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국의 집단 간 갈등과 혐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6월 영국 킹스컬리지(King’s College)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의 결과보고서 <전 세계의 문화 전쟁: 갈등에 대한 국가들의 인식 수준>(Culture wars around the world: how countries perceive divisions)에 따르면, 28개국 중 한국은 응답자 중 70%가 교육 수준에 따른 차별과 갈등이 존재한다고 응답했고, 지지 정당에 따른 갈등이 있다는 진술에는 91%,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에는 91%, 세대 간 갈등에는 80%, 종교 갈등에는 78%, 성별 갈등에는 80%가 응답하는 등 12개 갈등 항목 가운데 빈부격차, 지지 정당, 세대, 성별, 종교, 교육 수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 외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계층, 세대, 성별, 이념 간 갈등과 혐오 문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소외와 차별과 배제에 대한 개인적·집단적 분노감이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혐오의 주체인 한국 교회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하는 편에 서 있는 것 같다. 2018년 여름, 제주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도착했을 때 한국 개신교는 이슬람 혐오 정서를 주도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개신교 정당은 반공, 반동성애, 반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핵심 구호로 제시하였다. 특히 교회의 은행 이자율을 낮추는 법안 제정을 제안한 것에서는 개신교의 제도적 이익을 배타적으로 수호하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이진구 2020). 최근에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가장 앞장서는 세력으로 떠올랐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법안을 심사하는 의원들에게 공격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물리력을 동원하여 퀴어 퍼레이드를 저지하고자 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일부 교회가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도 불구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여 집단발발의 온상이 되기도 했는데, 이는 공공 보건보다는 종교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출판된 <혐오와 한국 교회>(2020)는 한국 개신교회가 혐오하는 대상이 공산주의, 북한, 좌파,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슬람, 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개신교회의 이와 같은 ‘혐오’ 정서는 1990년대 들어서 양적 성장의 둔화라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린 한국 개신교회가 2000년대 이후 동성애자, 난민, 무슬림 등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소위 ‘문화 전쟁’의 프레임으로 짜서 개신교 신앙의 영역 안에서 중요한 의제로 제기하게 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제주 4.3 학살을 시작으로 증오 또는 혐오가 한국 개신교를 성장시킨 동력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개신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그 자체의 가치로 구현하기보다는 타자로 규정하는 대상을 악마화함으로써 자신들 존재 의미를 정당화해왔다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개신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혐오와 갈등의 양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혐오의 대상인 한국 교회
개신교회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2007년 분당샘물교회의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 사건이 터지면서 소위 ‘개독교’라는 개신교 혐오적 표현이 급증하였고, 여기에 더해 유명 목회자의 성폭력과 재정 부패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에서 ‘안티 개신교’ 분위기가 급증했다. 한국에서 개신교는 갈등을 만들고 사회의 개혁을 저지하는 이미지로 여겨졌고, 이에 따라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급락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일부 교회나 목회자가 대면 모임을 강행하여 공공 보건에 사회적 위험을 야기하면서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대비하여 여러 사회 영역에 대한 신뢰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인·의료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각각 +75와 +72를 얻은 반면 종교기관은 –46으로 크게 떨어졌다. 2021년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발표한 <코로나19와 한국교회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비신자들 가운데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고, 85%가 “코로나19 이후 개신교인에게 부정적 감정이 들었다”라고 응답했다. 한국 교회가 다른 사회집단들을 향해 보여줬던 혐오가 부메랑이 되어 이제 한국 개신교회로 되돌아오고 있다.
혐오를 넘어 환대의 공동체로
흔히 개신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러나 개신교의 역사를 봤을 때,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를 봤을 때 개신교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에 항상 실패해온 것처럼 보인다. 종교의 이상적 가르침을 현실에서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러한 노력의 포기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일부 개신교인들의 혐오 발언이나 갈등 유발 때문에 전체 한국 개신교가 피해를 입는다고 불평만 하는 것도 패배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주위 개신교인들의 혐오에 침묵하는 것은 그러한 태도를 용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것을 강화한다. 한국 교회가 혐오와 배제를 넘어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부 개신교회의 혐오 태도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공공선을 위해 동료 시민과 연대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교회 안의 개혁과 민주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교회를 향한 혐오는 이미 사회적 현상이며, 이는 사회에 대한 독단적이고 차별적인 한국 교회의 태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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