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2017년, 웨슬리 웬트워스 선교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알게 되었다. 많은 이들처럼 나도 웨슬리 선교사님으로부터 여러 권의 책들을 소개받았는데, 대부분은 ‘과학과 신앙’, 그리고 ‘교육’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특히 첫 만남 직후 ‘A reading list of thinking christianity about education’라는 제목의 문서를 받은 적이 있는데, 기독교적 관점에서 교육 문제를 고민했던 학자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게으른 탓에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현재 하는 물리 교육 연구가 나의 신앙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그때부터 비록 구경꾼 수준이지만 늘 동역회 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기독교 세계관 학교 등 배움의 기회가 생기면 살짝 발을 내딛어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격주로 그리스도인 소장 학자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배움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는 숲 안에 지어진 따뜻한 쉼터 같다. 세속적 학문의 숲 속에서 길을 잃다가도 우편함에 꽂혀 있는 <신앙과 삶>을 펼치면 선배 그리스도인 학자들이 용기를 잃지 말고 다시 푯대를 향하라면서 빛을 비춰주시기도 한다. 또, 만난 적 없는 많은 동역회 동료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거센 바람을 피해 따뜻한 오두막의 벽난로 앞에서 위로를 얻으며 방향을 재정비하기도 한다.
어디 필자만 그렇게 느끼겠는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저마다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려고 발버둥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 오두막에서 나오는 불빛 덕분에 방향을 잡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기독교 세계관 서적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그 시절에 애써서 책도 번역하시고, 더 나아가 영역별로 학문적 토대를 이룩해놓으신 선배 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쉽게 신앙과 학문에 관한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대학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왜 기독교 세계관을 알지 못했을까? 최근 학교에서 만나는 그리스도인 학생들 역시 대학 시절의 나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또, 우리 교회의 청년들은 어떨까? 물론 많은 교수님들이 이미 주변 학생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적 차원에서 볼 때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에서 그간 축적해온 지혜와 고민의 흔적들이 한국 사회의 다음 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전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령 대학에서는 각 전공 분야가 무엇이든 기독교 세계관에서 그 의미를 조명해주는 소책자를 만들어 해당 분야에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대학 시절만 돌아보더라도 일단 대학에 입학한 후 정신없이 물리학 이론과 실험에 몰두했을 뿐, 물리학을 연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메타적으로 생각할 여유를 학과 교육과정을 통해 도움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특히, 그리스도인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 공부를 시작할 때, 기독교 세계관으로 전공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이 형성되도록 도와주는 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만한 책들도 꽤 있을 것이다(그리스도인의 경영, 회사 생활 등). 그러나 일종의 전집 시리즈처럼 ‘얇고’, ‘이해하기 쉽고’, ‘체계적인’ 소개서가 있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일례로 Crossway 출판사에서 출간한 A Student’s Guide 시리즈는 각 분야에 입문하는 학생들이 기독교 세계관으로 해당 분야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각 분야를 바라보는 통일된 관점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세속적 관점과는 구별되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자신의 학문 분야에 대해서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학 밖의 청년들이다. 즉, 동역회의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 교회로 좀 더 확장되어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0년 1월에 열린 기독교 세계관 학교에 우리 교회 청년 한 명을 데리고 갔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기독교 변증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던 형제였는데, 교회 안에서는 자신과 같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것을 그다지 장려하지 않는 것 같고, 격려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세계관 형성이 되어 있지 않은 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마치 군인에게 군복과 보급품만 주고 정작 총은 주지 않은 채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과 같다.” 이 청년이 나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이다. 한국 교회 안에 이와 비슷한 갈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지역 교회 안에서 성경적 세계관을 가르치는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훨씬 더 많은 청년들에게 확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에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영역은 국가 교육과정 및 교과서이다. 2009년 개정, 2015년 개정,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022년 개정 등 국가 교육과정이 거듭 바뀌면서 그 안에 세속적 인본주의와 포스트모던 사상의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장기적으로는 연구를 통해 교육과정 자체에도 더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 학자들의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지금 각급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교과별 교육과정이 어떤 사상적 배경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하고, 그 정리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일은 비단 교육 분야를 전공하는 일부 연구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합심하여 감당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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