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어려서부터 나는 삶의 의미에 관심이 많았다. 나의 인생과 내가 하고 있는 여러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없이 스스로 질문하곤 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그것에 대한 충분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일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물리학, 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하는 일들이 내 신앙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일이 신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내 인생 대부분은 의미없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관심사 때문에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고 일과 신앙에 대해 나누는 독서 토론 모임을 만들어 같이 공부하기도 했다. 그 모임에는 나처럼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신학 공부하러 온 분들과 목회 현장에 계시던 목회자들이 같이 모여 여러 유익한 나눔을 가졌다.
이 세상에서의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결국 이 문제는 성경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성경의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와 많은 신학자들이 성경의 핵심 주제로 말하는 하나님 나라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는 어떠한 것이고, 어떻게 임하는가? 지금 돌이켜 보면, 어려서부터 수십 년 동안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교회에서 수많은 설교를 듣고 배웠지만, 성경에서 결국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그 핵심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읽었던 여러 기독교 세계관 관련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곤 했었다. 그런데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 가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점차 찾게 되고 파편적으로 알았던 것들이 퍼즐 맞추듯 맞추어져 가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누구나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한다. 자신이나 가족에 한정된 공동체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일 수도 있고, 나라와 민족 또는 인류 같은 훨씬 더 큰 공동체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일 수도 있다. 위정자 선거를 앞두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에 더 낫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누구일지 고민하고 투표하게 된다. 그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볼 때 누가 더 나은 세상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더 험악한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의 더 나은 세상,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하나님의 새로운 세상을 추구한다. 기독교 세계관이 추구하는 것도 결국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천 년 전 이미 하나님의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 땅에 도래하였고 누룩이 퍼지듯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미래에 완성될 것이라고 우리는 성경에서 읽는다. 바로 그 하나님의 세상이 이 땅에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사명이다. ‘하나님’의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시고 우리는 그것을 단지 드러내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될수록 나는 이러한 위대한 세상이 정말 올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하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나라는 정말로 하나님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세상이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세상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그 핵심이 성경에 잘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의 세상을 드러내는 삶을 진실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와 관련한 하나님의 가르침은 어떤 면에서 매우 명료한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자신의 사익(私益)과 세상의 지혜를 따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죄성이 결합되면, 성경의 명료한 가르침도 왜곡되며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을 수도 없이 목도하게 된다. 분명하게 공개적으로 다 알려줘도 결국은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그분의 사랑과 정의, 평화와 나눔의 세상이 우리 믿는 사람들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내가 섬기고 있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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