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청소년 신앙교육에 대한 글을 쓰려고 준비하면서, 나의 신앙은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되돌아보았다. 여러 선생님이 계셨지만, 그 중 특별히 떠오르는 분이 있다. 재수생들이 모이는 예배 자리에서 처음 만난 어느 목사님이다. 교회 주일 예배를 마치면 성경 한 장을 묵상하고 적어와서 돌아가면서 읽고, 질의 문답을 나누는 큐티 모임 시간이 있었다. 대략 10명 정도가 모였는데, 분위기가 엄숙하면서도 따뜻했다. 목사님은 본인이 섬기는 영혼들과 그렇게 매주 큐티 모임을 인도했다. 나는 이후, 그 목사님과 함께 교회학교 교사가 되어 결혼하기 전까지 약 12년 동안 매주 그 큐티 모임을 섬겼다.
연세가 아버지뻘 되신 목사님은 놀랍게도 사모님과의 갈등, 하나님을 의심했던 경험, 인간적인 나약함 등 자신의 신앙과 삶을 너무도 솔직하게 나누어 주셨다. 매년 섬기는 부서가 바뀌면서 교회학교에서 다양한 연령대 청소년 부서 학생들과 큐티를 할 수 있었는데, 저학년 학생들의 질문이 참 솔직했다. 선악과를 왜 만드셨는지, 왜 사랑이 많은 하나님이 누구는 지옥에 보내시는지, 왜 기도를 했는데 병을 고쳐주시지 않는지, 왜 하나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지, 복음을 듣지 못한 아기나 오지의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등. 덕분에 나도 궁금한 것들을 솔직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해 큐티 시간 내에 시원하게 답을 다 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목사님은 그 모든 질문을 중요하게 여겨주시고, 본인이 고민했던 내용을 답해주시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셨다. 나는 그러한 모습에서, 질문하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믿으려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언젠가 학생들과 “무엇이 자신들의 신앙을 성장시켰는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집약된 핵심 키워드는 ‘가까운’이었다. 학생들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말씀을 듣고 대화하며 신앙이 생기고 성장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민형(가명) 학생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신앙이 없었다. 입학하고 나서야 하나님에 대해서 듣고, 성경을 배우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신앙에 대해서 생각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말씀을 듣고, 또 선생님 및 친구들과 대화하는 환경 속에서 도전이 시작되었다. 민형 학생이 하나님을 찾는 계기는, 학교를 더 다닐지 말지 하는 고민과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 학교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기독교 학교에 온 이상 하나님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마침내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민형 학생이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앙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찾게 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또한 나는 학교에서 작년에 고등학교 3학년들의 복음사경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복음사경회에는 큰 교회나 여러 단체의 장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오신다. 이 행사는 ‘창조’, ‘타락’, ‘구속’, ‘구속된 삶’이라는 네 가지 영역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때도 민형 학생은 같이 지내며 그 생각과 행실을 아는 ‘가까운 사람들’의 신앙 이야기가 자기에게 더 와 닿았다는 인상적인 말을 했었다.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말은 현장에서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많이 듣는다. 한 학생은 친구들과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또 그것이 자신의 신앙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는 중학교 때도 친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신앙과 같이 깊고 진지한 주제의 대화란 쉽지 않았는데, 모두가 서로 신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같은 말씀을 듣고 공부하기 때문에, 비슷한 질문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또한 기숙형 기독교 학교의 특성상 친구와 붙어있는 시간이 많고, 소수의 학생끼리 성경을 묵상하고 나누는 시간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질문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바로바로 대화를 나눌 ‘가까운’ 친구나 선생님들이 있다.
신앙교육의 측면에서 나의 경험과 학생들의 경험은 많은 부분 겹쳤다. 청소년기의 신앙교육은 우선 정기적으로 말씀을 들을 수 있고, 말씀을 전하는 사람을 나도 알고 그도 나를 아는 사이일 필요가 있다.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질문할 기회도 보장되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개인적 과거를 통해서, 그리고 교사로서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신앙교육은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무리의 일원으로 함께 했던 모든 시간에 가장 좋았다고 본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상황도 매우 비슷한 성격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신앙교육의 현장 역시 적은 무리와 동고동락하며, 민형 학생 말대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용서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함께 말씀을 나누며 묻고 답할 기회를 수시로 가졌던 것이다. 이렇게 기독교 세계관적인 청소년 신앙교육이란 필시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하는 것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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