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누구든 한 번쯤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성격과 성향은 어떠한지?"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의 대답은 대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28살까지 일반대학 공대 두 곳, 예술대학 세 곳을 다녔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대학에서 거의 모든 20대를 보냈다. 지금도 대학 교목실에서 조교로 근무하고 있다. 나 역시 수없이 고민했고, 많은 질문을 치열하게 던졌던 청년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랜 대학 생활 동안, 나는 교회에서 대학부 회장과 주일학교 교사로 섬겼다. 대학 총학생회장으로 봉사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많은 학우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도 했었다. 그때 든 생각은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다르게 만드셨고, 모두를 사랑하시며 소중하게 여기신다”라는 것이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사람들은 정말 없었다. 그 각각의 청춘들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와 은사가 모두 달랐다.
나도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더 잘하고 더 즐거워하는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음악이었다. 그런데 나는 주변 상황과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일찍부터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일반대 공대 시절은 줄곧 스트레스와 고통의 연속이었다. 전공과 관련된 길이 결국 내가 가야 할 숙명의 길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그저 참고 견뎠다. 그러다가 다행히 나는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기도의 과정을 거쳐 지금 음악인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내가 전에 왜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간을 보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시절조차 주변의 상황과 개인적 마음의 준비, 구체적 비전을 향해 나갈 수 있는 발걸음을 위한 초석으로 삼게 해주셨다.
나의 비전은 “삶 자체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현재 이 비전을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통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비록 그 과정들이 녹록지 않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며,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도 않더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하나님께서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충분히 채워주실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나는 동시대의 2030 형제자매들에게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시대가 바라는 직업을 따라가기보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와 은사를 기도하는 가운데 잘 인지하고, 오직 감사함으로 자신에 맞는 진로를 정하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아울러 꼭 마음에 새겨뒀으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고 누구도 예외 없이 존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예술대학의 교목실에서 조교로 일을 한다. 사랑으로 학생들을 섬기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 ‘동그라이브’(CIRCLIVE)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받은 은혜와 은사를 노래로 전하며 많은 이들과 행복을 나누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러한 나의 일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대단하지도 누가 알아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나의 최선이 그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주고 예수님의 사랑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세상에는 일에 귀천이 있을지 모르나,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는 그러한 나뉨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고, 우리는 그 사랑의 은혜로 이 땅을 산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하든 하나님의 사랑이 묻어나는 일이면 되는 것이다. 각자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다르기에 오직 일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말씀대로 이웃을 사랑하면 된다. 오직 예수님처럼. 이 땅에 형제자매에게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누고 섬겼으면 좋겠다. 하나님은 반드시 그런 사람을 선하고 풍성한 길로 이끄실 것이고 들어 사용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대 졸업 후 예대에 다시 입시를 준비하면서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 길이 맞는 길일까?” 등 많은 고민이 있었다. 또 내가 전공한 실용음악 특성상 주로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정해진 것도 없고 재정적인 문제도 걱정이 된다. 하지만 주님을 신뢰한다. 하나님 앞에서 연약한 인간임을 먼저 인정한다. 내 힘을 빼고 세상의 물질적인 것들보다 위에 계시고 그것을 다스리시는 주님을 오직 내 안에서 신뢰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실지 모르지만, 받은 비전을 품고 매사에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더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선한 길로 인도하시고 채워주실 주님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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