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난 2년 반 동안 온 세상의 발목을 잡아온 ‘코로나 19’ 시국이 서서히 종료되어 가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염려와 불안이 크다. 언제나 미래는 불확실했지만, 지금처럼 기독교 공동체 안팎으로 회의적인 시절이 또 있었는가 싶다. 멀리, 또는 크게 볼 필요 없이 주일학교 교육 문제만 해도 누구도 그다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니 말이다. 각종 주일학교 관련 통계들을 볼 때마다 막막한 심정이 되는 사람이 어찌 필자 뿐일까?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하면, ‘코로나 19’ 시대에 목회자들이 하나같이 뽑은 어려운 점 1위가 다름 아닌 ‘다음 세대 교육 문제’였다. 교회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는 ‘코로나 19’가 초래한 어려움은 아니다. 훨씬 이전부터 저출산 시대와 맞물려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교회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아이들마저 ‘코로나 19’의 타격 속에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않듯 교회에서 집중하지 않는다. 예배의 자리에 영혼이 가출한 듯 앉아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탓할 수는 전혀 없다. 같은 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학교에서 교회 다닌다고 비난받았다고 5명 중 1명이 응답했고, 그들 중 절반 정도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신앙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 세대’가 교회에서 가장 흔한 ‘상투어’(cliché) 중 하나이면서도 정작 그 아이들에게 안전한 신앙 기반을 제공하지 않은 책임을 도대체 누가 져야 할까?
어느 날 그 책임의 무게가 필자에게도 다가왔다. 작년 11월, 40명 남짓한 교우들과 시작한 개척교회에서 만난 각기 학년이 다른 12명의 아이들이 바로 그 무게의 실체들이었다. 교육 전담 부교역자를 둘 교회 형편이 아니었다. 그 아이들의 부모를 비롯한 몇 안 되는 성인들 중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차출할 수도 없었다. 상황상 교회를 세우고 예배의 기초를 쌓아가는 일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라고 잠깐 생각했다. “30년 이상의 학교 현장 경험과 교육학 박사 학위에다 어린이 책 작가 정도면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교만하고 무지한 생각으로 아이들을 품어보겠다고 나섰다.
일단 매주 아이들 모두가 즐거워할 만한 프로그램을 구상해서 준비해주는 것에서 시작했다. 교회 개척 이후 성탄절과 부활절을 같이 보내면서 우선 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절기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괜찮은 듯 보였다. 일단 아이들이 교회 오는 것을 좋아하는 듯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놀라운 축복도 경험했다. 지역 공부방을 주일에만 무상으로 사용하는 교회에 무슨 공간이 넉넉했겠는가? 그런데 바로 앞에 위치한 태권도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잠깐의 성경공부 활동 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놀았다. ‘코로나 19’ 때문에 노는 공간과 기회를 잃어버렸던 아이들은 부모님 예배가 마치길 기다리는 10여 분의 놀이 시간을 꿀처럼 탐닉했다.
잠깐 자만했다. 그리고 지난 6개월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주일학교 운영을 매주 임기응변식으로 해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주일학교 교재들은 우리 상황과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만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그래도 사실상 필자는 믿는 구석이 좀 있다. 굳이 주일학교에서까지, 특히 이렇게 작은 교회에서라면 굳이 학년을 구분해서 교육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예전 대가족 속에서 자라던 아이들처럼 교회에서라도 서로 어울려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어린 시절 마을 교회 권사님, 집사님 댁에 아무 때나 들어가서 밥 얻어먹고, 가끔 용돈도 얻으며, 실컷 놀곤 하던 기억이 필자의 신앙 여정에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다는 것을 믿는다. 이제 초소형 개척교회의 울타리를 조금 낮고 넓게 치고 우리 아이들을 ‘다음 세대’라는 ‘상투어’로만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신앙 공동체의 소중한 일원으로 받아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일이면 우리 교회가 처음 맞는 어린이 주일이다. 12명의 소중한 다음 세대들을 위해 나는 의지를 동원하여 희망을 노래한다. 굳이 시스템을 만들지 않거나 혹은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해도 우리가 보호하고 같이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복음의 노래를 삶으로 전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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