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평범한 청년의 때를 보냈다. 자기 의(義)로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 내가 주께 범죄하지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시 119:9, 11). 이러한 말씀을 마음에 품고, 행실이 깨끗하게 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의(義)만 있던 청년이었는데, 하나님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택하셨고 당신의 사람으로 빚어가시는 광야의 길을 걷게 하셨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시험 준비를 하던 중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엄마는 처음 진단받은 대학병원에서 종양의 크기가 너무 크고 위치가 위험한 곳이라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세브란스 병원으로 보내졌고, 간신히 수술은 받았으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나는 병간호를 하며 취업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시험 준비는 마냥 미루어졌다. 너무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께 엎드리는 대신, 자기 열심을 더 냄으로써 이 광야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은 이렇게 완악한 고집스러운 내 자아가 반드시 깨져야 한다고 보셨던지 ‘갑상샘 항진’이라는 질병을 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그 와중에 질병을 두려워하고 걱정만 했지,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하는 기도의 자리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자 합병증으로 ‘갑상샘 안병증’이 추가 발병하였다. 나는 그 사건에 이르러서야 어쩔 수 없이 하나님께 완전히 순복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더 많은 질병을 겪어야 했다. 호르몬 조절이 되지 않아서 감정조절이 잘 안 되거나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동시에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때쯤 나는 영, 혼, 육 중에 혼과 육이 쇠약하여져도, 남은 영이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다시 살아나야 다른 것도 살아날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고,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 있으려 하지 않았던 완악한 자아를 주님 앞에 다 내려놓고 회개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교만했던 죄성(罪性)이 깨달아졌고, 섬기고 있는 ‘우리들교회’의 김양재 담임목사님께서 종종 말씀하시는 “겸손한 환경만 있을 뿐 겸손한 사람은 없다”라는 의미도 깨달아져, 그동안 겸손한 척을 하며 살아왔던 날들을 하나님 앞에 회개할 수 있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전에 급식실 설거지, 저녁에 식당 일을 하면서 취업 준비도 하려니 건강에 다시 무리가 왔다. 안와감압술을 위해 일도 그만두었지만, 병들의 여파는 그치지 않아서 수술 후에도 바로 재발이 되는 등 고난을 계속 겪어야 했다. 따라서 나는 처음에는 “왜 삶이 이럴까”라고 생각하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는 내게 남아있는 죄성을 끝까지 털어내기 위한 시간으로 인도하시고, 다시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도록 회개하게 하신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내가 열심을 내어 세상적으로 잘 살고 싶다는 세속적 노예근성을 끊어내도록 해주셨다. 하나님은 이것만으로도 부족하셨던지, ‘대상포진’과 ‘뇌수막염’이라는 질병까지 허락하셨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엄마가 다시 교통사고로 인한 뇌출혈로 장기간 입원까지 하게 하셨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은 엄마가 입원해 있는 동안 아버지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는 사건을 겪게 하셨다. 물론 나는 인간에 대한 배신과 실망으로 크게 괴로웠다. 앞날이 막막했고 두려웠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때 갑자기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이 언약의 말씀을 기억하게 해주셨다. 현실이 너무 힘들었기에 이 언약을 편히 믿기는 어려웠지만, 오직 말씀과 기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후 나는 2차 ‘안와감압술’을 받았고 수술이 잘 돼서 고난도 이제는 다 끝이 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상황이 나아지자 나의 지독한 죄의 뿌리들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다. 세상 욕심을 다시 내며, 음란, 교만의 죄성도 다시 발현되었다. 또다시 음란물도 보았다. 하나님은 오래 참지 않으셨고, 곧바로 안병증을 재발하게 하셨다. 참으로 괴로웠다. 다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으며 힘든 날들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간섭하심을 통해 하나님은 아빠의 모습 안에서 나의 끊어지지 않는 음란한 죄성을 보게 하시고 내가 그렇게 미워했던 아빠가 나와 별다른 것 없는 똑같은 죄인인 것을 깨닫게 하셨다. 이렇게 나의 비참한 죄를 보게 되니 얼굴을 들 수 없이 하나님께 회개하게 되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찾아와 주셨고 내 안에 거하신 예수님의 생명이 나를 살게 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과정에서 하나님은 오른손가락 인대파열로 펜도 잡지 못하게 하셔서, 내 열심과 노력으로만 직업의 사명도 준비하는 것이 아님을 깨우쳐주셨다. 필기시험 3일 전에는 ‘코로나19’ 확진이 돼서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 없이는 합격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셨고, 면접 2일 전에는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에 입원하고 ‘파석술’을 받고 면접장에 들어가게 하심을 통해서도 “겸손한 사람은 없고 겸손한 환경만 있다”라는 말씀을 새삼 깨닫게 하셨다. 면접장에서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그동안 준비해갔던 질문은 하나도 받지 않고 면접관의 질문에 그 기간에 교회에서 양육 받을 때 들었던 말씀 중 기억나는 것만을 가지고 대답하게 해주셨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지금은 법무부 연수원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제 하나님이 나를 보시기에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기에, 완악한 나를 사용하시기 위해서 낮추시고 낮추시며 여러 사건을 통해 택한 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빚어가시는 사랑의 주님이심을 알게 되었다. 값없이 베풀어주신 이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는 것조차 송구스럽지만 나는 간증을 통해 하루하루 하나님을 바라본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어리석고 우매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하나님께서는 나를 서서히 여러 훈련을 통해 빚어가심을 믿기에 앞으로도 더 하나님을 의지하고 경외할 것이다. 이 모든 삶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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