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의 신앙심을 스스로 부끄럽다고 생각한 때가 많았다. 교회에 나가는 이유가 예배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두었던 때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친구와 놀고 싶고, 새로 태어난 아기가 너무 귀여워 보고 싶고, 항상 가던 곳이고 또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등. 그러나 동시에 성도들과 기도 제목을 나누고 찬양하며 얻는 마음의 평안도 좋았고, 연합 수련회에 가서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눈물로 기도하는 것을 보면서 도전받고 나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같은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살면서 하루 한 번이라도 만나지 않으면 끼니를 거른 듯한 느낌 마저 들던 가족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집이 이사 간다는 상황에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그분들은 우리 가족에게 교회에 나와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 가족을 매주 만나기 위해 나간 곳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겨자씨교회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교회는 작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 홍천으로 가는 여름 수련회에서의 물놀이와 간식, 친구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성인이 될 즈음에 우리 교회는 조금 어려워졌던 것 같다. 예배당도 열악해졌고 어린 시절부터 같이 예배드리던 가족들이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공교롭게 그 무렵 나의 일상도 바빠져서 주일이 그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쉬는 날 중 하루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는 날도 있을 정도로 나는 세상에 점점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1년 동안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주일에도 출근해야 하느 곳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교회를 다니지 못했다. 거기서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다. 차로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우회전하는데, 직진하던 차가 빨간불 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차 운전석 범퍼를 받아버렸다. 자동차가 처참히 망가져서 폐차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결론은 내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정도가 아니었다. 하나님이 나를 보호해 주셨다고 믿는다. 대학 입시 때는 수시전형으로 넣은 모든 대학에 다 떨어지고 딱 한 군데 예비번호를 받았다. 나는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재수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적처럼 예비번호가 빠졌고, 합격해서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은 평탄한 편이었다. 가족에 큰 불화도 없고,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것이 좌절은 아니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한 번에 원하는 학교도 가고,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기 전 내가 꿈꾸던 워킹홀리데이와 여행도 모두 마쳤다. 졸업 전에 취업도 했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만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외국계 토목 설계 회사이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팀 소속으로 철도 교량을 설계할 때 필요한 3D 모델링과 2D 도면 작업을 맡아서 하고 있다. 직장에는 많은 외국인이 있고,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슬람,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의지하는 존재가 우리 기독교의 하나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반면 직장 생활 중 이러한 경험도 있었다. 직장에는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부장님이 계신다. 언젠가 그분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하나님을 믿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을 만났다. 부장님은 그 곁을 지나면서 한마디 하셨다. “사람이 뭐든 적당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종교에 미치면 저렇게 되는 거야. 저러니 사람들이 기독교를 싫어하지!” 나는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못 들은 척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가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나 한 명이 기독교에 대해 만연해 있는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바꾸겠나 하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저 나만 교회에 잘 출석하고 하나님을 믿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속 직장과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점점 박해받는 존재가 되어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우선 스스로가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언행과 사랑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는 하나님을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삶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저 사람이 믿는 종교라면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쓰임 받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전에 쓴 글이라고는 대학교 입학과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써본 자소서가 거의 다였다. 이른바 공대생, 엔지니어의 삶을 살면서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정말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의 믿음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천천히 성장해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감사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도 나의 믿음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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