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국 정부는 이른바 ‘미라클’ 작전을 통하여 지난 8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 391명을 현지에서 국내로 구출해왔다. 이들은 한국 국민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단순한 난민으로서가 아니라 장기체류자의 자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18년 제주도에 피난 왔던 예민 난민들에 반대 기류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에게 난민, 이방인 나그네는 누구인가? 오랫동안 난민, 무국적자, 다국적 기업의 노동 인권 침해 피해자 등을 돕는 현장 전문가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비영리 공익법센터 어필(APIL)을 세워 왕성한 활동을 해오신 김종철 변호사님과 함께 ‘난민, 나그네, 국내 거주 이방인들’을 향한 바른 섬김의 기독교적 가치와 의미를 모색해 본다.]
일시 & 장소 : 2021년 10월 26일(화), 오후 7시 공익법인 어필 사무실(안국동)
인터뷰어 : 김재완 (서울대 인류학과 조교)
정리 & 사진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김재완 : 변호사님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는 아니었던 난민 문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집중해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김종철 : 우연한 건데요. 난민 문제를 섬겨 온 ‘피난처’(대표: 이호택)라는 NGO가 있어요. 제가 사법연수원을 다닐 때, 자원봉사 기관을 찾다가 거기서 처음 만나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 난민들의 이야기에 매료가 되어서 함께 그들을 섬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굉장히 극적이고 용감한 선택으로 가득 차 있었지요. 해피엔딩으로 가게 하면 좋겠다, 그런 취지로 처음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김재완 : 변호사님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공익법센터 어필(APIL)을 세워,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왕성한 활동을 이어 오셨습니다. 개인적 인권 변호사의 길이 아닌, 이렇게 별도의 기관을 세우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김종철 : 그전에도 ‘프로보노’(Pro Bono, 전문가의 자원봉사)의 형식으로 난민을 지원하는 일을 간간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 느꼈던 것이 내가 제일 보람을 느끼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영역인데, 그렇다면 전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처음 어필을 세울 때 두려움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제 경력이 공익 영역으로 고정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비영리 기관이라서, 오직 다른 사람들의 후원으로만 유지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 6개월 정도 고민했지요. 그러다가 결국 결단을 한 것은 소속해 있던 CLF(기독법률가회)의 응원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특별히 CLF 동료 변호사 두 분이 1천만 원씩 조건 없는 시드머니를 주었어요. 사실 그 응원이 큰 감동이 되어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김재완 :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약자들, 특별히 난민, 무국적자들과 관련한 한국의 제정 법안들과 인권의 수준을 국제적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김종철 : 어떤 사회의 인권 수준을 평가하려면 그 방법의 하나가 가장 취약한 사람이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보는 것입니다. 근데 우리 사회에서 난민들은 자기 나라에 돌아갈 수 없는 그야말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지요.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거는 한국 사회가 굉장히 인종주의적인 사회라는 것, 단순히 정서적 차원이 아니라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도 인종주의가 강한 사회라는 것입니다. 사실 난민을 인정하는 기준은 세계적으로 똑같거든요. 150개국이 비준한 난민 협약이라는 그 규범에 따라서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최근 수년 간 난민 인정률이 1%가 안 된단 말이죠. 근데 전 세계적 평균은 약 30%이고, 독일은 40%나 되거든요. 독일은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지만 수십 배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두 배 정도이고 땅덩어리나 인구도 두 배 정도 많은데 독일은 난민을 보호하고 있는 숫자가 100만 명이 넘어요. 그러니까 우리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거죠. 우리는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대국이고, G7에도 초청되는 나라라는 자랑을 많이 하는데요. 최그 수년 간 난민 인정률이 1% 미만이라는 것은 당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시민의식은 아직 많이 못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재완 : 지난 2021년 8월 27일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의 국내 체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시는지요?
김종철 : 그분들이 안전하게 오게 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일본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데리고 온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한국 정부에 협력한 ‘특별기여자’는 아프가니스탄에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모든 나라의 그러한 사람들을 다 데려오지는 않는다 말이에요. 다만 이번에 온 사람들은 한국 정부에 협력했기에 탈레반의 공격 목표가 되었고, 그래서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사실 우리 정부가 마땅히 도와야 할 난민들입니다. 그러면 난민을 그냥 난민으로 부르면서 도우면 되는데, 왜 ‘특별기여자’라는 별도의 명칭을 붙이느냐 하면, 우리 사회 저변에 있는 난민의 혐오를 그대로 상수로 두고,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복선을 깔고, ‘특별기여자’라는 명칭을 새로 붙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단지 난민을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난민에 대한 사회적 혐오에 대응하는 것도 정부의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 일을 할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에요.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오히려 때때로 그러한 난민 혐오에 편승하려고 하고 그걸 이용하려고 하는 그런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김재완 : 이번 입국자들의 상황은 지난 2018년, 내전을 피해 온 예멘 난민에 대해 한국 사회가 보인 반응과 많이 다른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여전히 난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등으로 인식하는 혐오 정서는 계속 작동되고 있다는 말씀이네요
김종철 : 맞습니다. 다만 예멘 난민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하고 약간 다른 측면은 뭘까 저도 생각해 보는데요. 예멘 난민은 자기가 적극적으로 한국에 와서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이고,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수동적으로 기다린 사람들이고,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데리고 온 사람들이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근본 인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봅니다.
김재완 : 변호사님은 그리스도인 법률가이시지요. 성경에는 고아, 나그네, 과부에 대한 무조건적 섬김을 강조하는 말씀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신 10:18, 신 14:29, 슥 7:10, 시 146:9). 그러나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외국인 약자들을 향한 인식은 한국 사회 일반과 별반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김종철 : 성경을 잘 못 배운 것이지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예수님 믿었고, 성경도 많이 읽었지만, 그것을 통해서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을 전혀 갖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난민들과 함께 일하고 나서야 성경에는 너무 많이 이주민과 난민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예수님 자체가 난민이셨습니다. 어렸을 때, 헤롯의 정치적인 박해를 피해서 이집트로 피난을 갔었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난민이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그런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공동체도 결국은 야곱이 가족들을 데리고 이집트에 들어가서 형성된 이주자 정체성을 갖고 있거든요. 따라서 성경에는 “너희도 이방인이 되었기 때문에 이방인을 환대하라”라는 말씀이 계속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께서 이방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실 수 있다는 것이 성경 말씀의 굉장히 일관된 메시지라고 봅니다. 예수님도 마태복음 25장 35~40절에 보시면, 사람들에게 묻고 답하시지요.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무슨 말씀이냐 하면, 예수님이 이방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현현하실 수 있다는 의미거든요. 예수님은 결국 “내가 이방인이다. 너희들이 이방인이었을 때를 기억하고 이방인을 환대하라”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한국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난민과 이주민들을 환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재완 : 변호사님은 난민을 ‘착한’ 사람이 아닌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 도와야 한다고 자주 말씀해오신 것으로 압니다.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종철 : 난민을 바라보는 양극단이 있는데요. 하나는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하나는 난민은 매우 선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모든 극단적 입장은 잘못된 것이죠. 난민들도 근본적으로는 우리하고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트 팬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리스도인이기도 하고 우리처럼 거짓말도 하고 사기도 치고 이런 사람들인 겁니다. 어떤 난민들은 더 착한 사람도 있고 더 나쁜 사람도 있고, 웬만큼 착한 사람도 있고 그런 다양한 우리랑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양극단의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데요. 더욱이 난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한 것이 있지요. 저도 전에는 선배들이 이주민 운동을 하면서 하는 얘기를 자주 들은 적 있거든요. 무슨 말이냐 하면, 굉장히 헌신적으로 도왔더니 그 사람들이 배신했고 도와준 것을 가지고 나쁜 일에 썼고, 이러한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막 실망하고 회의감을 느끼고 한단 말입니다. 저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왜 그 선배들은 도움을 받는 그 사람들이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을 할까? 왜 그 사람들은 꼭 착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까? 물론 저도 때로 실망하고 좀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저는 우리가 모두 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타격이 크진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마음이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래야 이 일을 계속할 수가 있습니다.
김재완 : 우리 사회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인 난민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김종철 :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난민을 많이 인정하는 겁니다. 최근 난민 인정률 1% 미만은 정말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김재완 :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 성경의 안내만큼 적극적 섬김에 인색한 것은 현실적으로 이슬람 포비아(공포증)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종철 : 지나친 포비아를 갖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가짜 뉴스들, 굉장히 자극적 뉴스들만 보는 영향이 큽니다. 우리가 주로 듣는 것이 IS 같은 이야기이니까요. 이슬람은 원래 다 저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따라서 무조건 괴멸시켜야 마땅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렇단 말이죠. 그래서 잘 아는 것이 사실은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예일대 복음주의 신학자 미로슬라프 볼프(Miroslav Volf)의 저서 <알라>(IVP, 2016)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재완 :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권면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종철 : 글쎄요. 저는 난민 일을 그들의 이야기가 더 나은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어왔는데요. 그러나 결국 더 나은 이야기로 살게 된 것은 저 자신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 역시 어쩌면 너무 평범한 인생을 살 수도 있었지요. 우리는 종종 세상의 약자들을 구원하고 도와야지 하는 마음을 갖는데 결국은 약자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이 구원받게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청년들은 우리 주님은 난민이셨기 때문에, 이방인들의 주님이 되시고, 그 주님께서 이방인으로 우리 곁에 오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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