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예술 속에 구현하려는 비전으로 창립된 ‘아트미션’(회장 김정희)이 올해로 24주년을 맞았다. 기독교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아트미션’은 현역 작가들로 구성되었으며, 올해는 VR 전시, 시민 갤러리와 취약 지역 교회를 방문하여 특별전을 가졌다. 이와는 별개로 회원 각자는 개인전을 비롯하여 미술계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트미션’에 속한 청년 작가들은 후기 기독교 시대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정체성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혜성, Eternal life,162x97cm,oil on canvas, 2014-작품)
이혜성 작가는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성경을 읽으며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기독교 가치관이 삶의 기초를 이루게 되었는데, 이러한 가치관은 어른이 되어 작업을 할 때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는 들에 핀 백합화, 공중의 참새까지도 돌보시는 주님이 이름 없는 들풀까지도 돌보시는 내용으로 작업해오고 있는데, 자연을 모티브로 삼아 일반인들과 쉽게 교감을 나눈다고 한다.
(이오성, 언약식,41x32cm,acrylic on canvas,2018)
이스라엘 선교를 꿈꾸는 이오성 작가는 선교의 비전 못지않게 예술적 열정도 뜨겁다. 이오성은 요한계시록의 이미지 등 성경의 장면을 특유의 화풍으로 묘출해오고 있는데, 근래에는 자신의 작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고민 중이다. 일반인들과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품을 바꿀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성경적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동시대 문화에 눈높이를 맞추어 나갈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다.
( 장지희, You & I, 80x42x38cm fabric collage, 2019)
장지희 작가는 올 여름 개최된 일본 나고야 초대전을 비롯해서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약 중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기독교의 정신을 현대의 조형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는데 주력한다. 그의 작품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설치, 패브릭 콜라주, 회화,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며 빛 속에서의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삼는다. 인간의 관계성을 동그라미와 세모의 대조, 그리고 빛의 도입 등으로 상징화하며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기독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현진 작가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남편 서영원 작가와 함께 작품 생활을 펼치고 있다. 김현진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즐겁지만 작가로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작업을 하는 순간이 가장 보람되고 기쁘다고 한다. “아름답고 강한 사랑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 그림이 되었다”라고 한다. 작품전이 열리는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작가는 때마침 감상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을 일일이 맞아주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처한 상황은 달라도 기독교 신앙을 삶의 체계로 삼으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허무주의, 유물론, 진화론 등이 만연하는 예술계이다. 근래에는 맘몬주의가 미술계를 우악스럽게 장악하고 있는 양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영적인 싸움이 치열하다. 필자는 이들이 문화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달란트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미래가 나쁘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같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래 기독교 단체에는 청년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유인즉 젊은 작가들일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속감을 가질 여유가 없고 이에 따라 단체 참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작가를 기독교 예술 사역에 참여시키려면 약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전국의 미술인들이 모인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회장 방효성)에서는 별도의 ‘청년분과’를 신설하고 그들만의 발표 기회를 주는 등 차세대를 밀어주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 작가들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60, 70대 위주에서 세대 폭이 넓어진 현상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현재 국내에는 청년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백여 개를 상회한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일정한 기간의 작업실 제공과 개인전과 단체전 개최, 비평가 매칭, 도록 지원 등의 혜택이 돌아간다. 그런데 기독교 예술 단체는 일반 단체에 비해 이러한 기회 제공이 전혀 없으며 이만한 지원을 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독교 세계관을 표방하며 지금까지 집단을 이루어 사역해온 데에는 적극적인 발언과 참여를 통해 세상 문화를 쇄신하고 창조질서와 문화명령을 수행하려는 기독교 작가들의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견작가들로부터 청년 작가까지 이런 간절함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인 눈으로 주어진 환경을 돌아볼 때 기독교 예술 사역이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낙심하거나 회의적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진리가 결국 승리할 것임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청년 작가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것에 휘둘리지 말고 하나님의 원대한 비전속에서 우리 문화와 자신을 통찰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일터에서 항상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물으며 우리의 삶으로 부르심에 응답할 때 그런 수고의 결과들이 폐기되지 않고 상달되어 하나님 나라의 소중한 예물이 될 것이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우리의 현실이 미래에 투영될 것을 확신하며 오늘도 공기가 매캐한 거리로의 외출을 위해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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