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어느덧 목전에 다가왔다. 대선 기간이 되면 볼 수 있는 선거 차량 위에서의 흥겨운 유세, 대선 후보들의 열띤 TV 토론회 등이 사람들을 설레고 들뜨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대선 후보들이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선거를 소위 ‘비호감 대선’으로 부르는 여론이 생길 정도로 대선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 때문에 <신앙과 삶>의 독자들을 비롯한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투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기에 오히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선거는 단순한 도장 찍기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핵심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들을 통치할 지도자를 뽑는 방안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와 민주주의의 결합은 민주주의의 효시인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선거제의 형태는 근대에 들어와 탄생했다. 전근대 시대에 비해 인구가 증가하고 영토가 확대된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사람이 정치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소수의 대리인들에게 위임하여 표출하고자 했고, 이들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중요해졌다. 이렇듯 선거는 우리의 정치적 권리를 대행할 만한 대표자를 찾는 과정이다. 만약 당선된 대리자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려 하지 않고 전횡을 휘두른다면 국민들의 삶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대표자가 성경적 가치에 위배되는 정책을 펼친다면, 그리스도인에게 이보다 최악인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할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대표자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삶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엄중하게 표를 행사해야 한다.
한편, 선출된 지도자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먼저 예수님의 말씀을 살펴보자.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여쭤보았을 때, 예수께서는 그들이 꺼낸 데나리온 한 닢을 보시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라고 명하셨다.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처럼 세속의 권력자에도 존중을 표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도 바울도 이와 비슷하게 로마서 13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해야 하며, 그 근거로 모든 권세를 정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임을 제시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통치자의 권세를 겸손한 자세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성경은 우리에게 지도자에 대한 무비판적인 ‘굴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베드로전서 2장에 따르면,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지도자는 “악행하는 자를 징벌하고 선행하는 자를 포상하기 위하여 보낸 총독”, 즉 정의를 실현하는 지도자이다. 세상 나라의 ‘시민’(citizen)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가 정의의 대척점에 서지 않도록 온건한 방법으로 그를 견제할 책무가 있으며,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선거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 내지 능력은 무엇일까? 우선 단기적 관점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촉발된 문제들, 그중에서도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겠다. 새로운 대통령은 ‘코로나 19’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과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들을 구제할 방책을 구상해야 하며, ‘코로나 19’ 종식 이후 빈곤층의 생계유지와 자활을 도와야 할 것이다. 또한 청년 세대들의 일자리 및 주거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일자리와 주거 공간의 확보는 궁극적으로 결혼 및 출산과도 직결되어 있다. 청년들의 미래가 보장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 및 북한 문제를 유능하게 다룰 지도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새로운 정부는 북한과의 인도적 교류를 지속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이는 북한에 대한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선언(예: 인권 탄압에 대한 언급)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일관된 대북 정책으로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 나갈 막중한 임무를 다음 대통령은 감당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하심을 통해 구원받은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서 그분의 자녀이자 백성의 신분으로 영원한 삶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신분이 주어져 있다. 바로 세상 나라의 시민(市民)이다. 대한민국이 복음적 가치 위에 바로 서 있도록 우리는 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권이 당위가 아닌 축복임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선거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떤 후보가 다음 5년을 가장 명민하게 사용할지 고민하며 투표장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을 위해 늘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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