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왜 하나님은 내가 누구랑 자는지 신경쓰실까?
<왜 하나님은 내가 누구랑 자는지 신경쓰실까?> / 샘 올베리, 홍병룡 역 / 아바서원 / 2021.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앞에서 신자가 될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신자가 된 게 아니다. 신기한 것은 이와 비슷한 경우가 삶 속에서 매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나는 남편 자격증을 갖고 남편이 된 게 아니며, 아빠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아빠가 되지 않았다. 마치 그 자리에 던져진 것처럼 남편, 아빠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렇게 주어진 자리 중, 그리스도인 부모가 갖게 되는 무게는 유별나다. 자녀들의 생존을 위해 갖게 된 책무와 더불어 아이들을 신앙으로 키워야 한다는,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부모는 자녀와 말씀을 읽거나 함께 하나님을 노래하기도 하며 가정예배를 드린다. 더 나아가 교리문답을 공부하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든 부모들이 자녀의 신앙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나는 가정에서는 부모로, 학교에서는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니 나의 시간은 다음 세대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와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대, 피부로 부딪치고 부딪히는 현상과 문화에 더욱 관심이 많다. 특별히 성(性)이 그렇다. 성교육에 대한 자료나 책이 많다. 학교는 정기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교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특강이 열리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성교육의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보통 다뤄지는 내용은 동성애와 같은 특정한 이슈가 중심이 되거나, 남녀의 생물학적인 정보의 나열, 피임이나 성관계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 등이다. 생각해 보자. 아이들은 이런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대개 아니다. 그냥 한번 지나가는 시간일 때가 많다. 킥킥 웃을 수 있는 그런 시간.
더구나 기독교적인 성에 대해 나누는 것은 더욱 힘들다. 교회의 아이들이 갖고 있는 기독교적인 성에 대해 가진 생각은 ‘고리타분하다’이다. 특히 어른의 입장에서 마치 수학의 공식을 나열하듯 말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성에 대한 지침을, 그것도 기독교적 용어를 사용하며 주입하게 되면 관념적 신앙과 같이 관념적 성 개념만이 남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성의 그 깊은 근원을 잃지 않으면서 실제적인 부분들을 다뤄주는 건 녹록치 않은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샘 올베리(Sam Allberry)가 쓴 <왜 하나님은 내가 누구랑 자는지 신경 쓰실까?>(Why does God care who I sleep with?)라는 책은 상당히 반가운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솔직한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뚜렷하고 솔직한 질문은 이 질문을 가졌던 학생들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자신들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번쯤 떠올린 질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장의 핵심 질문 중 하나인 ‘섹스는 몸으로만 하는 거 아닌가요?’, 3장의 ‘그럼 섹스는 왜 하는 건데요?’, 4장의 ‘결혼과 섹스는 무슨 상관인가요?’, 5장과 6장의 ‘그래서 기독교가 말하고 싶은 성은 뭔데요?’이다. 어떤가?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관심이 생길 것이다.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저자가 위와 같은 경험적인 질문만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그는 1장에서 “#MeToo”를 제시하며 성에 대한 사회의 관점으로 글을 시작한다. 중간에 잠깐 제시되는 훅업(Hookup) 문화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부모, 교사로서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와 방식이 반갑다. 다음 세대와 성에 대한 주제를 나눌 때, 단순한 명제, 질서, 규칙을 던져줘서는 곤란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런 건 관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이를 둘러싼 현상, 자신 안에 있었던 정직한 질문들은 다음 세대가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 이쯤 되면 “그런 것들만 나누게 되면 겉만 핥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다.
어떤 책들은 근본에서 확장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진행하고 또 다른 책들은 다양한 지점에서 근본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올베리는 후자를 택했다. 그의 그런 선택은 자녀나 학생들과 나누기 좋은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진정한 사랑’이신 하나님을 드러내며 말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섹스의 의미를 말한다.
“우리는 섹스를 우리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기본적인 모양은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의 성은 본래 예수님을 아는 데서 오는 더 깊은 열망, 더 완전한 만족, 더 큰 완성을 가리키도록 되어 있다.”(217-8쪽)
나는 현재 이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다. 처음 단어조차 어색했던 학생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자유로운 질문과 발표들이 수업을 따뜻하게 한다. 가장 관심이 많은 때에, 좋은 글을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은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이 의도하신 성을 좀 더 깊게 고민하도록 도울 것이다. 자, 어른들이여. 가까이 있는 다음 세대가 보이는가? 책을 집어 읽고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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