취업난,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아르바이트, 과외 등으로 바빠서 이제는 선교 단체 활동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시간적 여력을 낼 수 없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모이는 것 자체가 거의 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캠퍼스 선교 단체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감히 말씀드리는데요. 요즘 많은 선교 단체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 모집하는 정도 외에는 거의 전도도, 선교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게 되고요. 사실 비슷한 전도와 양육 프로그램은 이제 많은 교회에서도 하기에, 옛날 방식, 구태의연한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동력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윤헌준 : 현재 캠퍼스 2030 세대의 선교가 회복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유준 : 2030 세대의 선교는 특별히 장기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선교 단체 간사님들이 맡게 되는 캠퍼스가 2년, 1년, 심지어 6개월마다 자주 바뀌고, 많은 경우 간사님들이 여러 캠퍼스를 함께 담당합니다. 지역 교회도 마찬가지이지요. 2030 세대는 전문적이고 특수한 사역의 대상인데, 사역자들이 부서를 너무 자주 이동하지요. 길어야 2~3년입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우리 시대 청년들, 전혀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2030 세대의 영혼들을 제대로 섬기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렵더라도 한국 교회에 ‘캠퍼스 선교사’(사역자)를 인내로 키우고 세우는 풍토가 길러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각 캠퍼스에는 재직하는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이 계십니다. 이들을 각 캠퍼스의 장기적 전문인 선교사 자원으로 세우고 공식적으로 파송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왜 이러한 말씀을 드리냐 하면, 현재 캠퍼스에서의 2030 세대는 실질적 복음화가 10% 미만의 미전도 종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 캠퍼스는 한국 교회의 미래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는 문화가 전혀 다른 타 문화권 선교지입니다. 그 때문에 한국 교회는 개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캠퍼스를 품고 전문인 선교사를 파송하되, 해외선교사를 파송하여 순수하게 돕는 차원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교회에서는 해외선교사를 파송하며 지원을 하면서도, 왜 우리 교회에 사람을 데려오지 않느냐고 하지는 않습니다.
윤헌준 : 한국 교회가 2030 세대를 더 잘 섬기고 사랑하며 소통하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김유준 : 저는 청년들과 선을 잘 지키면서도 이들의 변화와 도전을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또 청년들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하고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게 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런데, 사랑으로 진심으로 조언해도 때로는 단 한마디에 상처받고 “목사님, 왜 저한테 그런 얘기까지 하십니까?”라고 하면서 실제 떠나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섬김과 소통과 사랑이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의 한계도 있지만 요즘 청년들이 전반적으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청년끼리의 만남도 둘이 ‘100일 반지’ 끼고 100일 됐다고 자축하는 등 오래 지속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따라서 저의 입장은 청년들과 함께 단기적인 뭔가를 끌어내기보다는 평생에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와 일원으로서 “너를 위해 언제든지 기도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줄 테니 같이 가자”라는 것입니다.
윤헌준 :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2030 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유준 :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존귀한 자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님은 그 한 사람으로 역사와 시대를 뒤바꾸시고, 새역사를 이루실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전도서 12장 1절 “너는 청년의 때에 창조주를 기억하라.”라는 말씀을 꼭 붙들고 오직 그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내 인생’이 설혹 좌충우돌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신다는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각자 주어진 몫을 감당하며 헌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렵더라도 취업이나 고시 등에만 너무 연연하지 말고 젊음의 패기를 발산하면서, 이 땅의 삶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사람(요 8:32)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서 저를 비롯한 많은 청년 사역자와 한국 교회가 계속 함께 응원하고 기도하고 같이 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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