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이중직 목회자’라는 주변부로부터 한국교회의 성장을 추모하다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 / 김재완 저 / 이레서원 / 2022
저자 김재완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총신대 학부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던 중, 목회자가 대면해야 할 세상에 대해 더 배우고, 다시 세상 속 교회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당시 필자는 김재완의 연구실 옆방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와 교제하는 가운데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 그리고 교회 갱신과 회복에 대한 소망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는 한국 교회를 연구하는 인류학자이자, 교회를 사랑하는 청년인 김재완의 고민의 결정체이다. 필자가 아는 바로 저자는 대학원 동기들에게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현실을 설명하는 가운데 새삼스럽게 ‘일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하는 목회자들’의 문제가 단지 목회자 개개인의 빈곤과 열악한 노동 현실에 그치지 않고, 쇠퇴해 가는 한국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압축되어있는, “‘전체’를 아우르는 ‘부분’이며, 축적된 과거를 당겨오는 현재의 사건이고, 그렇기에 인류학에서 말하는 ‘중층 기술’(thick description)을 필요로 하는 주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18쪽). 그리고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일하는 목회자들’이라는 주변부의 이야기로부터, 폭발적인 성장과 급격한 쇠퇴를 불과 반세기 만에 겪어 온 한국 교회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본다.
우선, 저자는 ‘이중직 목회자’ 현상의 배경에 있는 목회자들의 빈곤이, 성장을 멈추고 쇠락해 가는 한국 교회의 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한국 교회 성장기의 끝 무렵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복음 전파와 세계 선교, 교회 부흥의 사명감을 가지고 목회자가 되기를 서원했던 이들이, 막상 목회 현장에 나왔을 때는 교인 수의 감소와 교회 및 목회자 숫자의 포화 상태로 인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사회학자 김홍중의 ‘몽상과 파상’이라는 표현을 빌려 냉정하게 진단하며, 성장 이후의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내적 모순의 안타까운 징후로서 목회자의 빈곤 문제를 정직하게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이중직 목회자 문제가 목회자의 정체성을 둘러싼 구조적, 문화적 맥락들이 서로 얽혀있는 지점이라고 지적한다. 교단법에서는 개신교의 ‘만인제사장설’을 따라 목회를 성직이 아닌 교회 내에서의 직무로 규정했지만, 목회 현장에서는 여전히 목회자에게 ‘세상과 구별된’ 성직자로서의 정체성이 요구된다. 이로 인해 목회자들은 목회 현장을 섬기는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의 지위는 부정되고, 성직자로서의 ‘청빈’이라는 명목으로 빈곤에 내몰리는 이중부정의 상황에 처해 있다. 나아가 가난 가운데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며 목회 현장을 지키는 ‘목회자상(像)’을 ‘순수한’ 목회자상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생계와 교회 운영을 위해 생업에 뛰어드는 목사들을 ‘순수하지 못한’ 목회자, 혹은 ‘교회를 세우지 못한’ 목회자로 여기는 이분법적 인식이 목회자들의 문화 가운데 남아있다고 지적한다.(89쪽). 한편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교단의 이중직 금지법 담론을 추적하면서, 이 법이 이중직 목회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강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교회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이중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이후의 교회의 재생산 과정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와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저자는 기독교의 교리부터 교회법, 목회자 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맥락들을 살피는 가운데, 이중직 목회자 문제가 “성장이 멈춘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목회자는 누구인가?”, 혹은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정체성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중직 목회의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열악한 생계의 문제와 사역 현장에서 경험하는 제약,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중직 목회를 이어가는 목회자들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다. 그리고 임금 노동과 교회 사역 가운데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사역과 노동을 이어 나가는 이들의 고민을 잘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목사는 자신의 처지를 바빌론의 침략과 포로 생활을 예언한 예레미야가 비통한 중에도 바빌론 왕의 멍에를 메고 포로로서 성실이 살아가자고 선포한 것에 비유하여,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지금의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며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고백은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자신들의 소명을 좇아가는 이중직 목회자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전달하고 있다.(167쪽).
이중직 목회자 문제는 그동안 단순히 목회자 개개인의 빈곤 문제로 환원되어 목회자에 대한 지원체계의 차원에서만 논의되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중직 목회자 문제야말로 ‘성장-이후’ 한국 교회의 구조적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임을 지적하며, 그곳에 서서 한국 교회의 과거를 성찰하고, 이제는 멈추어버린 성장의 시대를 ‘추모’하면서, 이후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인류학의 시선을 통해, 저자는 교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주목받지 못한 주변부의 이야기로부터 한국 교회의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였다. 앞으로 한국 교회를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진단하고, 다양한 대안을 상상하는 시도가 한국 교계에서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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