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군대를 다녀온 대학교 4학년 시절 26세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 당시는 학생일 때 믿음 안에서 가정을 세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혼한 지 4년이 지나 어느덧 30대가 되고, 부모가 되어 보니 그때 결혼을 결정했던 나와 아내보다 결혼을 흔쾌히 허락하신 양가 부모님의 믿음이 얼마나 대단하셨는지 깨달았다. 냉혹한 현실을 이미 겪으셨음에도 ‘무모한 결단’을 믿음 안에서 허락해주셨으니 말이다. 결혼과 동시에 냉혹한 현실 속에서 ‘믿음의 실존’의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나의 부르심?
학부생 때 접한 ‘BAM’(Business As Mission)이라는 단어가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비즈니스 자체가 하나님의 기쁨이 될 수 있고 선교도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전공과 더불어 ‘기업가정신’을 배우며 창업의 꿈을 꾸었다. 마지막 학기 때 세운 사업계획서로 발표를 하러 다니며 사무공간과 사업 지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무실이 당시에 살던 지역과는 너무 멀었다. 기도하며 수소문 끝에 한 교회 반지하 공간에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수입은 전혀 없었고, 아내가 모아뒀던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창업 후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나는 비즈니스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모르면 비용이 든다. 알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사업계획을 세운 것을 구현하며 비즈니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아는 것’과 ‘탁월함’ 사이에는 엄청난 틈새(gap)가 있었다. 어설프게 가치를 비즈니스에 담으려 하니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 그 당시 하나님께 ‘탁월함’을 위해 지혜를 구했지만, 하나님은 ‘탁월함’이 아닌 나의 힘으로 하려 했던 교만을 깨닫게 하셨다. 사업을 내려놓고 다음 발걸음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현실 직장, 현실 믿음
삶의 주권이 주님께 있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직장을 허락해 주셨고, 같은 시기에 생명의 주권이 주님께 있음을 인정했을 때 귀한 자녀를 허락해 주셨다. 간절히 원했던 자녀가 생기니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직장은 가장 ‘스타트업 다워’ 보이는 교육 IT 회사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IT 기획자로 일했다. 첫 출근을 한 다음 날 팀장님과 함께 지방 회의에 다녀 온 후, 그 다음부터는 매주 혼자 지방 회의를 가야 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는 척을 해야 했고, 몇 주 지나지 않아서 회사 내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직원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치과대학 교육실 교수님들과 함께 치의학 교육에 특화된 실습 기반/역량 중심 교육 프로그램 ‘U-Folio’을 설계했다. 교수님들은 진료가 끝난 이후에 미팅을 원했으며, 보통의 경우 말씀이 많으신 편이라 밤늦게 귀가할 때가 많았다. 회사에서의 인정은 더 큰 업무 배정으로 이어졌다. 그 회사에서의 마지막은 맡겨진 프로젝트와 함께 3주 정도 밤을 새우며 마무리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라”(골3:23)는 말씀을 붙잡았지만, 그 말씀이 실제로 적용되는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직장과 가정의 밸런스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는 회사’를 놓고 아내와 함께 기도했다. 그러던 중에 동문 선배님과 교수님께서 창업하신 HEM Pharma로 이직하게 되었다. HEM Pharma는 ‘인간의 장 속 미생물 환경’(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을 연구하는 바이오 회사이며, 많은 투자를 받아 성장하고 있었다. 때마침 IT 개발팀을 조직하고 있었다. 바이오 회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IT 팀 규모가 크지 않아 기획자는 나 혼자였다. 팀원들은 40대로 나와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과장급 이상 직책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었다. 다행히 수평적인 조직 문화 덕에 세대 차이와 경력 차이를 극복하고, 회사에 필요한 프로그램이었던 미생물과 실험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LIMS)을 함께 구축할 수 있었다. 감사한 것은 유연근무제 덕에 집중 근무시간(13~16시)을 제외하고는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채울 수 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이직 후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개인의 시간이 보장되니 업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할 수 있어 보다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IT와 BT(생명공학)를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로또’ 보다 더 귀한 것
월급으로 카드값을 갚고 나면 얼마 안 되는 수중의 돈을 보며 ‘학생 때 선교단체 활동 대신에 공부나 열심히 할 걸’이라며 부끄러운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로또’ 한 장을 사들고는 일장춘몽을 꾸기도 했다. 그때 “만약 로또가 당첨되면 나는 무슨 기도를 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당첨되면 기도를 안 할 것 같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도는커녕 돈 쓸 생각만 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돈이 없어서 기도하는 것’과 ‘돈이 많아서 기도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음을 깨달았다. 삶의 목적이 ‘하나님’이 아닌 ‘물질’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나님 나라와 의’(마 6:33)를 구하는 삶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힘입어 매일 기도로 하나님을 인식하고, 삶 속에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누리며 살아가길 소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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