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교회학교 초등부 전도사 3년 차이다. 섬기고 있는 초등부 아이들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4~6학년 아이들이라서 유년부나 유치부처럼 마냥 귀엽기만 한 나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중고등부처럼 성숙하지도 않다. 귀여움과 성숙함, 순종과 반항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과 함께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가장 큰 변수는 사역 시작과 함께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 19’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아이들과 직접 만나서 함께 사역한 시간보다, 그러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다. 물론 요즘은 이전보다 ‘코로나 19’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렸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가 교회를 떠난 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교회를 떠나지는 않더라도 예전만큼 열심히 교회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한다. 온라인 예배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온라인 예배는 긴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각자 편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사역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예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것인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인도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또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님께 마음을 다해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든다. 이것은 필자를 비롯한 모든 사역자와 선생님들의 고민일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코로나 19’라는 상황 속에서 교회학교의 지난 모습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려지는 예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가 아이들이 온라인 예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는 이상 세상의 화려한 영상미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교회의 예배 영상은 재미없고 지루한 영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매체는 ‘코로나 19’의 상황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세계관을 장악하는데 더 쉽고 가까이 나아가는 장을 얻었다. 밖을 나갈 수 없으니 온라인상 프로그램들과 서비스들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아이들은 수많은 온라인(OTT, SNS) 서비스를 통해 비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흡수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아이들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좀비 웹드라마 <스위트 홈>, 또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줄줄 꿰면서 이야기할 때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 설교를 들으면서 큰 공감을 했던 말이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다.”라는 말처럼 입으로 먹는 것만이 내가 아니고 “눈으로 먹고, 귀로 먹는 것 역시 나”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것을 눈으로, 귀로 먹는가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매일 어떤 것을 눈으로, 귀로 먹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보고, 듣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세계관 교육이 중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는 대로 세계관과 가치관이 성립되고 그 세계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해 일주일에 딱 하루, 주일에 와서 찬양하고 말씀을 보고 듣는 그 시간까지도 빼앗기게 되고 만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많이 노력했다. 줌(ZOOM) 기도회, 매일 말씀 읽기, 주일에 재미있는 활동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 등.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때때로 돌아오는 것은 기대와 다른 결과에 대한 좌절감, 의욕 상실 등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깊은 고민을 했다. “과연 사역자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내가 사역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훈련시키신 것이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주고 하나님을 믿게 하려고 했던 모습을 보게 하셨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내’가 하려는 교만을 버리도록 하셨다. 100%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의존하며 순종하도록 하셨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시는 것은, 내 힘으로 할 땐 아등바등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한 일들을 하나님을 의지하며 순종할 때 어떤 상황에도 기쁨과 감사함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내’가 하려는 교만과 순종 사이에 줄다리기하며 사역하는 중이다. 또 여전히 아이들이 가요나 그에 맞는 춤은 열정적으로 따라 하면서 왜 찬양이나 율동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고민하며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언제나 바른 정답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이며,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하나님께서는 암흑의 사사 시대에 사무엘을 준비하신 것처럼 준비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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