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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의 시대의 대안 : 배제와 포용
<배제와 포용> / 미로슬라브 볼프 / 박세역 역/ IVP / 2018
나는 카이스트 재학시절 선교단체 IVF에서 활동하였다. <배제와 포용>은 IVF와 관계가 있는 출판사 IVP에서 출판된 모던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이다. 두꺼운 분량(550면)의 이 책을 학부 시절이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지만, 전에도 추천은 여러 번 받았고, 좋은 책이라는 것도 주변 친구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와서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하는 동아리 렉스(RACS)에 가입하게 되었고, 함께 이 책을 선정해서 읽게 되었다.
<배제와 포용>은 총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볼프(Volf)는 머리말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엿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저자 볼프가 1990년대 세르비아인들로부터 인종청소, 도시의 파괴 등 잔혹한 폭력과 억압을 당한 쪽에 고향을 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 볼프는 자신의 강연이 끝나자 “당신은 체트닉(사람들을 강제 수용소에 몰아넣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교회를 불태우고 도시를 파괴한 악명높은 세르비아 전사들)을 끌어안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오,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 나는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말일까? 저자는 우선 1장에서 ‘거리두기’와 ‘소속하기’의 개념을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의 세계와 문화의 세계라는 두 세상에서 중첩된 삶을 살면서도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관점에 거리를 두고, 타자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경계선에 선 시점의 사람이 되어여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아브라함의 부르심을 통해서 제시하고 있듯이, 그리스도인들이 떠남과 속함의 세상에서 동시에 삶을 채워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 볼프는 크게 다음 두 부분으로 저술의 목적에 다가가려 한다. 첫 번째 부분은 2장 ‘배제’, 3장 ‘포용’, 4장 ‘성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두 번째 부분은 5장 ‘억압과 정의’, 6장 ‘기만과 진실’, 7장 ‘폭력과 평화’라는 주제를 다룬다. 특별히 2장에서는 ‘배제’에 대한 개념이 제시된다. 배제는 ‘결합’과 ‘분리’를 거스르는 요소로서, 상호 의존을 벗어나 독립의 위치를 차지하려는 태도를 수반한다. 또 3장에서는 포용의 개념을 깊이 이야기한다. 포용의 대표적 예시는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이다. 둘째 아들은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낭비”했고, 아버지는 그를 ‘잃어버렸다’라고 생각했다. 이 아들은 실패 후, 가족으로 돌아오기보다 그저 사람으로서 대우를 받고자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과의 관계를 놓아버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집 나간 아들을 포용했지만 첫째 아들은 둘째 아들과의 가족 관계를 놓아버렸다. 더이상 동생이 아니었다. 다만 둘째보다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함에 분노했다. 아버지는 기존 규칙과 질서를 재조정하면서까지 오직 사랑을 통해서 죄지은 타자 아들을 포용하였다. 이 이야기와 해석에 포용의 비밀이 담겨있다. 4장은 성 정체성 이야기이다. 볼프에 따르면, 하나님은 성적 구별을 전적으로 초월한 존재이시며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내용은 모두 오로지 피조물의 영역에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특징과 역할은 어머니와 여성보다 아버지와 남성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위(하나님)로부터의 논증이 아니라 아래(인간)로부터의 논증이라고 주장한다. 5장에서 7장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다.
다만 나는 <배제와 포용>을 읽으며 느낀 개인적 의미와 추천 이유를 이렇게 나누겠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 지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 미국, 한국 등이 서로 경제적, 지리적, 군사적, 사상적, 역사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로 엮여있고, 이로 인하여 늘 긴장감이 높다. 또 이 나라 지도자들은 얼마 전까지 아베, 트럼프, 시진핑, 김정은, 푸틴이었다는 사실이 그 긴장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동북아의 정세에서 어떻게 우리는 평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7장에서 소개되는 볼프의 평화론은 얼핏 보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성령님은 여전히 역사하고 계시며, 믿는 자들에게 그 역사는 계속되고 있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 볼프는 실마리가 거의 없어 보이는 문제에 있어서조차 우리를 그 해결의 실마리로 자신있게 안내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오직 그 길을 통해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매우 심오하고 명쾌한 답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21세기에 일어나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일들까지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일어날 많은 과제의 해답에 대한 실마리만큼은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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