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최근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국민일보 2022년 4월 27일 자 특집기사 “추락하는 한국교회 부활의 길은”에서 확인되듯이, 현재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는 한국 사회에서 날로 실추되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중앙종합일간지 종교국 기자로서 현장에서 헌신해 온 중견 언론인 유영대 국민일보 기자와 함께 세상의 눈에 비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상황을 함께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일시 : 2022년 6월 22일(수) 오후 2시
- 장소 : 숭실대학교 형남공학관 회의실
- 인터뷰어 : 윤헌준 (숭실대 기계공학부 교수)
- 사진 & 정리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윤헌준 : 기자님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영대 : 저는 현재 국민일보 종교국 기획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지난 25년 동안 주로 종교국 기자로 근무해 왔습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부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공부했고, 현재 고려대 일반 대학원 박사과정(전공 : 과학언론학) 재학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기자협회 정회원, 한국언론법학회 정회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자문위원,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정책위원이며, (사)평화통일동포연합 공동대표,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홍보대사로도 섬기고 있습니다.
윤헌준 : 기자로서, 한국 사회 속의 한국교회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성찰하실 기회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유영대 : 2000년대 초부터 ‘여성성도 교회 내 차별 문제’를 주목하고 취재해 기사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독교의 최대 장벽 중 하나였던 ‘여성 목사 안수’ 등 교계 성차별 문제를 꾸준히 쟁점화했습니다. 현재 다수 교단에서 여성 목사 안수가 가능하게 됐는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탠 것입니다. 저의 취재와 기사가 얼마나 실질적인 힘이 되었을지를 객관적으로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후 현재까지 2005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2012년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 2013년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여러 교단에서 여성 목사 안수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반대하는 교단도 여전히 있지만 필요성 등 내부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대 이유는 성경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고, 여성의 직분이 한정되어 있고, 여성에게 안수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지요.(골 3:18, 고전 11:3, 고전 11:9, 딤전 2:11, 창 3:16). 물론, 반대 이유를 존중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에서 여성은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이고, 하나님께서 여성을 사사와 선지자로 쓰셨으며, 실제 여성의 특성을 살린 재활복지 및 탁아, 노인복지, 구제 등 특수 목회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일반 목회에서도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에 교회 내 성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윤헌준 : 기자의 시각에서 우리 시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혹은 한국 교회의 위상은 한 마디로 어떤 것입니까?
유영대 : 우리 시대 한국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한국 기독교에 대해 불신이 큽니다. 한마디로 ‘예수 없는 교회, 예수 이름으로 예수를 괴롭히는 교회’로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합니다. 불우 이웃을 돕는 등의 선을 많이 행하더라도 생색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래서 교회 권위는 실추되고요. 그래서 저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한국 교회가 다시 실질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극적으로 위상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이미 잃어버린 위상을 되찾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 교회는 지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로도 확인되듯이 의미 있는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종교 개혁기 칼뱅주의자들의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라는 멋진 표어가 있는데요. 그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지 의문입니다. 개신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곧 저항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요? 그런데 시대의 부조리와 부정직에 저항하기보다 타락한 세상에 동화되어 있지 않은지, 그래서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것이 거의 사라진 시대가 아닌지, 마음이 아프지만, 이것이 현재 한국교회의 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윤헌준 : 방금 언급을 하셨듯이, 지난 4월 27일 국민일보의 특집기사 ‘추락하는 한국교회 부활의 길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호감도가 천주교 65%, 불교 66%인데, 기독교 25%라는 대목도 있었지요. 기자님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유영대 : 결과가 생각보다 더 처절하게 나왔던 것은 제 소견입니다만, 첫째 ‘코로나19’ 정국에서 조사가 진행된 측면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신천지 등을 이단으로 구분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은 그러한 구별이 없지요. 다 같은 기독교 교회인 것입니다. 둘째는 매스 미디어가 ‘코로나19’ 시기에 교회발 코로나 확진자 뉴스가 터질 때마다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도 영향이 있겠지요. 셋째는 그동안 한국 교회가 타 종교권 외국인이나 난민 등에 대해 다소 서툴게 대응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서툰 대응이 시기적으로 공교롭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문제 등과 겹쳐 일반인 시각에서는 한국 교회가 성(性)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을 상대적으로 덜 존중하는 듯한 오해가 생겨난 것입니다. 특히, 보수 기독교의 격렬한 반응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등도 일정 부분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만 위의 조사 결과를 모두 해명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조사방법의 차이 등으로 결과에 대한 의문도 없진 않지만 근본적으로 변명의 여지는 없어요.
윤헌준 : 같은 조사에서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2020년에는 31.8%였다가 2021년에는 20.9%, 2022년에는 18.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상황이 더 악화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영대 : 저는 종교국 기자로서 오랜 시간 한국 교회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정말 다양한 문제를 가까이 접하고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첫째, 목회자 또는 교회의 재정 집행의 불투명성에서 야기된 빈번한 횡령 등의 재정비리 문제입니다. 둘째, 집사, 장로 등 직분을 받을 때 불거져 나오는 특별 헌금과 연동된 실질적인 교회 직분의 매매 문제. 셋째, 신문 광고란에도 종종 등장하는데 교회 매매에 연관된 교인 숫자 부풀리기, 지역 발전 가능성 등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문제. 넷째, 담임 목회자 자리, 부흥회, 집회 등 강단 교류를 명분 삼아 실제로 이뤄지는 상호 물질 거래 등. 이러한 세속적인 이야기에 대해 한국 교회의 많은 분이 낯설어 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 다수의 교회는 이러한 문제들과 관계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자로 활동하면서 실제 수많은 제보와 취재를 통해 안타깝게도 생생한 사례를 많이 접해 왔습니다. 한국 교회가 그동안 구제와 봉사, 사회복지 등에서 많은 좋은 일을 감당한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한국 교회에는 이러한 어두운 면이 분명 존재하고, 어쩌면 그 크기가 생각 이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윤헌준 : 기자님은 세상 속에 비친 한국 교회에 대한 인식이 목회자와 일반 대중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그 원인과 대책으로는 어떤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유영대 : 지난 4월 27일 국민일보 기사가 나간 후 신문사에는 그 내용의 부정적 반향을 우려하시는 여러 목사님의 항의성 전화가 왔습니다. 반면에 캠퍼스 등 세간에서 들려오는 젊은 세대의 소리는 “국민일보 아직 살아있네”라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누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지겠지요. 제가 여기서 어떤 반응이 정당했느냐를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것을 통해 우리는 한국 교회에 존재하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목회자와 일반 성도 사이에 위기를 진단하고 체감하는 데서 나타나는 차이와 괴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 저는 어렵더라도 중요한 대안은 한국 교회 내의 세대 간 소통, 목회자와 일반 성도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저거 조사 방법이 제대로 된 건가, 뭔가 왜곡이 있을 거야”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프지만 내용은 우리가 평소 세상에서 느끼고 있는 것과 비슷하네”라고 합니다. 소통은 특별히 목회자들께서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일반 성도와 젊은 세대는 소통이 안되고, 그것이 상처가 되면, 억지로 남기보다 교회를 쉽게 떠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윤헌준 : 기자님은 현재 한국 교회가 세상 속의 건강한 영향력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유영대 : 한국 교회가 우선 양적 성장에 대한 환상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봅니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우리나라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기독교 인구는 967만 명(19.7%)이고, 이는 2005년 844만 명(18.6%)에 비교해서 약 123만 명이나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국민일보의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핵심이 뭘까요? 우리는 이제 여러 개신교 교단의 세계 최대 교회들이 한국에 다 있다는 등 숫자 놀음의 환상에서 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창세기 18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가 왜 망했습니까? 의인 10명이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닌가요? 한국 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거룩함과 경건성의 능력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그리스도인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요즘은 성경책을 끼고 다니시는 그리스도인을 많이 못 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상실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자긍심을 잃었을까 생각해 볼 때, 저는 그 핵심에 한마디로 교회의 세속주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기자 생활하면서 가장 충격받은 일은 교회에도 브로커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나 교계에 무슨 큰 행사가 있을 때, 심지어 소정의 리베이트가 오갑니다. 중간 역할을 하며 돈을 받는 브로커들이 있는 것입니다. 세속주의이지요. 하나 더. 교회에서 상처받고 떠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목회자와 성도 구분 없이 조심스럽지 못한 언행이 단초가 되는 것을 종종 봤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사업체,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교회에 출석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두 세속주의 문제입니다.
윤헌준 :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영대 : 가상공간인 인터넷에서 기독교를 향한 비방의 댓글은 우려 수준을 넘어 심각합니다. 이런 비방 때문인지 신앙 생활을 하면서 상처받고 실망하고 나간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올 방안이 무엇인지 시급히 성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최근 젊은층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보는데요.
요즘 ‘가나안’ 성도가 많다고 합니다. 가나안 성도를 거꾸로 하면 ‘안 나가’ 성도입니다. 가나안 성도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찾아다니듯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은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들을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할 방안이 필요한데요. 즉,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미래 세대를 다시 어떻게 품을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나안 성도,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현실적 목마름과 허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 교회는 특히 내 교회, 내 청년, 내 교인만을 위한 교회라는 생각을 극복했으면 합니다. 가까운 교회들이 함께 힘을 모아 교회학교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운용하며 활성화하는 방향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를 세우는 문제는 한국 교회의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다음 세대 없는 한국 교회는 불가능합니다. 다음 세대가 다시 이 나라와 민족,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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