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중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영국에 사는 페번시 가족의 4남매가 전쟁을 피해 런던 밖에 사는 디고리 교수의 집으로 가, 그곳에 있는 옷장 문을 열면서 모험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옷장 속 나니아 세계에서 4남매는 모험을 통해 진정한 용기와 사랑을 배우고 정체성을 회복한다. 주인공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한 시대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함으로 마음의 성장을 하게 된다. 3년 전 우리는 ‘코로나 19’라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전 세계적인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모든 일상이 멈추고 모임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늘 살아오던 ‘일상’이 ‘도전’으로 다가오는 상황에 부모로서 열어야 하는 옷장은 무엇일까?
부모, 옷장 문을 열다
필자는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양육자로서 일반교과는 학교와 학원에, 신앙교육은 주일학교에 의존하며, 학교와 학원과 주일학교가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해주는 정도로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마음 한켠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애써 위안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팬데믹으로 인해 어떠한 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선생님, 전도사님, 그리고 교회학교 선생님께 맡기고 있던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맞는지 너무나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은 멈추어 서서 기다려 주지 않았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으며, 부모의 역할 또한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지금’, ‘현재’, ‘무엇하기를’ 원하실까를 생각하던 중, ‘상황상’ 묻어 두고 못 본 척 눈을 감았던 ‘신앙교육’과 ‘다음 세대 교육’의 문제로 말미암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있는 옷장의 문을 용기 내어 열게 되었다.
옷장 문 뒤편의 세계
옷장 문 뒤편의 세계는 너무나 춥고 막막했다. 하얀 마녀의 저주에 걸려 겨울밖에 없던 나니아처럼, 옷장 문 뒤편의 세계를 본 나는 다양한 이웃집 세계관들이 혼재하여 하나님의 창조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고 있음을 직면하게 되었다. 창조, 타락, 구속의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안경 없이 희미하게 나와 자녀를, 가정을, 세상을 바라봐왔다는 것이다. 옷장 문을 열면서 유경상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CTC(Christian Thinking Center)의 기독교 세계관 교육가 양성 과정 수업을 만나게 되는데, 이 수업은 교육과 사회 문화의 영향으로 다양한 세계관 속에 바른 기준을 정립하지 못하고 달리기만 하던 내가 정체성을 회복하고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먼저,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4)라는 결단의 깃발을 꽂고, 영역별로 분리했던 교육의 중심에 부모가 서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삶으로 보여주신 것처럼, 신앙교육이 문자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교육이 되어 삶으로 이어지려면 부모는 일상을 함께 하는 좋은 모델, 좋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페번시 가족의 4남매가 아슬란과 만나 잃었던 왕의 정체성을 회복한 것처럼,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창조하시고 유지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하고, 청지기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나와 자녀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작품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회복하여 준 존재임을 기억할 때, 비로소 삶과 연결되는 진정한 신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신앙교육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부모에게는 든든한 동역자들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든든한 동역자는 바로 ‘교회’이다. 교회는 부모들을 지원해주고, 격려해 주며, 함께 힘을 내어 다음 세대를 품어야 한다. 함께 연대하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때, 다음 세대 교육이 온전히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옷장 밖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다음 세대 교육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통해 옷장 문을 여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가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회와 부모가 함께 연대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 세대 신앙교육은 본질적으로 부모를 훈련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부모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녀임을 인정하고, 충직한 청지기로서 자녀 교육의 주도권을 회복하며, 교회는 예전과 같은 역할에서 시선을 확장하여 가정들이 건강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부모들을 든든하게 지지해줄 때, 자녀들의 신앙과 삶이 연결되어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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