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유경상 대표는 기독교 세계관 교육으로 다음 세대를 세우는 비전으로, 오래전부터 한국교회를 섬겨온 전문가이다. 경북대 학부에서 철학,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했고, 백석대에서 기독교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2007년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CTC, Christian Thinking Center)를 설립하였고, 기독교 세계관 관련 여러 도서의 저자이며, 현재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과 아세아연합신학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교회, 기독교 학교, 학부모 교육, 홈스쿨링 모임, 선교단체 등에서 기독교 세계관 교육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 일시 & 장소 : 2022년 4월 18일(월), 오후 3시 서울대 사범대(10동) 4층 세미나실
- 인터뷰어 : 조지혜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박사과정)
- 정리 & 사진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조지혜 : 대표님께서는 오랫동안 아동 청소년을 위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다양한 현장에서 펼쳐오셨는데요. 그동안 섬겨오신 대표적인 사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유경상 : 우선 2007년 처음 시작했던 청소년 세계관 캠프가 있고요. 또 그게 계기가 돼서 ‘어린이 세계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총 3년 6학기에 걸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해왔습니다. 그다음은 부모들을 위한 세계관 교육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부모 세계관 학교’를 시작했지요. 이것은 부모가 교사가 되고, 교사는 부모의 마음으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목회자와 사역자의 기독교 세계관 교육, 즉 캠프나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독교세계관 교육 지도자 과정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기독교세계관으로 고전 읽기’ 프로그램인 ‘월드뷰 패밀리 아카데미’인데요, <나니아 연대기>,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온라인에서 부모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올 3월부터는 모든 사역의 디지털화도 실현하여서, ‘하·이·세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온•오프라인 어린이세계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이·세’는 ‘하나님 영광, 이웃사랑, 세상 돌봄’을 의미합니다.
조지혜 : 우리 시대 아동 청소년 세대의 특징은 무엇인지요.
유경상 : 우리 시대 아동 청소년들은 이 디지털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을 모국어로 배우고 살아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세대라는 생각이 우선 들고요. 따라서 신앙교육의 측면에서 디지털 상황을 고려해서 시급히 해결할 문제가 참 많은 상황입니다. 또 최근 메타버스 등 새롭고 다양한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도 활발하기에,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이들을 위해 더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조지혜 : 그렇다면 대표님은 현재 한국 아동 청소년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유경상 : 정체성 문제입니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느냐가 정체성과 소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독교세계관 교육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을 발견하고 준비하는데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특별히 입시 사교육의 현실과 미디어의 영향력은 다음 세대가 기독교세계관보다 다른 세계관에 더 영향을 받도록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성경적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각자의 소명을 발견하고 준비하기가 쉽지 않지만, 교육에 있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조지혜 : 저도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고,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면서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이 많이 공감되고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현재 한국의 아동 청소년 신앙교육은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유경상 : 교육은 정조준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상 주변에만 맴돌거나 방법론에 치우치지 말아야 하지요. ‘코로나 19’로 아이들이 학교와 교회를 가지 못하면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생겨난 질문이 있습니다. ‘학교와 교회가 무엇인가?’하는 문제이지요. 모두 힘든 이때, 여기서 우리는 현상이나 방법론이 아닌 더 본질적 부분들을 성찰하고 깊이 고민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많은 사역자들이 온라인 교육과 예배에 적응하는 데 정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은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온라인이 대세다. 메타버스로 가자”는 것은 좋지만, 그저 트렌드를 따라가는 정도에 그치고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나아가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다음 세대 신앙교육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결국 다시 정체성과 소명, 더 본질적으로는 세계관의 문제인데, 이 부분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신앙을 점점 더 잃어버리고 교회를 떠나는 일들이 계속 악순환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조지혜 : 대표님은 2007년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CTC)를 직접 세우시고 현재까지 아동 청소년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전방위적으로 펼쳐오셨습니다. 어떤 구체적 계기가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유경상 : 대학생 때 철학을 전공하면서 무신론의 도전 위기를 만났고, 기독교 세계관을 접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막연히 기독교 세계관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리고 어느덧 20년이 된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공부하면서 청년대학생을 위한 세계관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서, 졸업 후 청년들의 세계관 교육 사역을 열심히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킹스키즈’라는 청소년 단체 수련회를 통해 청소년 대상 기독교 세계관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청년들 대상보다 더 즐겁고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한 겁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프랜시스 쉐퍼(Francis A. Schaeffer)의 책 제목 <How should we then live>처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돼죠?”라고 반응하는 ‘중딩’과 ‘고딩’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는 밴쿠버에서 공부할 때, 하루는 팜플렛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세계관 캠프를 시애틀에서 연다는 광고문이었어요. 그때 첫째 아이 임신으로 만삭이 된 아내와 함께 캠프 장소까지 3시간 차를 타고 가서 참석했지요. 프로그램이 오전 강의, 오후 휴식, 저녁 강의 식으로 그렇게 단순했음에도, 마지막에 참여한 아이들이 5박 6일 캠프를 통해서 어떻게 자신이 변했는지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도전이 되었는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한국 아동 청소년들에게도 나누면 좋겠다 싶었고, 용기를 내서 시작한 것이 청소년 세계관 캠프이고, 이 사역을 더 본격적으로 하겠다 해서 설립한 것이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입니다.
조지혜 : 아동 청소년 세대의 신앙교육은 이미 교회에서 다양한 방법과 교육자료를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기독교 세계관 교육일까?”라는 물음에 뭐라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유경상 : 저는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교회와 세상에서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면 왜 그냥 신앙교육이 아니라 기독교 세계관 교육인가? 이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3R 영성이라는 게 있는데요. 첫 번째 R은 ‘관계’(Relationship), 두 번째 R은 ‘종교’(Religion), 세 번째 R은 ‘실제 삶’(Real life)입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교육은 보통 ‘관계’와 ‘종교’에 너무 초점이 있지 않았나 보고요. 반드시 ‘실제 삶’으로까지 통합적이고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신앙교육과 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지요. 또 하나는 아동 청소년기는 세계관이 만들어져 가는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신앙교육이 ‘실제 삶’으로 총체적으로 안내하는 데까지 가지 못하면, 다른 세계관에 쉽게 노출되고 그걸 쉽게 배웁니다. 그래서 신앙교육은 우리가 세상에서 어떤 다른 세계관들에 쉽게 노출되고 전달되고 영향을 받는가를 분별하도록, 또 기독교 세계관으로 그것을 평가하고 ‘실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차원에서도 기독교 세계관 교육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조지혜 : 대표님은 아동 청소년 신앙교육, 즉 기독교 세계관 교육과 관련해서 ‘부모교사세계관학교’ 등을 통해서, 이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과 직접적 참여를 특별히 함께 꾸준히 강조해 오셨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해주시지요.
유경상 : 신앙이 ‘실제 삶’으로까지 나아가도록 돕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이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라면 그것을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할 때, 사실상 부모가 굉장히 중요하지요. 그런데 주일학교와 수련회 등에서 아이들이 은혜를 받고 변화가 되어도 집에 갔다 오면 제자리에 돌아온다는 사역자들의 푸념과 안타까움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결국 가정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이 아무리 동기 부여되고 자극받고 일시적 변화가 되어도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아동 청소년이 생각뿐 아니라 삶의 변화로 나아가도록 도우려면, 부모들의 주도가 필요하고, 부모들이 먼저 세계관이 바뀌어 기독교 세계관으로 삶의 열매를 맺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교사 역할은 일차적 사명입니다.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건 모범과 모델이 아닐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이 중요한 첫 단추를 많이 놓치고 있지 않았는가 해서, 부모들을 위한 세계관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 바로 ‘부모교사 세계관 학교’였습니다.
조지혜 : 지금의 한국 기독교의 건강한 다음 세대의 세움, 즉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아동 청소년 신앙교육과 관련해서, 현재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유경상 : 지금은 ‘코로나 19’ 시국이 끝나는 엔데믹(endemic)으로 가는 상황인데요. 아이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되겠지요. 그런데 두려워요. 참 이게 우리 현실이죠. 가장 시급한 것은 이들을 맞이하는 어른들이 먼저 준비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저는 지금 교회교육에서 더 집중하고 시급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 부모교육이라고 봐요. 동시에 교회 사역자분들도 아이들 신앙교육을 일시적 프로그램이나, 교사 대학 같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고 진짜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교육과정과 준비된 교육이 필요한데요. 그 중심에 부모들이 있기에 지금 제일 시급한 또 하나는 부모들을 비롯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사실 제일 좋은 마을은 교회 공동체잖아요. 신앙교육의 잠재력이 많은 곳은 여전히 교회라고 보거든요. 이해타산적이지 않고 영성이 있는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에는 이 모든 것이 구비되어있기에, 이를 교육적으로 잘 전환할 수만 있다면, 이런 잠재력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게 교회입니다. 이 때문에, 교회에서 부모들을 비롯한 어른들을 위한 세계관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우리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조금 더 힘쓰면 좋은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지금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이 교육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 신앙교육 콘텐츠는 많지만, 구체적 신앙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기독교 세계관 교육 콘텐츠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기에, 신앙을 가지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가에 관한 교육, 그리고 그리스도인답게 어떻게 공부하고 꿈을 꾸며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생활을 할 것인가에 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까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책으로도 몇 권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콘텐츠 개발과 제공이 시급하고 그걸 또 충분히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교사들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지혜 :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아동 청소년 신앙교육의 현재 위기 상황을 기독교 세계관 교육과 연계하여 극복할 수 있을까요?
유경상 : 말씀드렸듯이 콘텐츠와 준비된 교사가 필요하고, 구조적인 변화도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구조적 변화가 없으면 이 부분은 적용되기 쉽지 않거든요. 우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주일학교 교육은 한 시간 반 정도지요. ‘코로나 19’ 이후로는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에서 TV 보듯 하는데, 이것으로는 안 되지요. 따라서 저는 구조 환경 자체가 다시 완전히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래서 저의 대안은 가정 신앙교육의 활성화입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하지 못한다면 가정에서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특별히 부모 주도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콘텐츠도 제공하면서 돕는 것을 한국교회가 지금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봅니다. 요즘 신앙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 중 하나로 1교회 1학교 운동 같은 것이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교회는 방과 후 학교 같은 것을 신앙교육의 장으로 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런 부분을 구조적으로 마련하고 거기에 실제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며 교사들을 훈련해서 신앙교육을 할 수 있다면,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조지혜 : 최근 한국 기독교에 ‘다음 세대’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한데요.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지요.
유경상 : 제게 하나님께서 최근에 깨달음을 주신 게 있습니다. 뭔가 하면.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만 다음 세대가 아니라 전(全) 세대가 다음 세대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각 세대가 하나님과 멀어져 가는 다른 세대에서 다시 하나님께 돌아오는 다음 세대가 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자녀 교육이라는 것이 부모들에게 축복인데, 부모도 하나님의 자녀이잖아요. 하나님께서 보실 때는 “부모와 자녀 둘 다 성숙해져야 하고. 둘 다 함께 자라야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다음 세대 신앙교육은 모든 세대가 함께 자라가도록 돕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지혜 :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청년들은 환상을 보고 아비들은 꿈을 꾸리라”(행 2:17)라는 성경 말씀처럼, 이렇게 전(全) 세대가 성령 충만함으로 변화되는 비전이 떠오릅니다.
유경상 :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나님 자녀니까요. 저는 그래서 기독교 세계관 교육으로 모든 세대가 다음 세대가 되는 비전, 이것을 저의 사명과 비전으로 붙들기 원합니다. 부디 그 방향에서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가 한국교회의 신앙교육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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