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배움과 가르침의 영성> /파커 팔머 / 이종태 역 / IVP / 2006
파커 팔머(Parker J. Palmer)의 <배움과 가르침의 영성>은 현대 시대의 파편화된 개인이 공동체를 꿈꾸어야 하며,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갈 회복된 하나 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장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에서부터 마지막 장 ‘가르치는 이의 경성형성’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배움과 가르침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대가 고도화되고 발전됨에 따라 지식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조금은 순수하고 풋풋했던 지식이 추구되었다면, 지금은 잘못 사용되면 마냥 변질될 수 있고 어떤 개인이나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지식이 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독교 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지식의 양날에 대해 깊이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식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속성 그리고 피조세계에 계시 된 그분을 알게 하는 데 적합해야 한다. 자칫 지식이 높아져 바벨탑을 쌓았던 사람들처럼 자신만의 아성에 갇혀 공동체를 잃어버리고 하나님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특별히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가르침과 배움의 현 수준 즉, 사실에 입각한 가치관 교육을 몇 번 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교육이 멈추어 있다는 지적(20면), 그리고 사랑으로 발원하는 지식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유대를 연결하는 방식을 강조한 대목(30면)이다. 이 두 지점이 기독교 교육과 현실 교육의 차이를 가져오는 분명한 지점이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모든 기독교 학교 및 기독교 교육계에서 경쟁력을 갖출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의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안다는 것은 “이 찢어진 세계 속의 우리를 다시 온전성으로 불러 주고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의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엮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적 전통이 그것을 세워가고 회복시켜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객관주의와 지성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을 가지고 가르치고 배우며, 또 그런 공간들을 만들어내고 지식을 넘어 진리를 바라볼 뿐 아니라 공동체로서 회복을 경험하는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시대를 바라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식교육이 팽배할 뿐 아니라 모두가 개인의 성공과 영달만을 바라보고 경주하듯 달려가는 세태 속에 살고 있다. 지식이 더 이상 사랑의 도구가 아니라 사고파는 시장이 되어 사랑의 관계가 아닌 계약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식을 넘어 진리를 추구하는 그리스도인,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그리스도인,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진리를 진리 되게 기독교를 기독교 되게 하는 그리스도인과 기독교 대안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독교 학교 9학년생(중 3)이 되면 아이들은 늘 고민한다. 계속해서 기독교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 고등학교 과정에 진학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중학생이라는 시기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또 선택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즈음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인 교사로서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지식이 전부는 아니다. 진리가 있고 우리는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매개를 통해 공동체가 되며 함께 자라간다. 그리고 사랑 안에서 관계 안에서 가르치고 배울 때 우리는 함께 갈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공동체 세움’이라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파커의 저작을 살펴보았다. 다소 어려운 감이 있었지만 요약하고 중심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먼저는 학교의 목표인 ‘그리스도인 지성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파커의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읽어 가면서 아이들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하였다. 먼저는 지식의 양면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바른 지식이 무엇인지 배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고, 나중에는 팔머가 이야기하는 마음, 사랑, 진리, 공동체, 온전함, 순종, 가르침과 배움의 공간, 세상이 이야기하는 공부와 나의 공부가 다른 점 등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각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기록해 보고 찾아보는 활동으로 진행하였다. 우리는 왜 기독교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있으며, 왜 기독교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지, 기독교 교육을 통해 어떤 기대와 소망이 두근거리는지를 나누게 되었다. 다소 어렵고 긴 책이었지만 전달하려는 바가 명확한 책이었기에 나눔은 더욱 수월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기독교적 관점의 가르침과 배움이 어떤 것인지, 왜 우리는 가르치고 배우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 세워나갈 하나님의 공동체를 상상하면서 이 책의 다음 글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기독교 정신은 살아 계신 하나님과 그의 주권이 인간의 의식과 실재의 전 영역에 미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모든 것의 기원에 관한 진실된 설명으로 무로부터의 창조를 믿는다. 기독교 정신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으며, 하나님과 그리고 타인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피조물로 본다. 또한 진리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실재로부터 억지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는 창조 세계의 다양한 면을 통해 하나님을 우리에게 드러내기를 기뻐하신 인격이신 예수 그리스도이다. 기독교 정신은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을 계시하며, 따라서 사실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한다.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진실된 형태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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