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선악과의 눈’
그리스도인이 정치를 보는 ‘눈’에는 ‘선악과의 눈’과 ‘제6계명의 눈’이 있다. 우선 ‘선악과의 눈’으로 보는 정치는 공격적이다. 많은 경우,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의 선악 판단은 정반대로 갈라진다. 여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을 더하여 하나님이 한쪽만 지지하신다고 생각하게 되면, 정치관은 더 험악해진다.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진보주의자들의 박멸을 기도하고,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은 보수주의자들을 배척하는 기도를 한다. 이렇게 땅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둘로 나누어 가지려 할 때, 하나님은 십중팔구 괴로우실 것이다.(왕상 3:25).
“선악을 판단하는 나무의 과실을 먹지 말라”(창 2:17)라는 하나님 명령은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하나님처럼 선악을 심판할 능력이 없고, 사람이 세상을 심판하려 들면 세상과 사람이 모두 치명적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선악과가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자랑스러워서, 자꾸만 먹고 싶어 한다.(창 3:6).
‘개인적 선악’은 타인을 판단하는 개인적 교만의 죄를 낳고, ‘정치적 선악과’는 다른 집단을 심판하고 제거하려는 집단적 폭력성의 죄를 낳는다. 그리스도인들이 ‘선악과의 눈’으로 정치를 보는 경우, 심판하는 자의 자리에 앉아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악인으로 심판하고 제거하려는 증오와 폭력성의 예언자적 열정에 휩싸인다. ‘선악과의 눈’은 정치적 이웃을 원수로 생각하고 배척하는 ‘반(反) 이웃사랑’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
‘제6계명의 눈’과 정치적 민주주의
“살인하지 말라”라는 제6계명과 “바보라고 욕하지 말라”라는 예수님의 산상수훈 재해석을 종합하여 보면,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라”라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간절한 호소가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인생과 세상에서 계속 서로를 해치며 살아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살아있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불쌍하고 힘겨운 ‘인간의 자기 사랑’ 때문이다.
인간의 자기 사랑은 서로 부딪치면서 세상의 모든 폭력과 인생의 불행들을 만들어낸다. ‘개인적 자기 사랑’의 충돌은 ‘개인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인생을 해치고, ‘집단적 자기 사랑’의 충돌은 ‘집단적으로’ 다른 집단의 생명과 인생을 공격한다. 구체적으로, ‘개인적 자기 사랑’은 직장과 가정의 이웃 간에 생활적인 다툼과 폭력을 만든다. ‘집단적 자기 사랑’ 중 ‘국가적·민족적 자기 사랑’은 이웃하는 공동체 간에 격렬한 증오심과 전쟁의 비극을 만든다. 그리고 ‘계층적 자기 사랑’은 사회 내부의 집단적 이웃 간에, 보수와 진보와 인종과 계층 간에, 정치적인 대립과 지속적인 정치적 내전 상태를 만든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집단적/계층적 자기 사랑’의 충돌이 ‘총탄’(bullet)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폭력적 전쟁으로 나가지 않고, ‘투표용지’(ballot)로 상대방을 일정 기간만 제압하는 ‘평화적인 전쟁’에서 멈추게 하는 정치적 장치이다. 선거에 졌을 때는 분하지만, 몇 년 뒤에 바뀔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 기다릴 수 있게 한다. “전쟁은 전쟁이되 욕만 죽어라 하고 사람을 직접 죽이지는 않는 평화적인 전쟁”을 발명한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살인하지 말라”라는 제6계명의 역사적 실현이며, 우리가 예수님 명령대로 ‘(정치적) 원수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정치적) 원수를 견디며 함께 살아가는 것’까지는 가능하게 해주는 이중적 계명의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세상을 ‘화평케 하는 자’(마 5:9)로서, 기독교 신앙의 열렬한 박수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나님’과 ‘보수’와 ‘진보’ -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신앙적 의미
세상에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함께 산다. 하나님은 세상의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진보주의자도 아니다. 하나님의 뜻은 안정 지향적인 보수주의에도 들어있고, 변화 지향적인 진보주의에도 들어있다. 하나님은 ‘제대로 된 보수’와 ‘제대로 된 진보’와 ‘양자 간의 제대로 된 싸움’을 원하신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자기 이익과 관점에 따라서 보수주의를 지지하거나 진보주의를 지지할 자유가 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선악과 계명은 사람이 “극우의 자리에 앉아서 진보와 좌파 모두를 악인으로 심판하고 정죄하지 말 것”과 “극좌의 자리에 서서 보수와 우파 전부를 악인으로 심판하고 정죄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나’의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는 것만큼, ‘타인’의 정치적 자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자신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적 이웃사랑’이며, 다른 사람이 나를 대접하기를 원하듯 내가 다른 사람을 대접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적 황금률’이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는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어줄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선거제도가 없으면 세상은 더 험악하고 고통스러운 지옥 같은 곳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정치적 원수를 견디고 정치적 이웃을 사랑하게 만드는 정치적 이웃사랑의 발명품이자, 사람을 죽이고 해치지 말라는 제6계명이 역사 속에서 만들어낸 커다란 신앙적 전진이다. 그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점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실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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