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박동열 실행위원장을 통해서였다. 당시 동역회 기관지로 발행되던 <월드뷰>가 매달 집으로 왔는데, 거기에 실린 글들이 어떤 방향성을 띠고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박동열 실행위원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동역회에서도 <월드뷰>의 그런 정치적·이념적 편중성 때문에 고심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고, 결국 <월드뷰>는 동역회로부터 독립해 나갔다. <월드뷰>가 동역회에서 분리된 이유는 <신앙과 삶> 창간호에 실린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새 기관지 발간에 즈음하여’라는 글에 잘 나와 있어 일부를 소개한다.
“<월드뷰> 분리 논의는 지난 2017년 다수의 동역회 회원들에 의하여 <월드뷰>가 동역회 기관지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강한 문제 제기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 동역회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는 <월드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동편집위원장 제도 제안, 편향된 정치적 입장을 보인 일부 편집위원의 교체, 기사 내용의 정치적 균형 등을 요구하였으나, <월드뷰> 발행 체제는 동역회의 거버넌스와 분리된 채 유지되었고, 동역회의 요구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망한 다수의 정회원들이 동역회를 탈퇴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 실행위원회, 이사회, 임원 다수는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2018년 5월 26일 총회에서 <월드뷰> 분리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총회에서는 2019년 5월까지 <월드뷰>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분리안이 의결되었습니다.”
이후 나는 동역회의 실행위원을 맡게 되고, 동역회의 새로운 기관지를 창간하는 일에 참여하게 된다. 우선 기관지의 이름을 제안받아 선정하는 과정에서, 편집위원의 투표 결과 내가 제안한 <신앙과 삶>이 선택되었다. 새로운 기관지의 이름은 정해지긴 했지만, 문제는 기관지를 어떤 식으로 기획하고 효율적으로 발간하느냐는 것이었다. 20명 이상의 편집위원이 선정되었으나 이 많은 인원이 매번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 기획 회의를 하고 편집 실무를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편집위원 가운데 기획위원을 몇 명 뽑아 기획과 편집을 맡기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기획위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창간호 발간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기획위원들이 여러 차례 모여 편집회의를 한 결과, 마침내 창간호의 전체 틀을 잡고 세부 목차를 구성하는데, 이때 이루어진 틀과 목차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단체의 기관지에서 드러나는 이념적·정치적 편향성과 관련하여, 현재 한국 개신교 일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개신교 일부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동거하는 커플에게도 부부로서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생활동반자법’ 입안 시도,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의 입안 시도 등에 대해, 세계 공산화를 노리는 이른바 ‘네오마르크스주의자들’이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는 부르주아의 ‘문화 패권’을 부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이처럼 ‘네오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젠더 이데올로기’ 등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나 이와 유사한 법 제정의 근거나 배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그런 주장에서 나타나는 추론이나 추측은 어떤 철학 사상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일부 내용이나 이론을 끄집어내어 이 내용이나 이론을 이 철학 사상의 전체나 이 사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삼음으로써 이 사상의 핵심과 본질을 곡해하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곡해된 철학 사상을 다른 것에 연결하여 그 배경이나 이론적 근거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 일부에서의 그런 주장을 억지로 뒷받침하려고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때, 어떤 철학 사상의 핵심과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서 마치 핵심과 본질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떠드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런데, 그런 병폐를 없애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익과 명분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이를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현상이 개신교 일부에서 나타나는 실정이다.
한국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개신교 일부에서 나타나는 그런 현상 때문에 개신교가 더욱 ‘게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앙과 삶>이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하는 도구로서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신앙과 삶>의 특집 주제를 선정하고 필진을 구성하기 위해 기획위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함으로써, <월드뷰> 발간 당시 제기된 정치적 편향 문제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자평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신앙과 삶>이 동역회 회원 다수의 목소리를 담는 기관지로 계속 거듭나야 하고, 동역회의 신앙적 정체성과 사명을 확고히 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신앙과 삶>을 통해 다양한 담론의 제시 및 활발한 의사소통이 동역회 모든 회원과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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