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책 : 웨슬리 선교사님 생각하기
<미션>(1986, 롤랑 조페 감독)
미션(Mission)
<미션>(1986)이란 영화를 봤을 때 감흥이 지금도 아련하다. 아름다운 남미 이구아수 풍광과 웅장한 밀림이 매혹적이었는데,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욱 가슴 저리고 애절했다. 사랑과 구원의 복음을 전한다는 과정이 권력에 사로잡혀 대치하다 결국 약탈, 방화, 살인으로 치닫는 모습에 기독교, 선교, 사랑과 정의, 하나님 나라 등이 혼돈 속에 어지러웠다. 거룩한 선교의 이름 아래에서 어떻게 이런 폭력이 행해질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의 주제는 영화평을 늘어놓자는 것이 아니니, 영화 초반으로 급선회해 보자.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을 찾아간다. 정글 안에서 어느 부족보다 자유롭게 살아가던, 그러나 외부인에게 폐쇄적이던 그들에게 접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부는 경계심을 풀기 위해 피리를 분다.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원주민들은 그에게 다가오고 만지고 불어보며 신부를 맞이한다. 가브리엘의 마음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게 된다.
한 손에는 복음, 다른 한 손에는?
영화 <미션>을 연결하여 웨슬리 선교사님을 생각해 본다.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책’. 기독교 역사와 선교에서 거의 숙어처럼 인용되는 문구의 또 하나의 변주이다. 사실 이 문구는 믿음의 주님이신 예수님에게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목수 출신이신 예수님은 ‘한 손에는 천국 복음, 다른 한 손에는 망치(?)’라고 해야 할까. 바울 사도는 또 어떠신가. ‘한 손에는 복음, 다른 한 손에는 텐트’라고 해야 할까. 여기서 우리의 다정한 친구이자 형님이신 웨슬리 웬트워스를 바라보자. 나로서는 그에게 이 말보다 더 적합한 표현을 찾을 길이 없어 보인다. ‘한 손에는 복음, 다른 한 손에는 책’. 그 책은 그런데 그냥 책들이 아니고 ‘바로 그 책’(The Bible)과 연관된 책들이다. 성경에서 출발한 진지하고도 냉철한 숙고(熟考)를 여러 분야에 적용한 이른바 기독교 세계관의 책들이다.
한 손에는 우정, 다른 한 손에는 도전
웨슬리 형님은 잘 웃는다. 수십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웃던 얼굴이 지금도 한결같이 웃는다. 내가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던 해, 1993년 8월, 처음으로 선교사님을 만났다. 내가 만난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찾아왔다. 당시 명칭인 ‘기학연’(기독교학문연구회) 모임에서였는데, 웬 남자가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피리를 든 상황이 아니어서 조금 느끼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친구, 독일에서 공부하고 왔다지? 이 책에 관심 있을 텐데”라고 말을 걸었다. 그 이후 웨슬리 형님은 이 책, 저 책, 쉬지 않고 책을 들이댔다. 독일어권 자료로 공부한 터라 미국발 기독교 세계관 책은 많이 접하지 못해서 당황하기도 했고 “어이쿠, 분발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에서야 이 낯선 형님이 IVF 전문 문서 선교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번은 홍대역 근처 출판사를 방문했는데, 사무실 한쪽 책상 위에 널빤지를 침대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충격보다는 감동이었다. 우리 시대에도 이런 분이 계신가? 나아가 이 문서 선교사님은 솔로이면서도 기혼인 나에게 실제 생활 스타일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모델이 되었다. 철저하게 금욕과 절제를 생활하는 중세의 수도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는 과식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밥으로 삼은 것은 예수 안에서 피어오르는 해맑은 웃음이 아닌지 싶었다.
도전은 계속된다
‘기학연’(기독교학문연구회)에서 ‘기세동’(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으로 변모하고 난 뒤에도 웨슬리 형님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책도 책이지만 사람을 연결하는 중매작업도 쉬지 않았다. 대체로 관련 학자, 연구자가 대상이었는데, 연락처까지 알려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모임 때는 그에게 이런 인사를 듣기도 했다. “그 사람 만났어? 아직 안 만났어?” 추궁 같이 들리던 말이 나에게 도전으로 남았다. 기독교 세계관적 연구는 책하고 씨름만 해서는 안 되는구나. 복음 안에서 학문이나 삶의 길을 가는 동료, 동지들과 연대하고 교제해야 힘도, 지혜도, 동기유발도 더 생기는구나. 그의 존재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구호가 아니라 실제적 삶의 공동체로써 실천해야 하는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웨슬리 선교사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훌륭한 코치로서 활약하고 있다.
양화진에 서서
어느 날 합정역 부근 양화진을 다녀왔다. 개화기 선교사님들에게 성경 하나 들고, 복음의 열정으로 찾아온 낯선 땅 대한민국은 얼마나 열악했겠는가. 그래서 양화진에는 많은 선교사님들이 잠들어 있다. 또 많은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풍토병에 숨졌다. 무엇이 이들을 이 땅에 오게 했을까? 예수님이 부르신 소명과 성령님의 인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선교사님들은 나름대로 선교전략을 가지고 왔다. 어떤 이는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교육’(스크랜턴의 이화학당, 언더우드의 연희전문, 베어드의 숭실학교 설립, 배재학당 그리고 전국에서의 기독교 학교들의 설립), 어떤 이는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언론’(베델의 대한매일신보 창간), 어떤 이는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의술’(알렌의 제중원 설립) 등. 이러한 표현의 유명한 고전은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신문’(카이퍼, 칼 바르트)일 것이다. 이제 웨슬리 선교사님에게 적용해 본다면 단연,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기독교 세계관과 그 책들’이라 하겠다. “우리에게 피리 소리에 버금가는 책을 안고 다가온 다정한 형님, 이제 한국인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주 안에서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우리는 선교사님이 뿌리신 씨앗이 자라나 하나님 나라의 ‘넬라 판타지아’를 계속 노래하도록 함께 힘쓸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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