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선교사들이 최초로 기독교 학교를 세운 곳은 인도였고 가장 많은 기독교 학교를 세운 곳은 한국이었다. 물론 한국인의 교육열을 이용한 선교전략의 하나였겠지만 초기 선교사들은 남녀, 반상 차별이 심했던 시절에 성경의 평등사상에 입각해서 그런 부조리를 과감하게 극복하고 현대교육을 실시하여 보편교육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것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에 큰 축복이었다. 연희, 이화, 배재, 숭실 등의 기독교 학교들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그들이 우수한 대학으로 성장하지 않았더라면 한국 교회는 물론 한국 사회도 오늘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초기 선교사들이 교육 선교를 통하여 그리스도인 지도층을 형성했다면 20세기 이후에 활동한 원이삼(Wesley Wentworth) 선교사는 한국 복음주의 지성계에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씨앗을 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위생공학기술자’로 한국에 왔지만, 그는 한국 복음주의 지식인들을 서로 연결시켰고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교육을 장려하며,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스스로를 지식인으로 자처하지도 않고 이론적으로 학자들을 가르치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겸손하고 검소한 생활을 철저히 실천하여 대부분의 한국인보다 더 가난하게 살았다. 복음주의 지식인들은 그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그의 겸손과 신실함에서 더 큰 감명과 영향을 받았다.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서 자라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나 우리 동역회를 비롯한 그리스도인 지식인 모임들은 대부분 그의 성실한 노력의 열매라 할 수 있다. 초기 선교사들은 교육 선교로 한국 사회와 교계의 지도층을 길러냈다면 원이삼 선교사는 그의 겸손한 섬김으로 한국 복음주의 지식인들을 한데 묶고 기독교 세계관을 중요 관심사로 만들었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미국보다는 한국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감상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이제 충분히 잘살게 되었으니 아프리카에 가볼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라는 가르침에 철저히 충실한 ‘세계시민주의자’(cosmopolitan)다. ‘세계시민주의’야 말로 기독교가 인류 사회에 공헌한 가장 소중한 사상들 가운데 하나고 따라서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한 모든 복음주의 지성인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원이삼 선교사는 이 ‘세계시민주의’를 어느 다른 지식인보다 더 확실하게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
최근 원 선교사가 보내준 “복음주의적 지식인 삶의 재 각성: 한 기독교 학자의 편람”(Reawakening Evangelical Intellectual Life: A Christian Scholar’s Review)이란 글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계의 대표적인 지식인 카펜터(J. Carpenter)는 최근에 ‘세계시민주의’라는 고상한 가치가 미국 복음주의 공동체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음에 크게 가슴을 아파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Thomas Piketty)가 이미 지난 5월에 지적했듯이, 미국과 유럽의 보수적 정치 세력은 바로 이런 지식인들의 ‘세계시민주의’를 엘리트 독선으로 간주하고 국수주의적인 ‘대중주의’(populism)로 이에 맞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저학력 시골 출신 복음주의자들 절대다수가 이런 ‘대중주의’의 주도세력이 되어서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므로 건강한 민주주의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복음주의 지성계가 신학적 자유주의와 세속주의, 그리고 복음주의 진영의 근본주의에 대항해서 엄청난 노력과 고뇌를 거쳐 이제 겨우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는데, 같은 복음주의 진영에 속한 대중과 이념적으로 대치하게 되는 심히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서유럽에서는 고학력자들이 ‘기후 문제’로 보수 세력의 ‘대중주의’와 대치하고, 미국에서는 고학력자들의 ‘세계시민주의’로 보수계의 ‘국수주의’와 대치하고 있다. ‘기후 문제’가 전 인류의 문제인 만큼 ‘세계시민주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졸자가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하지만, 한국에는 50%가 넘었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므로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대립은 심각하지 않고, 특히 그리스도인들 가운데는 고학력자가 상대적으로 많기에 학력 간의 갈등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독교계에 잠재해 있는 근본주의 성향이 세속 정치계의 이념 갈등의 영향을 받아 복음주의 진영을 분열시키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일부 기독교 목사들이 진보 대통령 혹은 보수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국가와 교회 분리라는 금기를 깬 적이 있다. 매우 위험하고 걱정되는 타락이다. 잘못되면 미국 복음주의의 그 볼썽사나운 모습이 한국 교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 복음주의 지성계가 사명감을 가지고 기독교 세계관을 확립하고 확장해야 할 뿐 아니라 원 선교사의 본을 받아 철저히 겸손히 행동하고 절제함으로써 기독교 세계관을 삶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