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에 정회원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가입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동역회 산하 기독교학문연구회(이하 ‘기학연’)는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가장 실천적인 영역들의 논문을 투고할 수 있는 학회였다.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기존의 학회들은 각자의 교단 교리의 잣대가 엄격했고, 실천적 기독교 세계관 영역을 소화할 보수개혁주의 학회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기학연은 각 영역에서의 다채로운 논문들을 다루고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울타리가 낮았다. 둘째, 신국원 교수를 비롯하여 존경받는 그리스도인 학자들의 이름 때문이었다. 이름은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신학적 안전함, 신앙적 깊이, 학문적 탁월함 등이 존경받는 선배들의 이름을 통해 검증되었다. 셋째, 동역회는 '세상과 기독교 학문과 교회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교계와 신학계는 이상하리만큼 친하지 않다. 이 두 영역의 서먹한 관계로 인해, 한국의 기독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동역회는 이러한 어두운 한국 교회사에서, 기독교 지성과 교회와 세상을 이을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볼 때, 동역회 활동을 통해 그때의 기대와 감사함에 대한 실체를 보았기에 기쁘다.
ᅠ특히, 기학연은 교회와 신학교와 다른 신학회가 하지 못한 귀한 업적을 남겨왔다. 그중에 가장 빛을 발했던 부분은, 매년 정기학술대회 때 제시하는 기독교의 시대적 과제 인식과 해결 방법론의 공유라고 확신한다. 시대 속에서 한국의 목사들과 신학생들과 평신도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단언컨대, 그중 하나는 시대와 문화의 흐름을 기독교적으로 읽어내는 안목이다. 그뿐 아니라 그 논점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신학적으로 안전한 지침이 필수적이다. 일 년에 두 번, 가장 발 빠르게 앞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결 방법론을 제시하는 기학연의 사역은 한국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일종의 ‘전략기획실’ 같은 역할을 감당해왔다. 대형교회들과 영향력 있는 교회들은 기학연이 주최한 학술대회의 주제와 발제들을 참고해 사역의 방향을 잡고, 신학교와 학회들은 그 주제의 내용을 발전시켜 후속 연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대를 한 발짝 앞서서 읽어 한국의 기독교계에 영향을 끼치고, 영향을 받은 각 학계와 교계에서 후속으로 연구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선순환의 열린 회로를 개척한 것이 기학연의 가장 큰 결실이 아닐까?
ᅠ한편, 한국 기독교에 영향을 미친 동역회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준비된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반 교회 연합이나 신학교에서의 연합된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 준비된 사람이 쓰일 수 있는 환경에 대한 한계일 것이다. 동역회가 오늘날의 위상을 가진 데에는 균형 잡힌 준비된 시니어 학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이곳에는 전문적인 신학자가 아니지만,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자 기독교 신학 분야에서 충분히 훈련되고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도 탁월한 다양한 학자들이 이전에 없던 신선한 길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다. 그 밖에도 학문적 탁월함으로 기독교 신학을 다른 각도로 보게 해주고 접근하게 도와준 여러 학자의 연구와 공헌이 있었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인 많은 연구 및 콘텐츠와 더불어 역동적인 그리스도인 지성들이 연합하여 모임을 지속한 결과이다.
ᅠ내가 보는 동역회의 최대 강점은 고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있었다. 개인적으로 만나 본 시니어 학자들은 사고방식이 유난히 젊었고, 통치와 권위가 아닌 ‘섬김과 헌신’의 자리에 있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리더의 모습은, 높은 자리에서 좋은 옷을 입고 권위를 행사하는 사람이 아닌, 종처럼 노예처럼 섬기고 또 섬기다 죽기까지 순종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가? 동역회에서 세상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인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이끌어 가려는 시니어 리더들의 사고방식이 나에게 가장 좋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ᅠ이 시점에서 마음에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역시 사람의 문제다. 동역회가 과연 준비된 사람들을 준비시켜 믿음과 지성의 세대 계승을 하고 있는가? 각자 전문 영역의 연구에 바쁜 젊은 학도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이들을 이끌 신학적 가이드의 기준과 경계선이 존재하는가? 이들은 바쁜 삶 속에서 교회에서 어떤 영향력이 있는가?
ᅠ동역회의 미래는 후학도들의 ‘마음의 방향’에 달려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건은 각 영역 학자들의 마음에 헌신과 섬김, 그리고 희생과 순종의 자리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간절한 갈망과 마음의 헌신’이 우리의 지성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시간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연구에 더 투자하고, 효율과 합리가 아닌 헌신의 기쁨을 맛보는 젊은 학자들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또한 그들이 교회에서 더 헌신하고 영향력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동역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목소리를 내보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뜨겁다. Soli deo gloria!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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