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 삶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하나님이었고, 앞으로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를 떠났고, 그 과정에서 나보다 먼저 교회를 떠난 이들과 지금도 교회를 떠나길 선택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보게 되었다. 한국 교회의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개인으로서 왜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 가나안 성도가 되곤 하는지 나 자신이 교회를 떠났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나눠보고 싶다.(소개하는 내용은 개인의 경험에 기초해 있어,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의 객관적 해석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교회를 떠났던 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졌던 일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 상황과 고민이 얽혀진 결과여서 섣불리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다. 그래도 신앙의 홀로서기를 시작했던 즈음의 감정을 떠올려보면, 교회를 잠시 떠나 있는 것이 개인의 신앙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꼽아보자면, 1) 자정작용이 부재한 교회 제도에 대한 회의감 2) 소통의 부재와 교단에 대한 문제의식 3) 교회가 주장하는 정치적 입장과 목회자의 영향력에 대해 들었던 의문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자정작용의 부재한 교회의 모습은 내게 교회라는 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일간신문의 사회면에서 조망되는 돈 문제, 세습 문제, 성범죄와 같은 이야기는 “왜 교회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 자정을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안겼다. 성범죄 목사가 법정에서 실형을 받아도 교회법에선 처벌규정조차 없으며 여전히 설교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때 느꼈던 절망감은 교회란 제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이런 고민을 하던 당시 다니고 있던 교회는 내가 문제의식을 느끼던 돈 문제, 세습 문제, 성 문제 등과 같은 도덕적 문제에서 깨끗하고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건강한 교회였다. 모순적이지만 그 좋은 환경에서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교회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게 궁극적으로 우리 교회의 문제는 아니었다. 건강한 교회라는 좋은 환경은 마치 온실 속 같이 느껴졌고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문제점들을 공유하기 어려웠다.
내심 한편으로는 그 온실 속이 좋아서 머무르고 싶었던 마음도 컸던 찰나 내가 다니던 교회의 교단은 여성 목회자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의 큰 불편으로 다가왔다. 기존의 고민은 우리 교회 외부의 문제였다면 교단의 문제는 어느 정도 내부의 문제였다. 우리 교회에도 여성 목사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외부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내부의 문제에 있어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물론 내가 느끼는 문제들을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내게 소중한 공간에서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이 되는 건 싫었기에 가만히 있길 선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2020년 즈음부터 한국 개신교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해왔는데, 이는 목회자가 설교에서 관련 이슈를 동성애와 엮어 자극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물론 성도들을 외부 집회에 동원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문제의식을 가졌던 부분은 비단 사랑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람들이 자행하는 비포용적인 모습 뿐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여겼던 부분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권위를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설교의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을 논하는 것은 마치 성도들에게 이 문제에 있어 목회자가 주장하는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영적 권위와 영향력의 행사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꼈다. 나는 그 영향을 받기 싫었고 그 가운데서 이건 내가 배우고 깨달아왔던 신앙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충격은 내가 앞서 교회에 대해 고민하던 문제들과 맞물려 교회를 떠나게 하는 촉발원인이 되었다.
교회를 떠난 후 내 신앙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하나님과 멀어지진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단연코 그러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굳이 덧붙이진 않았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교회 안에서 공동체를 세워가며 서로의 삶을 나누고 풍성함을 누리는 기쁨과 유익에 대한 따스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래서 혼자 고민을 이어가는 이 시간이 길게 지속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가나안 생활은 내가 꿈꾸는 교회를 찾아가는 과정 중이라고 보고 싶다. 그런 나의 가나안 생활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자산으로 남겨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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